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성과는 '흐림'인데… CEO 지갑사정은 '맑음'보수 증가율 상위 30인 중 호실적 기업 CEO 불과 6명성과지표 전체 뒷걸음에도 연봉상승된 CEO도 3명이나보수의 증액 기준 모호해… 공시제도 강화 필요성 대두

임원 보수공시제도가 도입된 지 2년, 국내 최초로 '임원보수의 성과연동'을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다. 성과가 좋아져야 보수도 늘어나리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성과가 울상을 지어도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월급명세서는 웃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보수 증가율 상위 30인'에 포함된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회사 실적이 좋아진 건 6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24명은 경영성과 악화에도 연봉이 상승됐다. 특히 성과의 지표가 된 4개 항목이 모두 뒷걸음치는 와중에 연봉이 상승한 경우도 3명 있었다.

문제는 보수 증액에 대한 근거가 모호하다는 데 있다. 기업들은 공시를 통해 약속이나 한듯 임원처우규정에 따른다고만 밝히고 있어 급여 증액 배경을 알 수 없다. 이처럼 분별력 없는 보수 증액을 방지하기 위해 공시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모든 지표 하락에도 보수 증액

경제개혁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최근 2013년과 지난해 임원 보수를 공시한 상장사 중 225개 기업의 사내이사 278명을 대상으로 임원 보수(퇴직금 제외)가 경영성과와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를 분석한 '임원 보수의 성과연동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3월 시행된 임원 보수 공개제도의 취지에 따라 경영성과와의 연관성을 분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성과지표로는 주가와 총자산이익률(단기순이익/총자산), 총자산영업이익률(영업이익/총자산), 총자산 대비 영업현금흐름(영업현금흐름/총자산) 등이 사용됐다.

보수 증가율 상위 30명의 임원을 분석한 결과, 4개 평가지표가 전년에 비해 모두 개선된 경우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등 6명에 그쳤다. 이들의 보수증액은 회사성과 개선에 따른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자열 LS그룹 회장, 심경섭 한화 사장 등 3명은 얘기가 다르다. 4개 지표가 모두 악화됐음에도 보수가 대폭 늘었다. 먼저 권 부회장의 보수총액은 2013년 67억7,300만원에서 지난해 93억8,800만원으로 38.6%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급여에 대해 이사회가 결의한 임원처우규정에 따른다고만 밝히고 있어 급여 증액 배경을 알 수 없다. 상여에 대해서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임직원들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조직을 이끌며 성과를 창출한 점을 고려했다고만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지난해 실적(총매출 206조원-영업이익 25조원)은 2013년(229조원-37조원)보다 크게 떨어졌다. 이외에 모든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데다, 업계 내 우위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소는 보수증액에 대한 적정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권 부회장의 지난해 보수 내역 가운데 연구소가 가장 크게 문제를 삼은 건 7억5,500만원의 기타근로소득이다. 삼성전자는 1회성 특별상여 및 복리후생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만 밝혔을 뿐 납득 가능한 산정기준을 밝히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권 부회장은 앞서 2013년에도 무려 29억5,100만원의 기타근로소득을 지급받았다. 삼성전자의 다른 등기임원들도 마찬가지다. 윤부근 사장(6억5,300만원)과 신종균 사장(91억1,300만원), 이상훈 사장(4억4,400만원) 등도 지난해 기타근로소득을 받았다.

연구소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기타근로소득 항목을 통해 거액의 보수를 지급해왔다"며 "이는 급여도 성과급도 아닌 정체불명의 항목이므로 기타근로소득이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산정기준과 방법에 대한 공시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회장의 역시 보수총액은 2013년 9억5,900만원에서 지난해 22억4,800만원으로 무려 134.4% 상승했다. 먼저 LS의 주가는 지난해 31.4%, 2013년 12.9% 각각 떨어졌고, 다른 성과지표도 전반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구 회장의 2013년 급여는 9억5,900만원으로 2배 증가했고, 기존에 지급되지 않던 상여금도 새로 받았다. 구 회장은 2013년 대표이사 회장이었으나 지난해엔 대표이사가 아닌 회장으로 되어 있어 직책의 중요성도 감소했다는 평가다.

심 사장도 이런 경우다. 심 사장의 보수총액은 38.7%(2013년 5억8,600만원-지난해 8억1,300만원) 상승했다. 하지만 한화의 실적은 전년에 비해 특별히 개선된 바가 없다. 또 업계의 다른 회사와 배교해서도 수익성이 좋지 못한 편으로 나타났다.

