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두가족' 밀어주고 당겨주고최씨와 장씨 집안 공동경영영풍개발 내부거래액 감소… 반면 비율은 같은 수준 유지서린상사 내부거래액 문제서린정보기술은 비율 초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영풍빌딩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일감몰아주기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본격 시행됐다.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의 총수일가가 지분 30%(비상장사 20%)를 넘게 보유한 기업이 200억원, 또는 매출의 12% 이상 내부거래를 할 경우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해당 법안이 시행된 건 지난해 2월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신규 내부거래에만 제동을 걸고 기존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1년간 적용을 미뤄왔다. 대기업들에게 '시정'할 시간을 준 셈이다. 이후 1년 사이 대기업들은 저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탈출을 위한 노력을 했다.

여기엔 계열사 간 사업구조를 재편이나 회사 청산,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그러나 모든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불씨를 털어낸 건 아니다. 공정위 '살생부'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어디가 있을까. <주간한국>이 연속기획으로 진단한다.

영풍개발·정밀에 그룹 지원사격

영풍그룹의 지배구조는 여느 재벌가와 다소 차이가 있다. '최씨'와 '장씨'집안 그룹을 공동 경영한다는 점이다. 이들의 부친인 고 최기호·장병희 영풍그룹 공동창업주가 1949년 의기투합해 그룹을 일궜고, 2세대에 와서도 '한지붕 두가족'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영풍그룹에서 일감몰아주기법 규제 대상에 오른 건 건물관리업체인 영풍개발이 대표적이다. 영풍개발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두 아들인 세준·세환씨와 딸 혜선씨가 지분을 각각 11%씩 모두 33%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씨집안'도 33%를 가지고 있다.

영풍개발은 매출 대부분을 그룹 계열사에 의존하다시피 했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율은 ▦2008년 98%(123억8,000만원-121억5,000만원) ▦2009년 98%(124억8,000만원-122억4,000만원) ▦2010년 98.1%(132억9,000만원-130억4000만원) 등에 달했다.

이후 내부거래의 규모는 감소했지만 비율은 비슷했다. 실제 ▦2011년 97%(78억1,600만원-75억8,500만원) ▦2012년 94.7%(37억9,600만원-35억9,600만원) ▦2013년 87%(28억1,400만원-24억5,000만원) ▦2014년 95.6%(25억8,000만원-24억6,700만원) 등이었다.

유압기기 제조업체인 영풍정밀도 규제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는 장형진 회장과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이 지분 43.16%를 보유하고 있다. 영풍정밀의 매출 상당부분도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실제 영풍정밀의 내부거래율은 ▦2011년 30.1%(1,184억원-357억2,200만원) ▦2012년 19.8%(1,198억7,800만원-238억1,400만원) ▦2013년 26.2%(988억5,800만원-259억5,400만원) ▦2014년 23.7%(853억8,900만원-202억4,400만원) 등의 수준이었다.

서린상사·정보기술도 규제 대상

종합상사인 서린상사도 규제에 따라 세금을 물어야할 수도 있는 처지가 됐다. 이 회사는 장형진 회장(16.1%)과 그의 형인 장철진 전 영풍산업 회장(16,1%),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4.8%)과 그의 동생인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6.5%) 등이 지분 28.5%를 소유하고 있다.

서린상사의 지난해 내부거래율은 11.9%(2,769억8,100만원-331억6,000만원)다. 규제 기준인 12%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내부거래 규모가 문제가 됐다. 지난해 내부거래액 332억원으로 규정인 200억원을 초과해 규제대상에 포함됐다.

시스템통합(SI) 업체인 서린정보기술은 반대로 내부거래율만 기준을 넘어선 경우다. 장형진·최창근 회장 일가가 각각 33.33%와 16.7% 등 50.03%를 보유한 이 회사는 2012년 매출의 20.3%(186억4,500만원-37억9,100만원)가 내부거래를 통해 나왔다.

한때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던 기술용역업체 엑스메텍은 규제에서 한걸음 멀어졌다. 이 회사는 2009년 설립 이듬해인 2010년 내부거래율 60.1%(80억7,000만원-48억5,800만원)를 기록했다. 2011년에도 국내매출액 53.%(176억8,100만원-94억3100만원)에 달했다.

당초 이 회사 지분은 세준씨가 12%를, 세환·혜선씨가 각각 11%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의식한 듯 2011년 해당 지분 전량을 영풍에 매각했다. 이후 계열사간 내부거래도 급감했다. 이듬해 엑스메텍의 내부거래액은 5,000만원이 전부였다.

그렇다고 내부거래 논란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최창영 명예회장의 두 아들 최정일 고려아연 상무(30%)와 최내현 알람턴 대표(15%), 딸 은아씨(11%)가 지분 56%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향후 계열사 간 거래를 재개할 경우 규제 대상에 포함될 소지가 남아 있는 셈이다.

과세 대상 계열사 매각, 꼼수?

이 외에도 영풍그룹은 그동안 과세 대상에 오른 계열사 지분을 연이어 처분해 왔다. 케이지그린텍이 바로 이런 사례다. 세환씨가 지분 40%를 보유한 이 회사는 매출 전량이 계열사에서 나왔다. 그러나 2012년 고려아연에 해당 지분을 매각하면서 규제 대상에서 빠져나왔다.

케이지인터내셔날도 비슷한 경우다. 이 회사는 세준씨와 세환씨가 각각 16.67%씩 33.34%를 소유해 온데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고려아연과 영풍과의 거래에서 발생하며 주요 규제 대상으로 부상한 바 있다. 그러나 2013년 서린상사에 흡수합병되며 내부거래율이 희석됐다.

이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에 발맞춘 자발적 개선 행보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피하기 위한 '편법'이라는 시선도 있다. 또 기존 내부거래 물량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일감몰아주기가 줄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응철 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