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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국내 소비자 '작은 사치'에 지갑 연다

고가 디저트에 프리미엄 향수·패션 소품까지 불티
  • 현대백화점에서 판매되는 프리미엄 마카롱.
[신수지 기자] '작은 사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LG 경제연구원은 최근 '절제된 소비의 작은 탈출구, 작은 사치가 늘고 있다'는 보고서에서 "잠시나마 삶에 활력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작은 사치가 새로운 소비 경향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작은 사치란 사치스러운 느낌은 들지만 과하게 비싸지 않아 소비자가 감당할 만한 가격의 제품을 소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연도별 소매 총액 자료에 따르면, 3~4년 전만해도 매년 8%대의 성장률을 보이던 소매 총액이 지난해에는 1%대로 떨어지는 등 크게 둔화된 양상이다. 최근 2년 새 주요 백화점의 매출도 한 자릿수대의 성장세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교적 고가인 백화점 식품관의 디저트 코너는 올해 들어 유독 인산인해를 이뤘다. 실례로 지난 7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입점한 ‘피에르 에르메’의 마카롱은 오픈 첫날 4,000만원의 매출을 거뒀다. 프랑스에서 물 건너온 이 마카롱은 1개 가격이 무려 4,000원인 '귀하신 몸'이지만, 백화점이 문을 열자마자 몰려든 사람들은 1시간 이상을 기다려 제품을 구입해 갔다.

미국 시카고 출신의 가렛팝콘은 봉지제품이 최소 4,200원에서 1만 5,000원까지 이를 정도로 비싼 편이지만, 지난 8월 문을 연 1호점에서 일 매출 500만 원을 기록하고 있다. 매장 측은 조만간 일 매출이 1,000만 원 선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 생크림 롤케익인 몽슈슈 도지마롤 또한 1만 8,000원의 고가임에도 올 한 해 백화점 최대 히트 상품 중 하나로 꼽힌다.

커피업계에서는 일반 커피보다 2~3배 비싼 커피를 판매하는 '스타벅스 리저브', 엔제리너스커피 스페셜티’ 등 프리미엄 커피 매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실제 스타벅스 리저브의 경우 리저브 커피의 하루 판매량이 ‘오늘의 커피(일반 스타벅스 매장에서 매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드립커피)’ 판매량 대비 30~40%정도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고급 디저트의 열풍은 편의점과 식품 업계의 흐름도 바꾸어 놓았다. 롯데마트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올 1~3월 착즙주스와 농축환원 주스 등을 비롯한 프리미엄 냉장 주스군의 매출이 전년대비 18.6%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은 아예 고급 디저트로 분류되던 마카롱을 PB제품으로 출시했고, 식품 수입업체인 에스피에프는 500ml에 7,700원짜리 탄산수를 선보였다.

수백만원짜리 고가의 핸드백은 못 사지만 향수나 패션 소품 하나라도 값어치 있는 것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도 많아졌다. 신세계 백화점의 지난해 프리미엄 향수 매출 증가율은 212.2%로 일반 향수(12.7%)에 비해 17배 가까이 높았다. 최근 서울 압구정에 있는 갤러리아명품관에는 뜨개 모자로 유명한 미국 '루피망고'사의 DIY(Do It Yourself)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데, 실 한 타래 가격이 9만 9,000원이고, 바늘은 6만원에 달한다.

명품 브랜드들의 국내 판매는 부진한 상황이지만, 그 안에서 비교적 저렴한 제품군에 해당하는 캔버스백을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샤넬과 마크 제이 콥스, 마르니 등 명품 브랜드의 캔버스백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소형 수입차 판매도 늘어났고, 연말이 다가오자 돈을 좀더 쓰더라도 고급스러운 식사를 해 보고 싶어하는 수요가 늘면서 호텔 안 고가 레스토랑도 호황을 맞았다.

LG 경제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체감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은데다 막대한 가계부채, 취업난 등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진 반면, 소비욕구는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사회적으로 불안감이 깔려 있는 분위기에서 과도한 소비가 자칫 허영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작은 사치가 늘어난 요인으로 꼽혔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고급 디저트는 밥값보다 비싸지만 명품 가방보다는 훨씬 저렴하다"면서 "소비자들이 경제적 제약으로 '큰 소비'를 하기는 어려워졌지만,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작은 사치를 통해 만족감을 얻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여러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며 더욱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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