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변화의 중심… '승계'는 언제?이 회장 공백 메우고 광폭행보 나서M&A·신사업·글로벌 내세운 이재용의 삼성1분기 실적 반등과 갤럭시S6 혁신 긍정적 평가'승계'까지는 넘어야 할 산 많아

서울 강남구 삼성본사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10일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입원 치료한지 1년이 된다. 지난해 5월 10일 저녁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 회장은 현재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이다. 병상에 누운 이 회장을 대신해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의 실질적인 오너 역할을 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재용 체제 1년 삼성의 변화를 주목하며 이 부회장이 언제 경영권을 승계할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재용의 삼성' 변신 중

이건희 회장이 지난 1년간 병상에 있는 동안 이재용 부회장은 사실상 그룹을 총괄 운영해 왔다. 이 부회장의 주도 아래 삼성그룹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우선 과감한 사업 재편으로 구조를 바꾼 게 두드러진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이후 무려 8개의 해외 기업을 사들였다. 브라질의 프린팅솔루션 업체 심프레스, 미국의 모바일 결제 솔루션업체 루프페이와 공조 전문 유통회사 콰이어트 사이드, 발광다이오드(LED) 상업용 디스플레이 업체 예스코 일렉트로닉스, 클라우드 솔루션 전문업체 프린터온 등 삼성에 가치를 더해줄 수 있는 유망 기업들이다.

또한 '1등이 될 수 없는' 비핵심 사업은 과감히 정리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삼성종합화학, 삼성테크윈 등 방위 산업 및 석유화학 분야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면서 그룹의 사업 구조를 전자와 금융이라는 큰 틀 아래 재조정하면서 규모를 줄였다.

신사업 분야도 적극 개척하고 있다. 전기차에 쓰이는 2차전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외국 유명 자동차 브랜드와의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2차전지는 전기차 시대와 함께 도래할 확실한 시장인 만큼 공격적인 드라이브로 반도체와 같은 신화를 다시 쓰겠다는 포부다. 사업에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가까운 이 부회장의 자동차 인맥이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SDI가 현재 2차전지를 공급하기로 했거나 추진하는 업체는 독일 BMW와 폭스바겐, 인도의 마힌드라와 미국의 크라이슬러 및 포드 등이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최근 국내에 이어 유럽에서도 2개 바이오시밀러 판매 허가를 신청했다. 올해 스마트헬스·스마트홈 등 사물인터넷 분야 신사업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실적' 회복해야 하는 과제

이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확실하게 평가받고 '승계'를 공식화하기까지는 '실적'을 내는 게 최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실적을 회복시켜야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그룹 순이익의 69%를 차지한 주력 계열사다.

2013년 3분기 1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삼성전자는 공교롭게도 이 회장이 쓰러진 지난해 2분기 이후 실적이 악화돼 3분기에는 4조600억원으로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다.

이 부회장이 경영 행보에 박차를 가한 지난해 4분기 5조2,90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반등에 성공한 뒤 올 1분기에는 6조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올려 실적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능력을 확실하게 인정받으려면 올해 2분기에 최소 7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 8조 원대, 2분기 7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2분기 전략스마트폰인 갤럭시S6 효과가 주목된다. 전작인 갤럭시S5는 이 회장 입원 이전에 공개됐고, 지난해 9월 IFA 2014에 앞서 공개된 갤럭시노트4와 노트엣지는 이 부회장이 경영 초기에 나온 만큼 갤럭시S6야말로 '이재용 체제'에서 나온 첫 번째 스마트폰이다. 이 부회장이 추구하는 혁신을 집약한 제품으로 평가되는 갤럭시S6은 일명 '이재용폰'으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이 주력한 갤럭시S6 효과가 본격화 하면 2분기 영업이익이 7조∼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상속과 지배구조 문제도 풀어야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의 공백을 메우며 그룹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상속과 지배구조 문제를 마무리지어야 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복잡하게 얽혀있던 순환출자 구조를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 삼성전기, 삼성SDI→제일모직'으로 단순화하는 과정도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은 0.57%에 불과하다. 따라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3.38%, 삼성생명 지분 20.76%를 상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럴 경우 상속세만 5조~6조 원을 내야 한다. 지분 처분에 따른 여론 악화도 고민거리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삼성이 안정적인 승계구도 구축을 위해 지주사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전망이 많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는 것이 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둔 조처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과 관련해 '승계'가 거론되는 것조차 경계하고 있다.

이 회장의 건강이 호전돼 회복세에 있다고 하지만 인지 기능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그룹내 역할이 더욱 막중해지고 승계론에 점차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