오래 버티는 자가 '승리 축배' 든다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 고난의 행군 속 생존 먹거리 찾기모바일쇼핑·해외직구 등'맑음'… 백화점·대형마트 등 '흐림'온·오프 연계한 옴니채널 도입… 가격경쟁력 제고 및 상품 차별화 전략

23일 부산 기장군에서 개장한 국내 최대 복합 쇼핑몰인‘롯데몰 동부산점’의 빨간 속옷 이벤트홀이 손님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4년 유통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지난 4월 전 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렸던 세월호 참사로 소비심리는 바닥까지 떨어졌고, 기대를 걸었던 대형 스포츠경기(월드컵, 아시안게임 등)와 고정 매출원이었던 시즌 대목에도 소비의 불씨는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았다.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체감도는 낮았다.

꽁꽁 언 소비심리에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고 서비스업계 전반에 걸쳐 매출 부진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각종 규제와 원재료 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유통업계는 퇴로가 보이지 않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국내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은 2015년 경제성장률을 3% 중후반대로 보지만 소비자와 직접 맞닿아 있는 유통업계는 "현상 유지만 해도 다행"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전망이 밝지 않다. 특히 고용과 수출이라는 양 수레바퀴가 불안하다 보니 내수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모바일쇼핑 등 온라인몰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소셜커머스를 필두로 한 모바일쇼핑 증가와 해외 직구(직접 구매) 1조원 시대는 2015년 유통업계의 생존과 새로운 도전이라는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모바일쇼핑 '강세', 편의점 '선방'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유통업계와 관련 단체, 학계 등 유통전문가 90명을 대상으로 2015년 유통산업 전망을 조사한 결과, 2015년 주요 소비 키워드로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이용하는 '옴니채널 소비'(65.0%),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모바일쇼핑'(62.5%), 해외 직구와 같은 '글로벌 소비'(47.5%), 철저한 가격비교를 통한 '합리적 소비'(37.5%) 등이 꼽혔다고 밝혔다.

백화점 업계가 아울렛 시장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존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의 양강체제에 현대백화점이 본격 가세해 3파전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파주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사진=장원수
유통업체는 소비형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대됨에 따라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옴니채널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소비자가 온·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로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채널을 열어 놓고 일관된 정책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대형 유통업체는 물론이고 중견 유통업체, 제조업체 등도 옴니채널 도입에 적극적이다.

모바일쇼핑은 이젠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늘면서 모바일 쇼핑 거래액이 크게 늘어났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의 '온라인시장 규모 현황·전망'에 따르면 2014년 모바일쇼핑 매출은 2013년(5조9,100억원)의 2.2배인 13조1,000억원까지 팽창했고, 2015년에는 70.9% 더 커져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은 모바일쇼핑의 호조는 다른 PC기반 인터넷쇼핑이나 TV홈쇼핑 등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2014년 전통적 PC 인터넷쇼핑 시장규모는 모바일 등에 고객을 뺏기면서 31조9,600억원으로 2013년(33조7,700억원)보다 5.4%나 위축됐다. 내년에는 6.8% 더 줄어 30조원 이하(29조7,900억원)로 추락할 전망이다. IPTV·케이블TV·위성TV 등을 통한 TV홈쇼핑 매출도 2013년 9조800억원에서 2014년 9조2,900억원으로 불과 2.3% 늘었다. 2015년(9조5,100억원) 성장률도 2.4%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PC웹 중심 온라인쇼핑에서 모바일쇼핑으로 시장이 급변하면서 유통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모바일쇼핑 환경 개선, 전용 전문관을 오픈하는 등 모바일 영역을 넓히고 있다. 향후 스마트폰 및 결제 플랫폼 발전과 함께 모바일쇼핑의 성장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민 10명중 4명 이상이 모바일쇼핑을 경험한 가운데 앞으로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모바일쇼핑을 필두로 한 인터넷쇼핑몰의 고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2015년 유통의 3대 소비 키워드는 '옴니채널', 'M-커머스', 해외 '직구'가 될 전망이다. 사진은 파주 신세계 프리미엄아울렛. 사진=장원수
2014년 전반적인 유통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편의점의 실적은 꾸준한 편이다. 1~2인 가구, 근거리 쇼핑족, 소량 구매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세븐일레븐 등의 매출은 2013년 대비 3.5∼9% 늘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평균 14.6%의 고성장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다소 주춤거렸지만 경기 침체 속에서도 나름대로 선전했다는 평가다.

