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장려금 정책 목표 정해 특약점에 피해공정위 '갑질' 행태에 과징금 부과 특약점 손해배상 청구 계획

국내 스낵시장 1위 업체인 농심이 자사 제품을 매입해 재판매하는 대리점을 상대로 '갑질' 행태를 보여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판매마진이 전무한 특약점에 목표를 채우지 않으면 사실상 수익인 판매장려금을 주지 않는 등 목표달성을 강제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그런 농심에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특약점과 시민단체는 손해배상 등을 준비하고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거래상 지위 남용 과징금 5억원

공정위는 특약점을 대상으로 판매목표를 설정한 뒤 미달할 경우 판매장려금을 미지급하거나 지급기준을 특약점에 불리하게 변경하는 등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농심에 시정명령과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최근 밝혔다.

판매특약점이란 농심 제품을 매입해 소매점 등에 재판매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라면과 스낵을 취급하는 제품특약점과 시리얼을 비롯해 생수, 음료를 취급하는 상품특약점으로 나뉜다. 이들 특약점은 2012년 말 기준으로 각각 387개와 172개가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농심은 제품특약점에 월별 매출 목표를 설정하고 실적이 목표에 미달한 특약점에 판매장려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판매장려금은 품목별 목표 달성률에 따라 지급되는 '기본장려금'과 총매출 목표 달성률에 따라 지급되는 '월별 인센티브'로 이뤄졌다.

농심은 2011년 1월부터 목표 달성률 80% 미달인 특약점을 장려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정책을 펼쳐 왔다. 이후 고사 위기에 처한 특약점들은 2012년 7월 공정위에 농심을 신고했다. 이처럼 논란이 일자 농심은 해당 정책을 폐지했다.

장려금으로 특약점 쥐락펴락

단순히 매출 목표 달성도에 따른 판매장려금 지급만 놓고 보면 판매목표를 강제했다고는 볼 수 없다. 문제는 농심 주요 제품의 판매가격이 출고가보다 낮게 형성되면서 시작됐다. 제품특약점들로선 정상적인 판매마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일정 시점이 되자 판매장려금이 판매마진을 대신해 특약점의 실질적인 수익원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이런 기이한 구조가 형성된 건 최근 대형마트 등 새로운 유통채널의 성장으로 유통채널 간 가격경쟁이 심화된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쟁으로 특약점의 소매점 공급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더 이상 제품 판매로 마진을 남길 수 없게 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농심은 자신이 설정한 월별 매출목표를 달성한 특약점에 대해서만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계속 유지했다. 공정위는 사실상 특약점이 매출목표를 달성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농심이 판매목표를 강제했다고 판단했다.

농심의 '갑질'로 특약점들은 적지 않은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특약점이 월별 매출 목표달성을 위해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 월말에 물량을 도매상 등에 집중적으로 저가 판매한 사실도 농심의 판매 목표 강제에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제23조(거래상지위 남용행위) 등에 의거해 농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다만 법위반 기간 등을 정확히 특정할 수 없고 사정변경 등에 따른 소극적 법위반행위라는 점을 감안해 정액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농심측은 논란이 됐던 판매장려금 부분은 2012년도에 이미 개선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특약점·시민단체 반발로 '후폭풍'

공정위가 내놓은 결과에 대해 특약점들과 시민단체가 반발하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전국특약점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일방적 계약 해지, 판매목표 강제로 인한 피해의 내용과 기간을 구체적으로 판단하도록 공정위에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또 특약점들의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해 농심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참여연대는 농심의 불공정 행위가 확인된 부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과징금 규모와 관련해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송응철 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