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현장에 발목 잡혀… 지난해 4,000여억원 적자현지인 채용 등 어쩔 수 없는 선택… 비용 4배 이상 증가올해 사우디 대형공사 완료… 수익 개선 기대

외환위기에도 끄떡없었던 대림산업이 사우디아라비아 해외 현장에 발목에 잡혀 지난해 4,000여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수송동 대림산업 본사 건물. 주간한국 자료사진
‘건설업계의 소리없는 강자’ 대림산업이 해외 공사 현장에 발목이 잡혔다. 대림산업은 IMF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에 대다수의 건설사들이 적자의 늪에 빠져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으로 끈끈히 유지할 때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그런 흔들리지 않는 강철대오의 대림산업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플랜트 손실 발생으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매출은 전년대비 5.6% 하락한 9조2,961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397억원에서 -2,70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으며 당기손이익 손실도 103억원에서 4,410억원으로 급증했다.

건설부문의 원가율이 지난해 3분기 대비 개선되지 못한데다 여천 NCC의 실적부진으로 지분법 이익이 급감하면서 실적하락을 기록했다. 특히, DSA(대림 사우디법인)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실적 하락폭을 더욱 키웠다. 문제는 DSA의 주요 10개 현장 중 8개가 저수익 공사로 알려져 준공시점인 올해 상반기까지는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결국 저가수주 악재가 대림산업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에서의 저가수주로 인한 실적악화는 대림산업뿐만 아니라 국내 건설사들의 해묵은 난제이다”라며 “몇 년 동안 국내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너도나도 해외플랜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해외 건설사뿐만 아니라 제 살 갉아먹기 식으로 국내 건설사들끼리도 저가수주 경쟁이 벌어졌고 지금 그 후폭풍을 겪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국민의 실업난을 해결해야 하는 중동국가의 사정과 유가하락 등 불안정한 정세, 그리고 생산성 악화가 겹치면서 해외플랜트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신화는 깨졌다”라고 덧붙였다.

사우디 현지 비용 4배까지 증가

대림산업은 지난해 3분기 1,893억5,600만원 영업손실에 당기순손실은 1,676억8,600만원으로 조사됐다. 매출도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3.55% 감소해 2조9,03억7,400만원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흑자에서 적자전환의 주범은 사우디아라비아 공사현장 3곳이었다. 합성고무 생산플랜트, 라빅2 석유화학플랜트, 사다라 석유화학플랜트 등 3개 현장에서 총 3,136억원의 비용이 추가 발생했다. 현지 인건비 상승과 하도급업체 부실, 발주처와 분쟁 등이 이유였다.

당시 3분기 실적 악화 때에 대림산업은 “현지인 의무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 현지 하도급업체 부실에 따른 업체 재선정 등으로 3,364억원의 지출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중 1,226억원은 준공 때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을 충당금으로 선반영한 것”이라며 “이후 추가 부담이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4분기에 1,200억원 흑자를 보일 것이라고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던 대림산업은 지난해 4분기에도 영업적자와 순손실 2,227억원, 3,585억원 기록했다. 특히 해외플랜트 사업 부실액은 2013년 5,359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3분기 3,364억원, 4분기 3,907억원으로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총 3번의 부실액은 1조2,630억원에 달한다.

대림산업의 2분기 연속 대규모 손실에 신용평가사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일제히 빨간 경고등을 켰다. 신용평가사들은 하도급 업체 인력 부족과 공기 연장의 이유는 3분기에도 반영된 것이라 회사가 다음 분기 실적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고의로 누락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사우디에 이어 쿠웨이트 현장에서도 추가로 손실 발생 가능성이 제기돼 투자자들의 불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기업평가는 “4분기 영업실적이 예상에 비해 저조하다”라며 “손실 발생 사업장의 잔여 공사에서 추가 원가 상승이 발생하거나 다른 해외 사업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손실 요인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NICE신용평가도 “중동 공사현장의 추가 원가율 조정으로 손실이 발생해 추가 부실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사우디 이민정책 변화에 따른 공기 지연과 인건비 상승이 주원인”이라며 “완공이 임박한 시점에 인력 투입이 급격히 늘어나는 특성으로 손실 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또 쿠웨이트의 경우 발주처가 기존에 승인했던 하도급 업체를 취소하면서 교체 비용과 공기 지연이 발생했다고 사업장별 원인을 파악했다.

특히 이번 부실과 연관성이 높은 사우디 9개, 쿠웨이트 4개 사업장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사우디에서 총 9개 플랜트 공사가 진행 중이고 이중 5개 현장에서 이미 1조282억원의 손실을 반영했다”며 “손실이 발행하지 않고 공정률이 90% 이하인 현장은 1곳에 불과해 추가 부실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계약 잔액이 아직 1조원이나 남아 있고, 마덴 암모니아 공사의 경우 인력 투입이 극대화하는 시점이 도래하지 않아 원가 변동이 우려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대림산업의 지난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4.80% 증가한 2조5,563억원을 기록했지만 3분기에 이어 또 다시 ‘어닝쇼크’를 기록하며 거듭된 손실과 거짓말로 인해 기업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라며 “해외 프로젝트 부실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위험 요소이다”고 지적했다.

대림산업은 추가 비용 발생은 사우디 현장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사우디의 경우, 현지법 개정으로 현장인력 중 15%를 현지 인력으로 채용해야만 한다. 이에 따라 경험과 생산성이 떨어지는 현지 인력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면서 공사기간이 늘어나게 됐다”며 “수련공이 아닌 현지인들의 인건비를 2배 이상을 주게 되면서 비용이 4배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완공이 임박한 시점에 인력 투입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손실 폭이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또 “쿠웨이트의 경우, 발주처가 기존에 승인했던 하도급 업체를 승인 취소하면서 교체 비용과 공기 지연이 발생하였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철균 대림산업 사장은 대규모 손실이 연속해서 발생한 데 대해 의도적으로 숨긴 것이 아니라며 “사우디 등의 해외현장의 준공시점에 이르러서 원가율을 조정한 것 뿐”이라며 “사우디 이외의 해외 현장은 거의 없다. 추가로 생길 손실은 없을 것이고, 급락한 주가도 회복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쿠웨이트 현장도 손실 ‘뇌관’

대림산업은 사우디 외에도 쿠웨이트의 경우 4개 현장이 진행 중이고, 이 중 2개 현장에서 1,444억원의 손실이 반영됐다. 약 2조원의 계약 금액 중 남은 계약 잔액은 약 6,500억원이다. 손실 원인은 사우디와 달리 하도급 업체 교체 비용과 공기 지연에 한정돼 있어 추가적인 부실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 해외 플랜트는 오만 등 중동에 약 1조원, 중국, 필리핀 등에 약 1조9,000억원의 계약 잔액이 남아 있는 상태다. 계약시점, 과거 실적, 도급원가 계상 내역 등을 기초로 판단할 때 수익성이 하방 경직성을 보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림산업의 실적 악화는 사우디와 쿠웨이트 현장에서 발생한 약 4,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원인이다”라며 “해외사업 부문 위축 등을 해소할 사업 다각화, 고도의 사업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이번 문제를 순탄하게 해결하지 못할 경우엔 자칫 이해옥 부회장에 대한 경영리더십 평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장원수 기자 jang7445@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