주가하락에도 10% 증가 6명

각각의 성과지표별로 보면 주가수익률 하락에도 보수가 증가한 경우는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15명(50%)이었고, 그 중 9명은 2013년 동안에도 주가가 하락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6명은 보수증가율이 1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동국제강 주가가 지난해와 2013년 각각 49.4%와 2.9% 하락하고, 이외의 다른 성과지표도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음에도 보수총액이 2013년 9억5,200만원에서 지난해 11억900만원으로 16.4% 상승했다.

권영수 LG화학 사장도 주가가 지난해 38.2%, 2013년 8% 각각 낮아졌지만 보수총액은 2013년 9억500만원에서 지난해 10억4,100만원으로 15% 상승했다. 이는 상여금이 2013년 7,000만원에서 지난해 1억7,600만원으로 증액된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 주가가 2014년 37.8%, 2013년 16.8% 떨어진데다, 2013년 총자산순이익률과 총자산영업이익률은 2012년에 비해 나빠졌지만 보수총액은 15.5%(13억1,300만원-15억1,500만원) 상승했다.

이외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지난해 주가가 31.9% 하락했음에도 보수총액은 19.9%(13억1,500만원-15억7,600만원) 상승했고, 이광우 LS 사장도 주가가 2014 년 31.4%, 2013 년 12.9% 하락했음에도 보수총액은 28.2%(6억5,300만원-8억3,700만원) 상승했다.

성과지표 개선 안 돼도 증액

총자산순이익률 지표 부실에도 보수가 증가한 경우는 12명(40%)이었고, 이중 5명은 2012년과 2013년에도 해당 지표가 하락했다. 이들 가운데 보수증가율이 10%를 넘는 경우는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이 유일했다.

휠라코리아의 총자산순이익률은 2012년 14.19%에서 2013년 9.90%, 지난해 5.84%로 하락했고, 총자산대비 영업현금흐름비율도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업계에서의 우위도 줄어들고 있음에도 윤 회장의 보수총액은 27.3%(11억100만원-14억200만원) 상승했다.

다만 휠라코리아의 주가는 2013년과 지난해 크게 상승했다. 업계의 다른 회사들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상승률을 자랑했다. 하지만 연구소는 이를 근거로 성과와 무관한 급여의 증액을 뒷받침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총자산영업이익률 하락에도 보수가 오히려 증가한 이는 10명(33.3%)이었고, 이중 5명은 2012년과 2013년에도 해당 지표가 하락했다. 한규환 전 현대로템 부회장(현 고문)과 앞서 거론된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은 보수상승률이 10%를 상회했다.

한 전 부회장의 보수총액은 총자산영업이익률이 2012년 4.77%, 2013년 4.08%, 2014년 0.15%로 계속 하락했음에도 무려 71%(9억1,100만원-21억5,800만원) 상승했다. 지난해 보수에는 5억9,900만원의 퇴직금이 포함됐다.

한 전 부회장은 특히 상여금이 2013년 1억7,200만원에서 지난해 6억2,300만원에서 3배 이상 증가했다. 현대로템은 2013년 매출액 3조2,994억 및 연결기준 영업이익 1,744억원 등 경영성과달성과 자본확충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등을 고려해 책정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년의 3배에 달하는 성과급이 적정했는지 여부를 두고 연구소는 의문을 제기했다. 지표 가운데 총자산대비 영업현금흐름 비율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지표에서 성과가 악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현대로템 주가는 2014년 30.3%나 급락했다.

이밖에 총자산대비 영업현금흐름 비율 하락에도 보수가 증가 한 경우는 13명(43.3%)이었으며, 이중 3명은 2012년과 2013년에도 해당 지표가 하락했다. 이들 3명 중 보수증가율이 10%를 초과한 건 강승곤 로엔케이(현 씨앤피로엔) 대표 1명이었다.

로엔케이는 총자산대비 영업 현금흐름이 2012년 -19.21%, 2013년 -24.39%, 지난해 -34.59%로 계속 떨어졌고, 다른 경영실적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강 대표의 보수총액은 21.5%(21억2,400만원-25억8,000만원)으로 상승했다.

로엔케이는 별다른 급여 인상의 배경을 설명하지 않고 있다. 유일하게 긍정적인 대목은 지난해 주가수익률이 업계 다른 회사들에 비해 높다는 점이다. 하지만 연구소는 이를 근거로 성과와 무관한 급여의 증액을 설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근거없는 보수 증액 방지를 위해 공시 강화를 제시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성과가 악화된 회사들이 편법적으로 급여 항목을 통해 보수를 증액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성과보수뿐만 아니라 급여의 산정기준과 방법에 대한 공시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업보고서를 통해 성과보수의 산정방법과 기준을 기술할 때 몇년도 성과에 따라 보수가 책정되었는지, 그리고 성과지표가 달성해야 하는 목표치는 무엇인지를 밝히도록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응철 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