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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풍요 속의 빈곤' 설 땅 잃은 인문학도

기업들 '인문학적 소양' 강조에도 인문학계 졸업생 취업률은 절반도 안 돼
  • 기업들의 '인문학' 강조에도 여전히 인문학계 취업은 어렵기만 하다.
[동효정 기자] 신세계그룹이 최근 인문학 중흥 사업에 앞장서는가 하면 삼성도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융복합형 SW 인재'를 강조하는 등 일부 기업들이 인문학에 대해 남다른 사랑을 보이고 있어 화제다. "인문계 출신 90%가 논다"는 뜻의 이른바 '인구론'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취업이 어려운 인문학 계열 학생들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실제 인문계 졸업자들의 정규직 취업률은 여전히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이른바 '풍요속 빈곤'이다.

한국 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14년 전공별 대학생 취업률'에 따르면 공학 계열 졸업생 취업률은 65.6%로 인문사회 계열(45.5%)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인문학도들은 정규직 전환에서도 이공계 출신 취업자에 밀렸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2년 대졸자 대상으로 18개월뒤 표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규직 취업 비율은 2009년 66.5%, 2011년 66.9%로 계속 악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공계 출신의 정규직 비율은 70.5%인데 반해 인문계는 51%에 그쳤다. 다시 말해 2명중 1명은 비정규직이며, 기업들이 인문계 출신 채용을 기피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서울대 인문사회 계열 출신들을 보면, 군입대자나 대학원 진학자를 빼고 나면 취업률이 59.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인문계 중에 그나마 취업이 잘 된다던 상경계 출신마저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2월과 지난해 8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3개 대학 인문사회계열 졸업생 3,745명 가운데 취업자 수는 1,701명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대학생들은 취업률이 낮은 인문사회계열에서 상경계열로 전공을 바꾸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이공 계열로까지 전과하고 있다. 2015년도 한양대 전과 모집 결과 공과대학에 지원한 인문사회 계열 학생 수는 전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다른 학교들도 비슷한 추세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국내 대학의 학과 변천·모분화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일반대학의 공학계열 정원은 2014년 8만5,319명으로 4년 만에 10.3% 증가했다. 인문계열은 4만7,255명(2010년)에서 4만4,463명(2014년)으로 5.9%(2,792명) 줄었다.

실제 지난해 삼성그룹 신입사원 중 인문계 졸업자는 20%였고, 삼성전자의 경우는 15%에 불과했다. LG그룹과 SK그룹 주요 계열사의 인문계열 신입사원 비율도 15~20% 선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내년부터 채용 방식을 바꾸기로 하면서, 인문계열 졸업자의 취업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은 모집 직군별로 ‘직무적합성 평가’를 통과한 사람에게만 SSAT 응시 기회를 주는데 이 단계에서 전공 위주의 업무 능력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연구개발·기술·소프트웨어 직군은 대학에서 들은 전공과목 수와 난이도, 학점 등을 제출하고, 영업이나 경영 지원직은 평소 지원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기술한 에세이를 내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인문계 취업 준비생들은 “지금까지는 웬만하면 SSAT에 응시해볼 수는 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며 술렁이고 있다.

기업들은 인문학을 강조하면서도 왜 인문계 출신자 채용을 꺼리는 것일까. 한 대기업 인사과 관계자는 "이공계의 경우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지식이 있고 현장 학습이 어느 정도 되어있지만 인문계 출신은 회사에서 가르쳐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대학 시절 배운 것들이 실무와 동떨어진 교육이었다는 인식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기업들이 '인문학'관련 채용을 늘린다며 한자나 역사 문화 등의 소양을 평가하는 항목을 넣는 것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뽑겠다는 기준이지 사실 '인문학도'를 채용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 "모두가 취업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공계열에 비해 인문계 출신의 취업이 더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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