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감 만족시키는 퍼포먼스 ‘합격점’

지난해 Q50을 출시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인피니티가 최근 상위 플래그십 세단 Q70을 선보였다. Q50의 인기를 앞세워 프리미엄 럭셔리카 시장에서도 옛 영화를 되찾겠다는 포석이다. 경쟁 모델은 유럽의 E세그먼트, 북미 미드 사이즈에 해당하는 메르세데스-벤츠 E 클래스와 아우디 A6, BMW 5시리즈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카테고리다. 그만큼 품질과 주행 성능에서 경쟁 차종에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인피니티가 Q70을 안착시킨다면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 프리미엄 브랜드를 대표하는 선두 주자로 다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인피니티는 최근 기자단을 대상으로 제주도에서 Q70 시승회를 가졌다. 한라산 성판악에 이르는 산간 도로와 해변 도로를 주행한 2시간 가량의 시승을 통해 Q70의 장단점을 살펴봤다.

Q70은 과거 인피니티의 M 모델이다. 인피니티가 지난해 라인업을 ‘Q’로 리뉴얼하면서 5년 만에 새롭게 재탄생한 3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Q70은 Q50의 패밀리 룩을 계승하면서도 더욱 고급스러운 풍모를 자랑한다.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전면부 디자인. 정교한 곡선으로 짜인 메시 타입 더블 아치형 그릴을 적용, 스포티함을 살렸다. 또 시그니처 LED 헤드램프와 LED 안개등은 강렬한 인상을 구현한다.

달리는 치타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측면 실루엣은 앞부분이 길고 트렁크 부분은 짧은 ‘롱 노즈 쇼트 데크(Long nose short deck)’ 스타일로 전형적인 스포츠 세단의 모습을 갖췄다. 여기에 움푹 들어간 프런트 펜더와 도어 디자인, 물결 무늬의 사이드 캐릭터 라인으로 세련미와 다이내믹함을 한껏 살렸다. 고성능 후륜차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디자인 요소들이다. 공기저항계수도 0.27로 동급 최저수준이다.

Q70은 국내에 세 가지 트림으로 출시됐다. 디젤 3.0d(6,220만원), 가솔린 3.7(5,750만~6,940만원), 4륜 구동 3.7AWD(6,500만원)이다. 복합 연비는 디젤 3.0d가 리터당 11.7km, 가솔린 3.7이 8.8km, 3.7AWD이 8.3km이다.

인피니티 스포츠 세단의 퍼포먼스는 과거 M37 등을 통해서도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 받아왔다. Q70은 그 DNA를 그대로 물려 받았다. 가솔린 3.7은 워즈 오토 선정 세계 10대엔진 최다 수상에 빛나는 3.7리터 VQ 엔진을 탑재했다. 이전 세대의 V6 3.5리터 엔진을 35%나 뜯어고쳐 업그레이드했다. 최고 출력은 333마력, 최대 토크는 37kgㆍm에 달한다.

Q70 3.0는 인피니티의 퍼포먼스 플랫폼에 맞춰 개발된 3.0리터 V6 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 출력 238마력에 최대 토크 56.1kgㆍm의 강력한 파워를 뽐낸다.

이번 시승에서는 디젤 차량을 탑승했다. 시동을 걸자 ‘붕~’하는 묵직한 배기음이 귓전을 때렸다. Q70 3.0d도 벤츠 엔진을 장착한 Q50처럼 엔진 저회전 영역(1,750~2,500rpm)에서부터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액셀을 가볍게 밟자 순식간에 시속 100km까지 가속이 됐다. 그만큼 초기 응답성이 뛰어났다. 속도를 높일수록 퍼포먼스 세단의 진수를 맛볼 수 있었다. 액셀을 더욱 깊게 밟자 ‘그르렁~’하는 사자후를 토해내면서 속도계 눈금이 200km까지 도달했다. 엄청난 스피드였지만 체감 속도는 130~140km 정도에 불과했다.

조향 성능도 뛰어났다. 고속으로 커브를 돌아도 몸이 좌우로 쏠리는 롤링 현상이 거의 없었다. 신차라는 점을 고려해도 디젤 차량으로 거의 느낄 수 없는 정숙성과 승차감이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주행 품질에 신경을 쓴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인피니티 관계자는 “방음 및 방진재, 진동 흡수재 등을 차체 곳곳에 추가 보완했고, 새로운 고강성 휠을 적용해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대폭 감소시켰다”며 “또 전ㆍ후륜 쇼크 업소버의 댐핑 포스 최적화를 통해 승차감을 크게 개선했고, 잔진동 흡수 능력도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실제 주행에서도 디젤 차량임을 쉽게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인테리어에서도 프리미엄 세단다운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장인이 7단계에 걸쳐 전통 옻칠공법으로 완성했다는 우드 트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운전석과 동승석 모두 곡선미가 돋보이는 독립적인 공간을 구현했다. 시트가 자연스레 몸을 감싸는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인피니티에 따르면 Q70의 실내 공간을 동급 최대다. 휠베이스가 2,900mm로 벤츠 E클래스보다 25mm 길다는 것. 뒷좌석에 앉아보니 남자 성인이 타기에도 무릎 공간이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 또 앞뒤 좌석을 계단식으로 배치해 시야가 좋았고 뒷좌석 등받이도 기울일 수 있었다.

고성능 퍼포먼스 세단인 만큼 다양한 안전장치를 탑재했다. 대표적인 사양이 ‘전방추돌 예측 경고 시스템’이다. 전방에 주행하는 차량은 물론, 그 앞 차량의 속도와 거리를 감지하고 계산하는 첨단 기술이다. 사고 위험이 예측될 경우, 운전자에게 먼저 경고를 보낸 후 ‘프리 크래시 벨트 시스템’을 작동해 안전벨트를 조여준다. 운전자가 반응하지 않으면 ‘인텔리전트 브레이크 시스템’과 연계해 필요에 따라 차량을 완전히 정지시킨다.

이전 모델부터 채택된 ‘어라운드 뷰 모니터’ 시스템도 주차할 때 유용한 장치다. 차량 주변을 360도 보여주기 때문에 사각지대로 인한 사고위험을 줄여준다. 이 밖에도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과 ‘차간 거리 제어 시스템’등 첨단 안전사양을 장착했다. 운전자가 웬만큼 부주의하지 않는 한 사고가 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인피니티 관계자는 “Q70은 ‘인스파이어드 퍼포먼스(Inspired performance)’라는 브랜드 슬로건에 걸맞게 오감을 넘어 칠감을 만족시키는 고성능 스포츠세단”이라고 밝혔다.

기자가 시승을 해본 결과 Q70은 세련된 디자인, 뛰어난 주행성능, 고급스러운 감성 품질 등 럭셔리 세단으로 장점을 두루 갖췄다. 그러나 독일 ‘빅3’가 장악하고 있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6,000만원 대의 가격 저항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가장 큰 관건으로 보인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이 있지 않은가? @naver.com



제주=이승택기자 seung3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