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조카 사랑' 발목 잡히나현대중공업 계열사 일감 몰빵… 2012년 매출 절반 가량 지원범현대가에서도 대대적 도움… 5년 만에 매출 5배 '급상승'공정위 제재대상 포함 가능성

울산광역시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본사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현대BS&C에 대한 범현대가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졌다. 진원은 현대중공업 노조. 구조조정을 놓고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노조는 지난 2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가 조카 회사인 현대BS&C 일감을 몰아준 문제를 지적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현대BS&C가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의 네트워크 관리와 보안 관련 일감을 독식하다시피하면서 부당이득을 누렸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문제는 현대BS&C에 일감을 몰아준 게 현대중공업뿐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범현대가에서 대대적인 지원을 받았다.

조카 개인회사에 일감 몰빵?

논란의 중심에 선 현대BS&C는 시스템통합(SI)업체다. 이 2008년 유시테크 지분 100%를 인수해 설립했다. 정 사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4남인 고(故)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3남이다. 정몽준 대주주의 조카이기도 하다.

현대BS&S는 정 사장 소유로 넘어간 이후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단지 재벌가에 인수된 때문만은 아니다. 괄목할만한 성장세가 이목을 집중시킨 배경이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런 급성장의 배경에 정몽준 대주주의 '조카 챙기기'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현대BS&C는 주로 현대중공업그룹 네트워크 관리와 보안 업무를 맡았다. 노조는 특히 현대BS&C가 현대중공업에서 ERP시스템, 글로벌 통합구매, 식수관리, 품질경영 고객센터 시스템 등을 독식하다시피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BS&C는 현대중공업의 인적자원관리시스템과 저압전동기 통합정보시스템, 토탈 IT 아웃소싱 등을 도맡아왔다. 뿐만 아니라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 ERP 시스템, 현대오일뱅크 무선보안망 구축, 서울아산병원 IT 인프라 공급 및 전자구매시스템 구축 등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현대BS&C는 2012년 매출의 46% 정도가 현대중공업그룹과의 거래에서 생겼다고 전해진다"며 "이쯤 되면 삼촌인 정몽준 대주주가 조카인 정대선 사장을 위해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범현대가 대대적인 지원사격

현대중공업만 '지원사격'에 나선 건 아니다. 정 사장의 형인 정일선 사장이 이끄는 현대비앤지스틸과 고(故) 정주영 창업주의 막냇동생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장남 정몽진 회장의 KCC그룹, 고(故) 정인영 회장의 장남 정몽원 회장의 한라그룹 등도 일감을 몰아줬다.

정대선 현대BS&C 사장
최근에는 정주영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아들 정몽규 회장의 현대산업개발과 통합 IT아웃소싱사업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대BS&C는 향후 3년간 현대산업개발의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과 유지보수를 운영하게 된다.

현대산업개발은 그동안 IT아웃소싱을 LG CNS에 맡겨왔다. 그러던 최근 LG CNS와 5년 계약이 종료되자 현대BS&C로 아웃소싱 운영사를 교체했다. 현대BS&C는 대형건설사 시스템 구축 및 운영경험과 축적된 노하우를 인정받아 사업자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집안'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현대BS&C의 매출은 수직상승했다. 인수 이듬해인 2009년 282억원에서 ▦2010년 488억원 ▦2011년 1,181억원 ▦2012년 1,519억원 ▦2013년 1,624억원 등으로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억원에서 32억원으로 늘었다.

일감몰아주기법 규제 대상 포함?

현대중공업 사측과 현대BS&C는 곤란한 처지가 됐다. 문제는 시점이다. 앞서 지난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총수일가의 부당이익 편취 관행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본격 적용됐다. 시기상 민감할 수밖에 없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그룹 총수 일가가 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30% 넘게 보유한 기업이 200억원 이상 또는 매출의 12%에 달하는 규모의 계열사 거래가 있을 경우 제재대상에 포함된다. 이를 어기면 매출액의 5% 이내에서 과징금이 부과된다.

법안만 놓고 보면 현대BS&C는 제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감을 몰아준 그룹의 계열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울타리 밖 회사'인 때문에 내부거래 공시의무조차 없다. 현대BS&C의 거래관계자나 정확한 거래 규모가 파악되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현대BS&C의 일감 몰아주기는 면죄부를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공정위는 앞서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그룹별 제재대상 기업수의 변화 추이를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혈연관계로 엮인 비계열사를 제재대상에 포함시킨 바 있다.

한진그룹이 바로 그런 경우다. 한진그룹 규제 대상엔 유수홀딩스가 새로 추가됐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과 자녀들이 보유한 유수홀딩스 지분이 2013년 말 16.59%에서 올해 초 36.11%로 늘어난 결과다. 그러나 유수홀딩스는 이미 한진그룹에서 계열분리된 상태다.

그럼에도 공정위가 유수홀딩스를 한진그룹 계열사로 판단한 근거는 이들 기업이 '한집안' 회사라는 이유에서다. 최 회장의 남편인 고(故) 조수호 회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조 회장이 최은영 회장의 시아주버니가 되는 셈이다.

두산그룹 비계열사인 광고대행사 빅앤트가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박용만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배경이 됐다. 이런 사례를 보면 현대BS&C도 제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도 비계열사의 내부거래 공시 의무화와 부당 거래 처벌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노조가 범현대가의 현대BS&C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여론 조성에 성공할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응철 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