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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암울한 취업 시장…절반이 '강박적 기업 지원'

구직자 46.3%, "계획에 없던 기업도 강박적 지원"
압박감에 '취업 반수' 택하기도
지난해 고용 증가율 1.3%에 그쳐…BSI 인력사정 지수도 최고
[신수지 기자] 직장인 박모 (27)씨는 최근 한 중소기업에 입사했지만 여전히 취업준비생 신분을 벗어나지 못했다. 박 씨는 "구직 활동이 자꾸만 길어지다보니 '백수'라는 심리적 위축감이 심했다"면서 "처음에는 원하던 기업 위주로만 지원을 했었지만, 취업 시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노선을 틀어 '미친듯이' 원서를 넣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약간이라도 자신의 스펙과 연관이 되는 기업이 있으면 크던 작던 지원서를 넣었고, 합격 통지를 보낸 두 업체 중 업무량이 많지 않다는 곳으로 입사해 '취업 반(半)수'를 하고 있다. 그는 "업무량이 적다고 해도 일을 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기가 쉽지는 않다"면서 "하지만 요새 취업이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라 목표하던 기업만 노리다 나이를 먹는 것은 아닌지 불안했다. 틈틈이 지원을 해보고 정말 안되겠다 싶으면 지금의 회사를 계속 다닐 것"이라고 털어놨다.

'우울한' 구직자들…원치 않던 기업도 강박적 지원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으로 인해 극심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다. 압박감을 해소하기 위해 계획에 없던 기업에까지 강박적으로 원서를 넣거나 취업 반수를 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최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신입 구직자 512명을 대상으로 “구직 활동을 하며 압박감을 느끼고 있습니까?”라고 설문한 결과 무려 93.2%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구직자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압박감으로는 ‘언제 취업 될지 모르는 막연함’(81.3%, 복수응답)이었다. 다음으로 ‘스펙 등 능력이 부족하다는 자괴감’(54.5%), ‘금전적인 압박감’(50.3%),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불안감’(48.8%), ‘아무 쓸모도 없다는 무기력감’(42.3%), ‘치열해지는 경쟁으로 인한 심리적 위축감’(42.3%), ‘자꾸 탈락할 때마다 드는 우울감’(40.3%) 등이 있었다.

압박감은 ‘서류전형에서부터 탈락할 때’(54.1%, 복수응답) 가장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공고를 뒤져도 지원 가능한 곳이 없을 때’(53.9%)가 바로 뒤를 이었다. 또한 ‘정말 원하는 곳인지 확신할 수 없을 때’(42.8%), ‘돈 때문에 구직활동의 제약이 있을 때’(35.2%), ‘주위 친구들이 취업에 성공할 때’(34.8%), ‘뉴스에서 취업이 어렵다고 할 때’(33.3%), ‘주위에서 기대, 부담을 줄 때’(31.9%)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압박감을 느끼는 구직자 중 무려 78.2%는 현재 본인이 미취업 상태라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고 있었다. 구직자의 절반 가량은 51.3%는 심적 부담감으로 인한 건강상 문제로 인해 병원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으며, 21.1%는 실제로 현재 병원 치료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 다수의 구직자들은 취업 압박감으로 인해 강박적 지원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압박감이 구직 활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으로 ‘계획에 없던 기업도 강박적으로 지원함’(46.3%, 복수응답)을 첫 번째로 꼽았다. 이 밖에도 ‘탈락할까 두려워 지원하지 못함’(39%), ‘자소서 등 작성에 집중하지 못함’(32.1%), ‘불필요한 스펙에 집착하게 됨’(28.9%) 등의 답변을 했다.

지난달 조사(신입 구직자 577명 대상)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는데, 구직자의 무려 73.5%는 목표한 기업이 올 상반기에 채용을 안 할 경우 '빠른 취업을 위해 다른 기업에 지원 할 것'이라고 밝혔다. 목표 기업이 아닌데도 취업하려는 이유로는 '경제적 압박이 있어서'(57.1%, 복수응답), '구직활동을 길게 하고 싶지 않아서'(40.1%), '당장 취업이 급해서'(39.6%), '목표 기업에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어서'(33.5%), '비슷한 조건이면 상관 없어서'(26.2%) 등을 들었다. 실제로 최근 취업 시장에서는 '나를 받아주는 기업'을 취업 목표로 삼거나 일단 회사에 들어가 짬짬이 다른 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더 작아진 '바늘 구멍'

취업 준비생들이 느끼는 압박감만큼이나 현재 취업시장은 암울한 상태다. 최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 274개 계열사의 고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고용 증가율이 고작 1.3%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성장률(3.3%)에 턱없이 모자라는 것은 물론 전년도 고용 증가율(1.6%)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계약직 직원 증가율이 정규직보다 무려 4배나 높아 '고용의 질'도 나빴다.

올해 들어서도 한국의 BSI 인력사정 지수(한국은행·하나대투증권 집계 결과)가 94로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BSI(Business Survey Index·기업경기실사지수)는 전국 2,800여개 법인 기업을 대상으로 체감 경기 동향을 파악해 지수화한 지표인데, BSI 인력사정 지수는 '인력 과잉'으로 응답한 업체 수에서 '인력 부족'으로 응답한 업체 수를 뺀 뒤 100을 더해서 구한다. 현재 인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많고,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적을수록 수치가 커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올 1월 구직 단념자는 49만 2,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5만 5,000명 증가했다. 구직 단념자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희망하고 지난 1년 내 구직 경험이 있지만, 노동시장의 이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이다. 구직 단념자는 2010년 2월 처음으로 20만명대를 기록한 뒤 지난해 3월에는 30만명 선을 넘었다. 지난해 5월 40만명대로 올라선 뒤부터는 9개월 연속 40만명대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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