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광 회장님' 세계적 박물관의 꿈노벨상 메달 4억3천만원 낙찰십수년 전부터 경매시장 오가 수천건의 유명품 매입에 투자사연 얽혀 있는 경매품 선호… 관광산업 위한 '킬러 콘텐츠'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 위치한 이랜드빌딩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이랜드그룹이 경매에서 노벨경제학상 메달을 낙찰받았다. 이랜드가 경매를 통해 유명품을 사들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경매시장에선 '큰손'으로 통한다. 벌써 십수년 전부터 경매시장을 드나들며 소리소문 없이 유명품을 모아왔다.

재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은 재계에서 '짠돌이 회장님'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절약이 온몸에 배어 있는 박 회장이 유명품을 사들이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까닭은 대체 뭘까.

노벨경제학상 메달 낙찰받아

이랜드가 세계 최초로 경매에 나와 주목을 받은 노벨경제학상 메달의 새주인이 됐다. 이랜드그룹은 지난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네이트 샌더스 경매에 나온 미국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의 노벨경제학상 메달을 4억3,000만원에 낙찰받았다고 밝혔다.

이번에 낙찰받은 경매품은 1971년 사이먼 쿠즈네츠가 국민소득 이론과 국민소득 통계에 관한 실증적 분석으로 받은 노벨 경제학상 메달이다. 그동안 노벨상이 극히 일부가 경매에 나온 적은 있다. 하지만 경제학상 메달이 경매에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쿠즈네츠는 현재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국내 총생산(GDP)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인물이다. GDP를 1년간 생산한 재화나 서비스의 총량 가치라고 규정하면서 미국이 대공황을 극복하는 데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평가받는다.

특히 쿠즈네츠가 미국의 대공황 탈출에 결정적 역할을 한 케인스 이론에 직간접적으로 이바지했다는 점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부가 탱크와 전투기 제작에 주력하도록 결정적인 조언을 했다는 점 등을 미뤄 그의 메달은 높은 낙찰가가 예상돼 왔다.

과거부터 국제 경매시장 '큰손'

이랜드가 경매로 유명품을 사들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랜드는 이미 국제 경매시장에선 잘 알려진 '큰손'이다. 20년 전부터 국제적 경매회사인 크리스티나 소더비를 통해 유명인 소장품이나 역사적인 기념품들을 꾸준히 사들여 왔다.

이랜드가 국제 경매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낸 건 2011년 12월 헐리우드의 전설적인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반지를 예상가의 3배인 101억원에 낙찰받으면서다. 해당 경매품은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생전에 가장 아껴 '테일러의 반지'로 불렸다.

그리고 이랜드는 같은달 영화감독인 오슨 웰스 '시민 케인'으로 받은 오스카 트로피를 10억원에 손에 쥐면서 경매업계의 '큰손'임을 재확인시켰다. 1941년 제작된 '시민 케인'은 미국 영화 역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다.

또 이듬해인 2012년 12월에는 미국 메이저리그 '전설의 유격수' 아지 스미스의 골든 글러브 13개를 5억6,000만원에 싹쓸이하기도 했다. 이날 경매에서 이랜드는 아지 스미스가 소장하던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와 메이저리그 올스타 반지 등 20여점도 확보했다.

이외에 이랜드는 이소룡이 입었던 검은색 도복과 쌍절곤, 가수 마돈나가 무대에서 춤출 때 꼈던 장갑, 미국 케네디 전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의 목걸이, 비틀스가 소유하던 기타와 '렛잇비(Let it be)' 앨범에 수록된 곡의 조지 해리슨 친필가사도 보유 중이다.

여기에 영국 에드워드 7세의 직위봉, 딥퍼플ㆍ핑크플로이드ㆍ롤링스톤스 친필사인 픽가드 등 진귀한 물건들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또 이 보유한 영화 관련 소장품도 7,000여점에 달한다. 이 중 아카데미상 트로피만 28점이다.

조성 중인 테마파크에 전시 예정

박 회장은 재계에서 '짠돌이 회장님'으로 유명하다. 구형 카니발을 타고 출퇴근을 해 왔고, 비행기도 이코노미석만 이용한다. 그러다보니 사내 문화에도 절약이 배어 있다. 그런 박 회장이 유명품을 사들이는 데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모습은 생경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이랜드가 경매품 매입에 거액을 쏟아붓는 까닭은 뭘까. 재계는 박 회장의 '수집욕'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박 회장은 재계에서 '수집가'로 유명하다. 무조건 고가의 물품을 사들이는 건 아니다. 박 회장의 구미를 당기는 건 '스토리'가 있는 물건이다.

특이하거나 사연이 얽혀 있는 물품이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게 이랜드 내부직원들의 전언이다. 한번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홈런왕 베이브 루스의 50번째 홈런볼을 구해 와 기념관을 조성하라고 지시해 직원들을 당황하게 만든 적도 있다는 후문이다.

박 회장은 이렇게 수집한 경매품을 제주도에 조성 중인 테마도시 내 박물관에 전시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랜드는 레저·관광·유통사업 강화를 위해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제주 애월읍 일대에 복합테마단지를 조성 중이다.

테마도시에는 '의(依)·식(食)·주(住)·휴(休)·미(美)·락(樂)'의 6개 분야별로 최고 15곳의 박물관이 들어설 계획이다. 이를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게 박 회장의 꿈이다. 이를 위해선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판단, 오래전부터 경매장을 드나들었다는 설명이다.



송응철 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