2015년에는 성장세가 조금 더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간편식 구매가 증가하고, 카페형·베이커리형 등 점포 콘셉트는 다양화되겠지만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편의점간 경쟁 격화로 매출 상승세가 한 풀 꺾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내년 초 담배, 라면, 콜라, 생수, 캔 음료 등 주요 식음품류들의 가격인상이 예상되어 있어 편의점 매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의는 "점포수 포화에 따라 신규출점 여력이 떨어진 편의점업계는 내년에는 외형적 점포수 확대보다는 부진 점포 정리를 통한 수익률 향상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편의점은 고성장 시기를 지나 정체기에 접어든 것은 사실이다"라며 "해외직구, 온라인몰, 소셜커머스 등 구매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가격 경쟁력만을 내세워 대응하기에는 여건이 여의치 않다. 때문에 PB(자체브랜드)상품 등 상품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만이 살길이다"라고 전했다.

대형마트 '울상', 홈쇼핑 '위기'

2012년까지 고성장을 해오던 대형마트는 출점 규제에 경기 침체까지 겹쳐 혹한기를 겪고 있다. 2013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년대비 0.3%의 역신장을 기록한 대형마트는 2014년에도 역신장을 지속했다. 2014년 3분기까지 이마트의 매출액은 8조1,888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5,079억원으로 13.16% 감소했다. 롯데마트의 매출액은 6조1,725억원, 영업이익은 902억원으로 각각 9.13%, 55.96% 감소했다.

대형마트는 2012년 영업 규제 이후 출점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전과 달리 대형마트를 출점하려면 지역 상권과의 상생 차원에서 신규 출점 제한 범위가 전통시장 반경 1㎞ 이내로 확대되면서 마땅한 장소를 물색하기 힘든 사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땅한 터를 찾기도 어렵지만, 막상 인허가를 받아도 지역 상인들과의 갈등 조정 또한 산 넘어 산"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적 부진으로 대형마트가 폐점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1위인 이마트는 지난 2003년 개점한 지 11년이 된 김포공항점의 문을 닫았다. 이마트는 2012년 말께 처음으로 안산점을 폐점하고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로 전환했다. 롯데마트도 실적 부진으로 고전해온 인천 항동점을 폐점하고 대신 아웃렛으로 매장을 바꿀 계획이다.

대형마트 출점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12년 7개점을 오픈한 이마트는 2013년 2개, 2014년 1개로 꾸준히 줄고 있다. 홈플러스도 2012년에는 9개점이나 출점했지만 해마다 출점 수가 줄어 2014년에는 1개점에 그쳤다. 대형마트 3사는 내년 출점 계획도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올해 7개점을 오픈한 롯데마트는 내년에는 출점 점포를 1~2개점으로 대폭 줄였다. 홈플러스는 아직 내년도 계획을 세우지 못했지만 1개점을 오픈한 2014년 수준에서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년간 3개점 출점에 그쳤던 이마트는 2015년에는 3~5개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른 유통업계가 모두 망해도 TV만 있다면 홈쇼핑업계는 안 망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홈쇼핑업계는 그동안 어떠한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 2013년까지 마이너스라는 것을 모른 채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하지만 2014년 들어 홈쇼핑 업계의 지칠 줄 몰랐던 성장세가 '일시정지'로 바뀌었다.

