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십 사업 수주 대가로 금품 건넸나브라질 국영기업서 드릴십 사업 수주하기 위해 뇌물 건넨 의혹기소 대상서 제외돼 일단 안심"로비스트 선임 자연스런 관행"… "중개수수료도 정상적인 수준"

삼성중공업이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에 휘말렸다. 브라질 국영기업인 페트로브라스가 발주한 사업을 수주하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제공했다는 게 삼성중공업이 받고 있는 의혹의 골자다. 스캔들은 현재 정치권까지 확산되며 역대 최악의 사태로 비화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삼성중공업이 현지 사법당국으로부터 기소를 당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삼성중공업도 이번 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심쩍은 부분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란들을 짚어봤다.

브라질 국영기업에 뇌물 의혹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이 브라질을 뒤흔들고 있다. 브라질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가 각종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뇌물수수와 돈세탁 혐의가 드러난 때문이다. 연루돼 기소된 기업인은 지금까지 모두 36명, 돈세탁 규모는 한화 4조2,500억원에 달한다.

'브라질 최악의 사건'으로 꼽히는 이번 스캔들엔 익숙한 사명이 등장한다. 삼성중공업이 그 장본인이다. 삼성중공업은 현지에서 사업 수주를 위해 페트로브라스 고위관계자에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사실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검찰은 페트로브라스의 전 해외사업 부문 총괄을 담당했던 네스트로 세르베로 등 페트로브라스 관련 임원 4명을 사업 수주를 대가로 삼성중공업으로부터 5,300만달러(약 580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했다.

뇌물의 '대가'로 거론된 건 2006년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5억8,600만달러(약 6,410억원)와 6억1,600만달러(약 6,747억원) 규모의 드릴십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당시 '국내 조선소 선박 수주 사상 최고가'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사태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현지 사법당국으로부터 어떤 불법행위로도 기소를 당하지 않았고 ▦수수료로 제공한 자금의 행방을 전혀 알지 못했으며 ▦현지에서 요구하는 합법적인 중개수수료를 제공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기소당하지 않은 까닭은

그렇다면 삼성중공업이 기소를 당하지 않은 까닭은 뭘까. 브라질 검찰은 공소장에 '삼성중공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라고 언급했다. 이를 미뤄보면 결과적으로 삼성중공업이 중개업체에 지불한 자금이 페트로브라스에 흘러 들어갔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삼성중공업이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 배경을 중개회사와 연관짓는 시선이 적지 않다. 삼성중공업은 선박 계약 체결에 앞서 중개사인 브라질엔지니어링과 중개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바로 이 중개사가 완충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최근 해외 사업과정에서 유사한 사건에 휘말린 A대기업의 경우를 보면 이해가 쉽다. 해당 기업 역시 중동지역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업을 발주한 국영기업의 사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수수료는 역시 중개사를 통해 전달됐다.

그러나 사정당국은 A사가 전달한 수수료를 뇌물로 판단했다. 해당 기업의 총책임자는 현지에 억류돼 재판을 받았고, 10년형을 받았다. 문제는 중개업체의 실질적 소유자가 국영기업 사장이었기 때문이다. 수수료가 국영기업 사장에게 직접 전달되는 구조인 셈이다.

반면 삼성중공업의 자금이 페트로브라스 전 임원에게 흘러들어갔더라도 중개사를 통했기 때문에 직접 금품을 건넸다는 정황은 물론 대가성 여부에 대한 판단도 어렵다. 사업을 따낸 시점이 현재로부터 8년 이상 지났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돈 흐름 몰랐나?… '불씨'는 남아

삼성중공업은 이번 사태가 중개사인 브라질엔지니어링과 페트로브라스 전 임원 간 비리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또 중개업체에 지불한 수수료의 흐름 역시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삼성중공업의 해명은 사실일까.

업계에선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견해가 많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선 현지 중개사를 동원하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중개사 없이는 사실상 사업 수주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지 사정에 밝고 넓은 인맥을 보유한 중개사는 사업 수주를 위한 일종의 '로비스트'로 활용된다. 따라서 정확히 어느 인물에게 전달될지에 대해선 알지 못할 수도 있지만, 수수료가 로비에 사용되리란 사실을 정말 몰랐을지 여부에는 의문이 남는다는 설명이다.

브라질엔지니어링에 제공한 수백억원대의 중개수수료가 과다하다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중공업의 해명대로 '적정 수준의 수수료'라고 분석했다. 지역이나 사업분야 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통상 계약금액의 최고 20%까지 책정되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브라질 사정당국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우려는 남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관련 스캔들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인 만큼 삼성중공업도 추가로 사정권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주간한국>(www.hankooki.com) 제25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송응철 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