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회피 노력에도 '불씨' 여전현대오토에버 내부거래액 매년 전체매출의 80% 이상'일감 몰아주기' 논란에도 증가세… 지난해도 8700억이노션 매출 50% '집안'서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본사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일감몰아주기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본격 시행됐다.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의 총수일가가 지분 30%(비상장사 20%)를 넘게 보유한 기업이 200억원, 또는 매출의 12% 이상 내부거래를 할 경우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해당 법안이 시행된 건 지난해 2월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신규 내부거래에만 제동을 걸고 기존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1년간 적용을 미뤄왔다. 대기업들에게 '시정'할 시간을 준 셈이다. 이후 1년 사이 대기업들은 저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탈출을 위한 노력을 했다.

여기엔 계열사 간 사업구조를 재편이나 회사 청산,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그러나 모든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불씨를 털어낸 건 아니다. 공정위 '살생부'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어디가 있을까. <주간한국>이 연속기획으로 진단한다.

과세대상 탈피 각고 노력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조사가 최근 본격화됐다. 공정위는 이미 한진그룹의 싸이버스카이와 현대그룹 현대증권, 올해 초 롯데그룹에 편입된 현대로지스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타깃으로 거론된 기업들의 목줄이 죄여오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도 규제 대상에 오른 계열사가 적지 않았다. 따라서 그동안 규제 회피를 위해 노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3년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의 합병이다. 합병 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현대엠코 지분은 35.06%였다.

여기에 2012년 내부거래율이 61.2%에 달해 과세가 사실상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들 회사의 합병으로 현대엔지니어링으로부터 16.4%의 신주를 교부받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엠코 지분율은 16.4%로 감소하면서 과세를 면하게 됐다.

같은해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 57.87%를 보유하던 현대위스코를 현대위아에 흡수합병시키면서 규제를 회피했고, 지난 2월에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하던 현대글로비스 지분13.39%를 매각하면서 오너가 지분율을 '안전권'인 29.99%로 맞췄다.

지난 4월엔 정몽구 회장 일가가 지분 28%를 보유하던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비상장)에 현대자동차 소유 롤링힐스호텔 토지와 건물의 현물출자를 결정하며 규제를 해소키로 했다. 현물출자를 완료하면 총수일가의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지분율은 16.3%까지 떨어진다.

오토에버·이노션은 규제대상

이런 노력에도 그룹 내엔 여전히 과세대상 계열사가 남아있다. SI업체인 현대오토에버가 그런 경우다. 이 회사는 정몽구 회장(10%)과 정의선 부회장(19.5%)이 지분 29.5%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그동안 매출 대부분을 그룹 계열사에 의존하다시피 해왔다.

실제 이 회사의 내부거래율은 ▦2010년 90.8%(총매출 5,631억원-내부거래액 5,118억원) ▦2011년 89.2%(6,681억원-5,965억원) ▦2012년 85.1%(8,459억원-7,200억원) ▦2013년 87.2%(9,308억원-8,123억원) ▦2014년 88.6%(9,828억원-8,713억원) 등이었다.

현대오토에버의 내부거래 규모는 계속해서 늘었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을 때도 증가세는 멈추지 않았다. 현재 재계에선 현대오토에버의 상장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상장시 지분 소유 규제가 30%로 늘어나 과세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광고회사인 이노션도 규제 리스트에 사명을 올린 상태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정몽구 회장의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40%)이다. 당초 정의선 부회장도 40%를 보유했지만 지난해 모건스탠리PE-SC은행 컨소시엄에 30%를 매각하고 남은 10%만을 쥐고 있다.

이노션 역시 매년 매출의 절반 가량이 '집안'에서 나왔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율은 ▦2011 49.6%(3,440억원-1,708억원) ▦2012 53.9%(4,113억원-2,220억원) ▦2013 44,3%(3,561억원-1,580억원) ▦2014 50.1%(3,952억원-1,980억원) 등의 수준이었다.

현재 이노션은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8일엔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도 통과했다. 정확한 공모구조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재계에선 정성이 고문과 정의선 부회장의 전체 지분이 규제범위인 30% 이하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많다.

커머셜·머티리얼도 감시대상

이외에 현대커머셜과 현대머티리얼의 경우 당장 과세 대상은 아니지만 감시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먼저 현대커머셜이 경우 정몽구 회장의 차녀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33.33%)과 정 고문의 남편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16.67%)이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커머셜의 내부거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지난해 전체 매출 3,508억원 중 94억원 정도가 내부거래를 통해서 올린 금액이다. 이전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다만 향후 내부거래액이 200억원을 넘어서게 될 경우 과세 대상에 포함되게 된다.

현대머티리얼도 비슷한 사례다. 이 회사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아니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의 조카인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삼촌회사'로부터 일감을 몰아 받아 공정당국이 현대차그룹 규제대상 기업으로 판단했다.

당초 2010년 설립된 현대머티리얼은 2011년 전체매출 757억원 중 75.7%에 해당하는 609억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이런 지원사격에 힘입어 설립 2년만인 2012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머티리얼의 내부거래는 이후 줄기 시작했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율은 2013년 32.3%(1,421억원-460억원)로 감소한데 이어, 지난해 10.1%(1,032억원-104억원)까지 떨어지면서 과세대상에서 벗어나게 됐다. 물론 현대커머셜과 마찬가지로 향후 내부거래 규모를 늘릴 경우 다시 과세대상이 될 소지는 남아있다.



송응철 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