2014년 3분기 실적을 발표한 CJ오쇼핑·GS홈쇼핑·현대홈쇼핑 등 상위 3개 업체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모두 감소했다. 내수 침체 속 TV시청자 수가 줄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바일 부문 수익률도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 상반기에는 제7홈쇼핑 출범을 앞두고 있어 기존 홈쇼핑 업체들은 영업실적 회복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쇼핑의 강세가 직접적인 타격이었다. 매해 홈쇼핑 시청률은 떨어지고 있다. 홈쇼핑 시청률뿐만 아니라 TV시청률 자체가 떨어지고 있어 홈쇼핑업계로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라며 "반면, 모바일쇼핑은 날개를 단 듯 성장하고 있다. 홈쇼핑과 달리 시간 압박이 없는데다 편리함을 갖췄다는 이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성장률이 다소 회복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TV부문의 신장률은 점차 하락하지만 모바일 취급고가 크게 상승하며 전체 매출 신장률을 이끌어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홈쇼핑업체들도 모바일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CJ오쇼핑은 TV 채널과의 제품 단일화, T커머스 사업 중단 등 모바일 채널 전략 수정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GS홈쇼핑은 아예 전 사업을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하는 '모바일 퍼스트'를 외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최소한의 터치로 상품 구매를 완료할 수 있도록 검색 기능을 개선했다.

'침체' 백화점, 아울렛 등 외연 확대

전통적인 '유통 강자' 백화점의 성장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경기 불황에 따른 내수 침체와 함께 모바일, 해외 직구 등으로 소비패턴이 변화하면서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백화점 시장 규모는 2011년 27조5,636억원에서 2012년 29조881억원으로 5.53% 확대됐다. 그러나 2013년에는 경기침체로 규모가 29조8,019억원으로 2.45% 성장하는데 그쳤다. 성장률이 반토막난 것이다. 2014년 들어서도 3분기까지 백화점 시장 규모는 21조8,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13% 줄었다. 이 같은 매출 부진으로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전문가들은 2015년 백화점 업태 전망과 관련,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아울렛 중심으로 중심축이 옮겨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2015년 백화점 시장 규모는 2014년 대비 약 2.3% 성장한 43조 시장을 예상한다"면서 "2014년은 순수 백화점 기준(아울렛 제외) 신장률이 처음으로 마이너스가 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화점업계는 해외 진출을 비롯해 도심·교외형 아울렛, 복합몰 등 다양한 포맷 출점을 통해 성장동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2014년 제2롯데월드에 잠실에비뉴엘점을 연 롯데백화점은 베트남 호찌민 다이아몬드플라자를 비롯해 2020년까지 해외에 백화점 20개를 추가 출점할 계획이다. 또한 아울렛 2개점(광교점, 진주점)과 복합쇼핑몰(상암점)의 오픈이 계획돼 있다.

현대백화점은 2015년 김포에 프리미엄아울렛과 판교에 복합쇼핑몰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김해점을 백화점과 쇼핑몰 장점을 혼합한 하이브리드형 백화점으로 선보일 방침이다.

백화점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과 대조적으로 2015년에는 '아울렛 전쟁'이 벌어질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이 운영하고 있는 아울렛은 총 16개. 건립을 준비하고 있는 신규 아울렛은 수도권 7곳, 지방 2곳 등 총 9곳으로 3∼4년 안에 아울렛이 25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2014년 경기 고양터미널점과 잠실제2롯데월드점에 이어 지난 12월에 경기 광명점도 개장했고 2015년 1월에는 경기 구리점 아울렛과 롯데몰 동부산점을 개점할 예정이다. 또 아울렛 2개점(광교점, 진주점)과 복합쇼핑몰(상암점)의 오픈이 계획돼 있어 양적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신세계는 2015년 아웃렛과 복합쇼핑몰 출점 계획은 없지만 여주 프리미엄아울렛 증축 등 기존 점포 리뉴얼을 단행한 후 2016년 대전 프리미엄아울렛을 출점할 계획이다.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그룹은 2015년 2월경 김포에 프리미엄아울렛을 개점하고 8월과 하반기에 판교에 복합쇼핑몰과 가든파이브 아울렛, 2016년 하반기에 송도신도시에 프리미엄아울렛을 차례로 오픈할 예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등 해외시장 진출과 함께 백화점은 아울렛 출점 가속화에, 대형마트는 창고형 할인점 출점에 힘을 쏟는 분위기"라며 "백화점의 경우는 해외진출을 비롯해 도심·교외형 아울렛, 복합몰 등 다양한 포맷 출점을 통해 성장 동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원수 기자 jang7445@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