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공정위·서울시 '협공''카페형 매장' 전환 강요…거절하면 계약해지 갑질가맹점주 100여명 시위…공정위 전수 조사 나서서울시도 가맹점주 편에

본아이에프 본사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관철동 계원빌딩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외식 프렌차이즈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가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수억원의 자금이 들어가는 카페형 매장 전환을 강요하고, 이를 거절하면 계약을 해지했다는 게 골자다. 참다 못 한 가맹점주들이 본격 실력 행사에 나서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사태는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맹점주들이 검찰 고발도 불사할 태세인데다, 공정당국도 직원 조사에 나섰다. 최근엔 여기에 서울시도 가세했다. 업계에서 이번 일이 '제2의 남양유업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갑질 논란 '일파만파'

외식 프렌차이즈인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가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10년 이상된 가맹점주들에게 수억원의 자금이 들어가는 카페형 매장 '본죽&비빔밥 카페'로의 전환을 강요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가맹계약을 해지하는 갑질을 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가맹점주들은 집단 실력행사에 나섰다. 본죽 가맹점주들로 구성된 '본죽가맹점협의회(이하 본가협)' 소속 가맹점주 100여명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에 있는 본죽 본사 앞에서 갑질 규탄 집회를 열고 본아이에프의 행태를 비판했다.

사측과 가맹점주들의 주장은 극명하게 갈린다. 본아이에프는 10년이 지나면 원점에서 재계약할 수 있다는 가맹사업법에 따라 처리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또 10년차 가맹점 85곳 가운데 81곳이 재계약했으며 가맹점 해지를 강제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본가협은 월 매출 3,000만원 이상인 10년 차 가맹점에 한해 가맹점 전환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10년 차 가맹점 85곳 가운데 8곳만 영업 정지를 당했지만, 재계약한 77개점이 어떤 불합리한 요구를 수용했는지는 모를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본가협에 따르면 본죽 가맹점은 계약 기간 10년이 경과할 경우 본사와 재계약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측이 '갑'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는 가맹사업법에서 10년을 초과하지 않는 기간 내에서만 가맹점 사업자가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에 근거한다.

여기에 본사와 가맹점 간 계약서에는 '경업금지' 조항까지 명시돼 있다. 사측이 10년차 매장에 계약 해지를 통보할 경우 생계에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동안 죽을 판매하며 전문성을 쌓아왔음에도 다른 업종으로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조항 때문에 이번에 계약해지 당한 가맹점주 2명은 소송을 당한 상태다. 다른 프렌차이즈 브랜드를 통해 죽 사업을 시작한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본아이에프는 두 매장의 300m 근방에 본죽 직영점을 오픈해 이들을 압박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본아이에프 오너일가엔 '관대'

이처럼 가맹점주들에겐 '박한' 본아이에프지만 오너일가에겐 관대했다. 본아이에프는 최대주주인 김철호 본아이에프 사장과 부인인 최복이 본아이에프 대표 부부에게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 동안 지급수수료 명목으로 123억원을 지급했다.

오너 겸 대표이사가 개인자격으로 회사와 거래하는 건 이례적인 경우다. 물론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 본아이에프가 김 사장 부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인 때문이다. 그러나 과도한 오너가 챙겨주기 논란의 소지가 있다.

본아이에프는 해당 지급수수료는 김 사장 부부가 소유한 브랜드 사용료를 지급했던 부분으로 공정한 브랜드 가치 평가에 준거해 산정했다는 입장이다. 또 2013년 5월 상표권을 모두 회사에 양도해 이후 두 대표에게 수수료가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사장에게 50억원을 빌리기도 했다. 김 사장은 이 돈을 모두 외부기관에 기부하는데 썼다고 전해졌다. 김 사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본아이에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구주매각 대금을 외부기관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투자협의가 늦어지며 김 사장은 약속했던 기부금을 납부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이를 회삿돈으로 충당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3월 김 사장 일부 지분에 대한 구주매각이 완료돼 김 사장이 빌린 50억원을 모두 상환한 상태다.

제2의 남양유업 사태 되나

사태는 확산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갑질 논란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은 남양유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먼저 본가협이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 및 시민단체와 함께 공동 대응하는 한편, 탄원서를 통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도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해 직권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실태파악을 겸해 진행하는 조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본죽 등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가맹본부의 갑질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가맹본부의 '갑의 횡포'에 대한 강력한 조사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지난달로 취임 100일을 맞은 정 위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맹·하도급·유통·대리점 등의 불공정 거래 개선을 빠지지 않고 강조해왔다.

여기에 서울시도 가세했다. 서울시는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점주들에게 자문단을 붙여 전문성을 제공할 계획이며 공정위 고발과 각종 법적 분쟁 등을 돕기로 했다. 간담회를 통해 피해 사례와 중재 가능성 및 고발 방향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송응철 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