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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재벌 2~4세, '그들만의 세상'에 산다

  •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치소에 수감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동효정 기자] 지난 연말 대한민국 전체를 들썩이게 한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일부 재벌기업 오너 가(家)의 비상식적인 행태가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일부이긴 하지만 대기업 오너가의 2~4세들은 특권 의식과 독단에 빠져 기업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고 군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세인들의 분노를 샀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불거지긴 했으나 재벌가 자제들의 일탈 행위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직원을 하인 다루듯 해 곳곳에서 잡음이 양산됐고 '보복 폭행'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일도 있었다. 이에 <데일리한국>이 총수 중심의 기업에서의 경직된 문화와 '내 기업이니까 내 마음대로 한다'는 황제 경영을 낳은 재벌가 2~4세들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쉽게 되고 쉽게 올라간다

재벌가 자제들이 경영권을 잡는 과정은 천편일률적이다. 실력을 쌓고 능력을 검증받기 전에 너무 빨리 경영 일선에 나서는 것이다. 이들은 학교는 해외에서 졸업하거나 유학을 다녀온 후 '경영 수업'이라는 이름으로 20대 중반에 입사하는 게 보통이다. 이후 3~4년만에 초고속 승진으로 임원 배지를 달고 또 3~4년이 흐르면 부사장, 사장 직위를 갖게 된다. 이들의 승진 속도에 비례해 기업의 위험성도 커지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한국의 재벌은 왕조처럼 운영된다"면서 왕실에서 왕세자를 책봉하고 이양 작업을 하듯이 직위를 '세습'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도 "재벌 3세가 경영에 참여한다면 평사원부터 시작해 동시대의 젊은이들과 소통을 해야한다"면서 "그래야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능동적으로 소통하고 협력업체와 소비자로 이어지는 기업의 사회적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쉬운 일만 골라 한다

재벌가 자제들은 빵집, 순대, 떡볶이 등 자영업자 영역까지 침해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기업가 정신이 없다는 지적에서 나아가 특혜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일부 재벌 2세들은 사업 철수를 결정했지만 눈총은 여전하다. 롯데백화점 식품매장부터 시작한 빵집 포숑은 롯데쇼핑 신영자 사장의 딸 장선윤의 업체였다. 롯데백화점에서만 12개의 매장을 내며 사업을 확장시켰지만 재벌빵집 논란으로 지분 모두를 매각하고 손을 뗐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 딸 정유경의 빵집도 브랜드 가짓수를 늘리며 신세계 백화점에 점포를 확장하다가 결국 지분을 정리했다. 논란이 일었던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도 커피숍을 운영 중이다.

재벌가 남성 자제들은 렉서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수입차를 들여오고 있다.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신세계 그룹 딸 정유경 씨는 해외 명품 수입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기업가 정신 실종을 지적하기 앞서 든든한 집안의 유통망을 이용하거나 일감을 받는다는 점에서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재벌가 자제들의 골목상권 침범은 한동안 소상공인들의 등골을 빼먹는 부도덕의 상징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대기업 유통망을 이용한 사업과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도 결국 자제들에게 '편안한 사업 입지'를 챙겨주는 오너가의 개입 때문인 것이다.

'그들만의 세계'에 갇혔다

재벌가 자제들은 대외활동이 활발한 경우도 있지만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산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소위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그들이 대우 받는 것에 익숙해 소통에는 서툴기 때문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자'나 '불통의 황태자'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재계 단체의 한 인사는 "재벌 3∼4세들이 이너서클에 갇혀 있다. 자기네들끼리 모여서 하는 일이라는 게 정부 욕하고 경제단체 욕하는 식이다. 그러다가 '누가 뭘 해서 돈 벌었다더라'로 화제를 옮기고 재테크에 열중하는 식이다"고 꼬집었다. 이 인사는 "제조업보다는 주식투자, 특히 사모펀드, 선물투자에 손을 대기도 한다"면서 "이들이 공개적인 활동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그들만의 관심사에서 벗어나 양극화, 실업문제, 저출산 등 사회적 이슈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 한국의 대기업들은 총수 유고 상태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와병 중이고 신격호 롯데 회장은 고령이다. 구본무 회장은 두문불출하고, SK 최태원 회장은 수감 중이다. 이래서야 산업정책이 제대로 펼쳐지겠느냐"며 "차세대 주자들인 이재용·정의선 부회장 등을 더욱 공개적인 활동의 장으로 끌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재벌가 자제들은 폭 넓은 대인관계 형성이 어렵고 직장 내에서도 경영자 입장에서 한쪽 시각으로만 보게 된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대기업들은 2세에서 3세나 4세로 경영이 넘어가는 과정임을 고려해 재벌가 자제들의 보다 확고한 정신 재무장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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