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에 채권단과도 '소원'박세창 부사장 금호타이어 대표 선임 3일 만에 사임금호산업 주가조작 피소… 채권단 냉랭해진 분위기박삼구 회장 특혜설 의식?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금호아시아나 본사 전경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작은 사진) 주간한국 자료사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 행보에 돌발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유력한 자금 마련 수단으로 거론되던 '금호타이어 지주사설'엔 제동이 걸렸고, 최근엔 금호산업 주가조작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채권단과의 관계도 예전같지 않다. 그러잖아도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경쟁자로 나선 호반건설이 인수대금 마련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호산업 인수하면 그룹이 품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그룹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금호고속'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 연결고리의 최상단에 있는 기업인 때문이다. 그룹의 재건을 위해 반드시 쥐어야만 하는 기업인 셈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금호산업이 2010년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에 돌입하는 과정에서 감자와 출자전환으로 보유 중인 지분 57.5%를 매각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현재 호반건설과 MBK파트너스 등을 입찰자격자로 선정하고 오는 28일 본입찰을 앞두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이 보유 중인 '50%+1주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금호산업을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 가치는 5,000억원 규모로 추산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최대 1조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졌다 하더라도 금호산업이 박 회장의 품에 안기리란 보장은 없다. 본입찰이 끝나고 가격이 결정된 후에나 이를 행사할 수 있어서다. 만일 박 회장이 제시한 금액을 뛰어넘는 가격이 나오면 우선매수청구권은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국 문제는 자금 동원력이다. 박 회장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2,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박 회장의 최대 경쟁상대인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최근 "인수가격이 1조원에 달해도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다"며 자금 동원력에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금호타이어 동원에 제동

그러나 인수대금 마련을 위한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일단 금융권에서 유력하게 회자된 '금호타이어 지주사 시나리오'엔 제동이 걸렸다. 금호타이어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과 매출채권, 공장 자산 등을 담보로 제공하면 1조원 규모를 조달한다는 게 골자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통해 금호산업을 인수할 경우 '금호타이어→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출 수 있다. 채권단도 보유 중인 금호타이어 지분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룹 주요 경영인들이 지난해 11월부터 연이어 금호타이어 지분을 매입하며 주가를 올린 배경도 이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됐다. 여기에 박 회장의 외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이런 시나리오엔 한층 무게가 실렸다.

시나리오를 완성시키기 위해선 회사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대표이사' 권한이 필요한 때문이다. 그러나 박 부사장은 선임 3일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여기에 산업은행도 금호타이어를 통한 금호산업 매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금호산업 주가조작 피소

이뿐만이 아니다. 박 회장은 최근 금호산업 소액주주들로부터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고발을 당한 상황이다. 이들은 박 회장과 그룹 주요 임원진들을 업무상 배임, 내부자 거래, 시세 조정, 부정거래행위 등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했다.

앞서 박 회장은 의도적으로 금호산업의 주가를 하락시키고 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금호산업의 주가 상승은 박 회장에게 악재다. 그만큼 인수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박 회장으로선 금호산업 주가가 떨어질수록 인수에 유리한 입장이 된다.

이런 가운데 공교롭게도 그룹 주요 계열사 임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앞다퉈 자신이 보유한 금호산업 주식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그룹 임원이나 계열사의 주식매도는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 시장에서 부정적 신호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에선 계열사 임원들의 주식 매각을 주가를 낮춰 박 회장의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소액주주들이 박 회장과 경영진들을 고발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소송은 인수전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채권단과 관계도 소원

박 회장과 산업은행의 관계도 소원해진 분위기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박 회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산업은행은 앞서 금호산업 워크아웃에 돌입 직후 체결한 이면합의서를 통해 금호타이어 경영권과 금호산업 우선매수권을 보장해준 바 있다.

또 박 회장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의 명예회장까지 맡을 수 있도록 협조한다는 내용의 이면계약도 체결했다. 이들 기업의 대표이사는 박삼구 회장이 추천하는 인사가 맡도록 하는 조항도 추가했다. 사실상 박 회장에게 경영권을 위임한 셈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당장 박 부사장의 금호타이어 대표 선임 반대가 그렇다. 시정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잔여 채권에 대한 금융조건 완화 중단과 기한 이익 상실 및 회수 등 조치를 취하겠다며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앞서 금호고속 인수주체로 금호산업을 동원한 박 회장 측의 결정에도 반대표가 던져졌다. 채권단이 두 사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힌 건 사전 협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선조치 후보고'는 박 회장이 채권단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당시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을 되찾는 과정에서도 채권단의 압박을 받고 있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지난달 말 금호산업 매각원칙을 최종 확정하면서 박 회장이 잠재 인수후보의 입찰 참가를 방해할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하기로 했다.

이처럼 채권단의 태도가 냉랭해진 배경에 대해 채권단 안팎에서는 박 회장에 대한 특혜 의혹과 유착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는 점과 연관짓는 시선이 많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산업을 살리려는 것이지 박 회장을 살리려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송응철 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