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남 입지 흔들… 삼남 뜨나차기 회장 거론되던 장남 이사직 해임, 지분율 하락차남은 유학 위해 미국행형제 중 유일 '대표' 삼남… 이 회장도 아낌없는 지원

서울 중구에 위치한 부영빌딩 전경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작은 사진). 주간한국 자료사진
부영그룹의 후계구도를 놓고 최근 숱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세 아들 가운데 유력한 차기 회장감으로 거론되던 장남이 이사직을 사임하고 보유하던 지주사 지분율이 하락한 데다, 차남도 현재 회사에서 근무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그러잖아도 부영그룹은 그동안 후계구도가 '안갯속'이었다. 후계자로 지목된 이도 없고 지분 승계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영그룹은 이 회장이 현안을 챙기고 있어 후계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려는 적지 않다. 이 회장이 70대 중반의 고령인 까닭에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삼남의 존재가 급부상되고 있다. 형제들 중 유일하게 계열사의 대표를 맡아 경영수업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회장도 삼남의 회사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며 애정을 과시해온 대목도 눈여겨볼 만하다는 평가다.

'재계 숨은 강자' 부영

부영그룹은 재계의 숨은 강자다. 그동안 소리소문 없이 꾸준히 재계 순위를 높여왔다. 지난해엔 20위권 내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1983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한 그룹의 자산규모는 4월 기준 17조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불어났다.

이는 건설업계 틈새시장인 임대주택사업을 통해 거둔 성과다. 분양 호황기던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규모 아파트단지 '선분양 후시공'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던 일반 건설사들은 임대주택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수익성이 높지 않은데다, 브랜드 가치만 떨어지리란 우려에서다. 그러나 부영그룹은 임대주택 시장 한우물만 팠다. 이를 통해 매달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을 올리게 됐다. 불황과 부동산 경기 하락은 오히려 호재가 됐다. 임대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진 때문이다.

부영그룹의 '한우물전략'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세발자전거' 경영론이 바탕이 됐다. 두 바퀴 자전거의 속도로 비유되는 일반 분양처럼 큰 실적을 낼 수는 없어도 분양 실패 같은 사업 리스크가 현저히 작은 사업이 임대주택이라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다.

승승장구하는 부영그룹이지만 리스크는 있다. 불확실한 후계구도가 바로 그것이다. 부영그룹은 이 회장이 경영 전반을 직접 챙기고 있어 후계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올해 75세로 고령이다. 가업 승계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상황이다.

불확실한 후계구도 '걸림돌'

이 회장은 슬하에 3남1녀(성훈-성욱-성한-서정)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누구도 차기회장 후보로 지목되지 못하고 있다. 재계의 관례인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장남인 이성훈 부영그룹 부사장이 차기 회장이 되리란 막연한 추측만 있을 뿐이었다.

이 부사장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 법대 박사과정을 밟은 엘리트로 그룹에서의 위치도 가장 차기 회장에 근접했다. 그러나 최근 그룹내에서 이 부사장의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7월 이사직에서 물러났고, 보유하고 있던 부영 지분율도 2.2%에서 1.6%로 낮아졌다.

부영그룹은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눈치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이사직 임기 만료 이후 본인의 의사에 따라 연장을 하지 않았고 현재 부사장으로서 기획R&D 담당 업무를 보고 있다"며 "보유 지분이 줄어든 이유는 세금을 주식으로 물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차남 성욱씨도 그룹에서 한발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성욱씨는 당초 지주사인 부영 임원과 계열사 부영파이낸스, 광영토건 이사를 맡으며 경영수업을 받아왔지만 현재는 회사에 나오지 않고 있다. 부영그룹은 성욱씨가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과정(MBA)을 밟고 있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선 이 부사장이 이사직을 내려놓은 배경과 한창 경영 수업을 받아야 할 시기에 미국 유학을 떠난 까닭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그룹 안팎서 삼남 각광

이처럼 후계와 관련해 여러 설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셋째아들인 이성한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형제들 가운데 유일하게 대표이사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당초 건설사에 다니던 이 대표는 2006년 영화감독으로 변신했다.

'스페어'와 '바람', '히트' 등 3편의 영화를 제작했지만 흥행 성적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이 대표에게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애정을 과시해왔다. 먼저 부영엔터테인먼트는 수십억원대의 영화 제작비와 회사 운영비 등을 부영그룹 계열사인 동광주택으로부터 차입했다.

이는 동광주택이 2011년 국세청의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받은 배경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영이 보유한 건물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사무실로 임대해 주는가 하면, 이 회장의 부인 나길순 여사가 최대주주인 대화기건은 부영엔터의 채무를 떠안아 주기도 했다.

일감도 몰아줬다. 부영엔터테인먼트는 2011년 총매출 137억6,300만원 가운데 99.86%를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2009년과 2010년에도 내부거래율은 100%에 달했고, 이후에도 전량에 가까운 매출이 '집안'에서 나왔다. 이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영화감독으로서의 '본업'은 물론, 현재 건설관련 지원업무에도 관여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향후 후계자가 정해지더라도 지주사 지분 확보라는 숙제가 남는다. 걸림돌은 지분증여에 따른 증여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보유한 부영의 지분 가치는 2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며 "50%의 증여세율을 적용할 경우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송응철 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