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열공… "경영의 길 찾자"CEO 조찬강연 열기… 지방서도 참석메인비즈·이노비즈 포럼 등 인기… 인문학·창조경영 관련 내용 많아

15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48회 굿모닝 CEO 학습'에서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메인비즈협회
기업 CEO들의 조찬 공부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과거 조찬모임이 CEO들 간 사교적 성격을 띠거나 직장인들이 아침시간을 쪼개 강연ㆍ세미나, 독서토론회 등을 하던 것과 달리 CEO들이 진지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주로 외부 명사를 초청해 이뤄지는 조찬 공부모임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도 열기를 더해 가고 있으며 이러한 조찬모임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도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7시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5층 그랜드볼룸은 때아닌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이하 메인비즈) 주관으로 매달 열리는 강연회인 '굿모닝 CEO 학습' 행사장을 찾은 700여명의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앞다퉈 참석했기 때문이다.

이날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기업문화 환경이 바뀐다-지식에서 창조로'를 주제로 한 강연에는 평소보다 200명가량 더 많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좌석이 부족해 일부 CEO들은 맨 뒤쪽에 임시로 마련된 간이 의자에 앉아 강의를 경청하기도 했다.

최근 기업 CEO들이 학습 열풍에 빠져 들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CEO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과거에는 인맥 확대와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한 각종 강연과 학위 과정이 적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강연을 통해 기업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얻기 위한 모임이 부쩍 늘었다.

15일 이노비즈협회 주최로 서울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열린 모닝포럼에서 기업 대표와 임원들이 한국 엔젤투자협회 고영하 회장의 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이노비즈협회
메인비즈에서 진행하는 '굿모닝 CEO 학습'에는 서울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000명 이상이 참석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참석자가 70여명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비약적인 증가세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 성황을 이루는 것은 행사의 질이 과거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때문이다. 기존에는 단순한 사교 성격의 모임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실제 경영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많아지고 있다.

이노비즈협회에서 진행하는 '모닝포럼' 역시 최근 들어 유명세를 타고 있다. 모닝포럼은 중소기업 이노비즈기업 CEO, 임원들을 대상으로 지식경영 전략 공유와 참석자 간 경영 전반의 현안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혁신형 중소기업 대표 조찬모임으로 지난 2009년 본격 시작됐다. 이 행사는 경영 전반과 각종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결합해 매달 진행되는데 초창기엔 참석자가 50여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부터 입소문이 나면서 150명 이상으로 늘었다. 수도권 각지는 물론 충청 등 다소 먼 지역에서 일부러 찾는 CEO들도 있을 정도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열린 모닝포럼에는 한국엔젤투자협회 고영하 회장이 초청됐다. 이날 강연에는 150여 이노비즈기업 대표와 임원들이 참석했다. 기술투자와 창업 분야 전문가인 고영하 회장은 '창조국가 대한민국'을 주제로 모닝포럼 참석들에게 관련 노하우를 전했다.

조찬모임과 관련, 이규대 이노비즈협회장은 "정보 공유뿐 아니라 모임을 통해 구축된 네트워크는 각 회사에 필요한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표준협회가 운영하는 'KSA CEO 조찬회'는 1988년부터 시작해 현재 324회를 넘기면서 최장수 조찬 모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지역에서도 조찬회를 마련하면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10년 넘게 조찬모임에 참가하고 있는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 CEO는 "CEO는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해 최신 동향과 정보를 얻는 것이 필수인데 이런 갈증을 풀어준 것이 바로 조찬을 통한 다양한 배움의 자리"라고 말했다

이러한 조찬모임은 시대에 따라 트렌드와 관심사를 반영하고 있는데 초청연사들도 과거 경제나 산업 등 정책 담당 관료에서 점차 벤처, IT 전문가, 최근에는 인문학 열풍과 맞물려 대학 교수들의 강연이 늘어나고 있다. 벤처 붐이 불기 시작한 1999년~2000년 초에는 이금룡 전 옥션 대표와 공병호 전 인티즌 대표 등 벤처기업 대표들이 러브콜을 받았고 2002년 이후에는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이기태 전 삼성전자 사장 등 기업 대표들이 연사로 초청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인문학과 창조경영에 대한 CEO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김난도 서울대 교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김상근 연세대 교수 등이 연사로 초청됐다.

국내 조찬모임의 창시자라 불리는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은 "기업이 지속적인 발전을 하려면 기업인과 경영자들의 교육이 중요하다"면서 "조찬모임은 기업 경영에 필요한 지식과 글로벌 마인드, 열린 세계관, 윤리관 등 기업과 경영인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