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사업에 혈세 펑펑 퍼줬다석유공사 5,480억원 '웃돈'가스공사 총 서명보너스 중 99%가 MB정부 당시 지출"웃돈 없이 자원사업 불가"… 석유공사 보너스 '바가지'

한국석유공사가 참여하고 있는 이라크 쿠르드 지역 하울러 광구에서 산출시험을 하는 모습. 주간한국 자료사진
이명박(MB)정부 당시 천문학적인 국고를 투입한 해외자원개발사업에서 각종 부실이 계속해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에 이어 가스공사도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하면서 서명보너스라는 명목의 '웃돈'을 얹어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서명보너스의 규모만도 7,000억원에 달한다. 이 자신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통해 밝힌 "우리 정부는 자원 외교를 통해 가급적 자문료나 커미션이 없는 사업을 추진하고자 했다"는 말이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공사들 '웃돈' 6,912억원 지출

MB정부는 해외자원개발사업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 말부터 자원공기업들이 사업투자비용 이외에 '서명보너스' 명목으로 거액의 세금을 지출한 사실이 연이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웃돈'의 액수만도 6,912억원에 달한다.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공사는 1998년부터 53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투자한 21조7,128억원 중 웃돈으로만 6,952억원을 지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이 가운데 73%에 해당하는 5,480억원은 2008년 MB정부 이후 지급됐다. 석유공사는 탐사사업 성과로 상대 정부에 주는 '발견보너스'로 MB정부 이후 4개 광구에 대해 100억원을 지급했다. 또 사업참여 보상 격인 '서명보너스'로 7개 사업에 2,258억을 내줬다.

특히 이라크 쿠르드 바지안 광구는 2007년 계약 당시 서명보너스로 1,140만달러를 줬음에도 2008년 수정계약으로 2,000만달러를 추가로 지급했다.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당시엔 경영권 프리미엄 명목으로 4,000억원의 웃돈을 얹어주기도 했다.

서명보너스 지급은 석유공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박 의원에 따르면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011년 칠레 산토도밍고 동광 프로젝트 소유업체인 캐나다 FWM사 지분 30%를 1억9,660만달러에 인수하면서 이중 20%에 해당하는 4,070만달러를 프리미엄으로 챙겨줬다.

한국가스공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박 의원은 가스공사는 MB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서명보너스로 모두 984억원을 지급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는 한국가스공사가 지금까지 서명보너스로 지급한 990억원의 99%를 상회하는 규모다.

공사들 "서명보너스는 국제관례"

이처럼 거래 금액 외에 웃돈을 지급한 배경에 대해 공사들은 '국제관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자원개발업계에 따르면 서명보너스는 국내에선 생소한 개념이지만 신규사업 광권 계약시 사업참여자가 산유국에 지불해야하는 비용으로 국제적인 관례다.

일종의 '입장료'인 셈이다. 만일 서명보너스를 지불하지 않을 경우 신규광구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따라서 서명보너스의 지급 여부가 자원외교의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불명확 산출 근거에 혈세 낭비

문제는 서명서비스의 명확한 산출 근거가 없다는 데 있다. 실제 광물자원공사는 유망성 등 애매한 기준을 통해 사후적으로 산출했다. 계약 당시 프리미엄의 액수를 파악 할 수 없어서다. 따라서 의결 당시 이사회조차도 정확한 프리미엄 액수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한국가스공사에서 이라크 4개 사업 가운데 2개 사업에 대해서만 서명보너스를 지급했다. 2010년 이라크 주바이르와 바드라 개발·생산사업에 607억8,600만원의 서명보너스를 줬지만 2011년 이라크 만수리야, 아카스 개발사업 당시엔 웃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처럼 명확한 근거 없이 서명보너스를 지급하다보니 혈세가 새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석유공사는 2008년 이라크 쿠르드 하울러 유전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서명보너스 '바가지'를 썼다. '국제호구'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석유공사는 당시 해당 유전 지분 15%를 인수하는 대가로 서명보너스 6,000만달러를 지급했다. 그러나 2007년 러시아 개발업체가 같은 유전의 지분 65%를 인수하면서 서명보너스로 2억달러를 지급했다. 석유공사가 러시아 업체보다 30%를 더 비싸게 준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석유공사가 2008년 한 해 동안 쿠르드 지방정부에 지급한 서명보너스는 평균 4,000만달러에 달한다. 반면 해외기업 21곳이 쿠르드 정부에 준 서명보너스는 평균 2,245만달러 수준이었다. 석유공사가 두배에 가까운 웃돈을 쥐어준 셈이다.

이는 임기 초 '치적쌓기용'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한 결과라는 평가다. 박 의원은 "명확한 근거도 없이 국제관례라는 이유로 MB정부 이후 웃돈 지급액이 크게 올랐다"며 "국조 과정에서 근거와 타당성 여부를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