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조원에 203개 기업 사들였다5년간 총 인수 금액 29조원… 이중 10대 그룹이 78% 차지인수금액 1, 2위 현대차·포스코… 두산과 에쓰오일 M&A 전무

국내 30대 그룹이 지난 5년 간 인수·합병(M&A)한 기업은 203곳, 인수대금은 29조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기업을 인수한 건 CJ그룹이었다. 인수금액을 놓고 보면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현대건설이 5조2,000억원으로 가장 비쌌다.

대부분 기업들의 인수 결과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과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가 대표적이다. 반면 포스코의 경우 인수한 기업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고가 매입 특혜와 정부 실세 개입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서다.

최고 인수가는 현대건설

최근 CEO스코어가 지난 2010년부터 2015년 2월까지 5년 동안 30대 그룹의 인수합병 현황을 조사한 결과 계약체결기준 M&A 건수는 203건이었고 인수금액은 29조1,900억원이었다. 10대 그룹이 전체 M&A 건수의 44%, 인수금액으로는 78%를 차지했다.

인수금액을 놓고 보면 현대차그룹이 압도적 1위였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 5년 간 단 두 곳 인수에 5조2,000억원을 지불했다. 2011년 3월 인수한 현대건설이 4조9,600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2012년 3월에는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을 2,400억 원에 사들였다.

현대건설 인수 당시 현대차그룹은 '한집안'인 현대그룹과 경합을 벌였다. 현대가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놓고 시숙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제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벌인 경합은 치열했다. 엎치락뒤치락한 끝에 결국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에 공을 들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현대건설은 극심한 건설 경기 불황에도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 실제 현대건설의 지난해 연결 실적 매출과 영업이익이 17조3,870억원과 9,589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각각 24.7%와 20.9% 증가했다.

포스코 기업 인수 검찰 수사

이어 포스코그룹이 4조1,600억원으로 2위에 올랐다. 5년 사이 모두 9개 기업을 인수·합병했다. 이 가운데 2010년 10월 인수한 대우인터내셔널이 3조3,800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고 포스파워와 포스코플랜텍이 각각 4,840억원 1,600억원으로 인수가가 높았다.

포스코그룹은 이들 기업 인수에 발목이 잡혔다. 경영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고가매입 특혜와 정치권 실세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서다. 성진지오텍과 NK스틸, 나인디지트, 리코금속, 삼창기업 등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3위는 SK그룹(3조8,300억원)이 차지했다. M&A 시장에서 '대어'로 통하던 하이닉스(3조3,700억원) 인수를 인수한 영향이 컸다. 당초 시정에선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수 전 적자이던 SK하이닉스는 2013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기세를 몰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인수 2년 만에 SK그룹을 이끄는 핵심 계열사로 우뚝 선 셈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추정 매출액은 16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5조원에 달한다.

4위엔 롯데그룹(3조3,500억원)이 랭크됐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취임 이후 M&A에 열을 올려왔다. 하이마트(1조2,500억원)와 현대로지스틱스(6,000억원), 롯데스퀘어(5,200억원) 등 인수대금이 1,000억원 이상인 기업만 7곳에 달했다.

롯데그룹의 공격적인 M&A 행보는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올해 총 7조5,000억원의 투자를 예고한 바 있다. 최근 KT렌탈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인수가 3조원대로 추산되는 세계 6위의 이탈리아 면세업체인 월드듀티프리에도 입맛을 다시고 있다.

이밖에 현대중공업이 3조900억원(5곳)으로 5위였고, CJ는 2조8,100억원(36곳)으로 6위를 차지했다. 이어 신세계(1조8,400억원·10곳), 삼성(9,900억원·14곳), LG(8,750억원·15곳), GS(7,540억원·9곳) 등이 인수액 규모 '톱10'에 올랐다.

인수 기업수 CJ그룹 1위

인수한 기업 수를 놓고 보면 CJ그룹이 압도적인 1위였다. CJ그룹은 2010년 케이블 TV 온미디어와 2012년 대한통운 등 36개 기업을 인수했다. 방송서비스 사업을 비롯해 물류, 소프트웨어, 제조업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을 사들였다.

16개 기업을 인수한 롯데그룹이 2위를 차지했고, SK그룹과 LG그룹이 각각 15개 기업을 계열 편입해 나란히 3위에 올랐다. 이어 삼성그룹(14곳), KT그룹(11곳), 신세계그룹(10곳) 등이 10개 이상 기업을 인수하며 그 뒤를 따랐다.

한편 30대 그룹 중 두산과 에쓰오일은 지난 5년 간 인수합병 기업이 전무했다. 외형을 불리기보다 내실에 치중하고 있다는 평가다. KT렌탈과 삼성테크윈은 현재 M&A 논의가 진행 중이다. 현재 각각 롯데그룹과 한화그룹이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송응철 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