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공룡들 사활 건 싸움… 시내면세점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시내 면세점을 획득하기 위한 유통업계의 전쟁이 치열하다. 연합뉴스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한화, SK, 이랜드
파라다이스 가세… 중소·중견기업 유진·하나투어 등도 참여
6월 1일 입찰 마감… 7월 대기업 2곳, 중소·중견기업 1곳 선정

관세청이 6월 1일까지 면세점 사업권 신청을 받으면서 추가 개설되는 면세점의 주인이 누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통가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는 시내 면세점은 서울 3곳, 제주 1곳에 세워진다. 기업들이 면세점을 품기 위한 각축전을 벌이는 것은 내수 침체 속에 면세점 사업이 유일한 희망의 끈으로 판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각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타 기업과 손을 잡는 등 사활을 건 전쟁을 펼치고 있다. 과연 어느 기업이 마지막에 승자가 될 것인지는 오는 7월 결정된다.

면세점 '황금알 낳는 거위'되다

중국 관광객(유커)들로 북적이는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연합뉴스
국내 면세점 시장은 최근 3~4년 사이 중국 관광객의 급증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황금알 낳는 거위'로 변했다. 관세청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4조5,000억원이던 국내 면세점 시장은 지난해 2배 가까운 7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한 데는 중국인 관광객이 큰 몫을 차지했다. 지난해 총 입국자의 43%에 달하는 612만명이 중국인 관광객으로 이들이 쇼핑에 쓴 돈은 1인당 평균 1,431달러(약 155만원)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 평균의 2배다.

경기침체로 내국인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상황에서 유커의 영향으로 면세점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유통 공룡들이 앞다퉈 면세점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유통업계가 이렇게 사활을 건 까닭은 점차 줄어드는 매출 속에서 면세점 사업만이 유일한 돌파구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의 매출은 1조9,000억원으로 롯데백화점 본점 매출(1조8,000억원)을 뛰어 넘었다. 그룹 설립 30여년 만에 처음이다.

다른 유통업체들도 부침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신세계 백화점과 마트도 연속 마이너스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호텔 신라 역시 지난 2012년 447억원을 웃돌던 호텔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절반 수준인 243억원으로 급감했다. 현대백화점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 1·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 줄었고 영업이익도 7% 감소하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매년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던 홈쇼핑 매출도 뒷걸음질치고 있어 면세사업에서 부진 탈출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면세점 시장 규모 전년대비 20.5% 증가한 약 10조원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8조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1.6% 성장했다. 이 중 5조4,000억원의 매출이 시내면세점에서 발생했으며, 이는 전년대비 30%이상 증가한 수치다.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지난 해 부진한 수치를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성장률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 출국자수 증가에 따른 백화점에서 면세점으로의 소비 이동이 올해도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예상하는 이유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면세점 시장규모는 전년대비 20.5% 증가한 10조원을 예상하고 있어,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유통업체에게는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유통공룡들 '빅매치'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까지 면세점 확보에 전력하고 있다.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은 총 6개(롯데 3개, 신라 1개, 워커힐 1개, 동화 1개)로 앞으로 서울 3곳과 제주 1곳에 면세점이 추가로 세워질 예정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 출사표를 낸 대기업은 HDC신라면세점(호텔신라), 현대백화점그룹, 롯데면세점, 신세계그룹,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이랜드그룹 등이다. 여기에 파라다이스그룹이 서울 시내 면세점 진출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는 등 특허 입찰 준비에 가세했다.

국내 1위 롯데면세점은 기존 3곳을 운영 중이지만 한류 문화 콘텐츠 제작을 통해 관광객 유치에 힘써온 것과 경쟁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 제품을 발굴해 해외 동반 진출의 기회를 제공한 점을 내세워 추가 유치전에 나섰다. 신라면세점 역시 협소한 공간과 적자인 인천공항과의 시너지를 통해 바잉파워를 구축,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기 위해 시내 면세점 추가 유치가 간절한 상황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사업 다각화와 수익 제고 차원에서 호텔신라와 손을 잡았고, 현대백화점은 3년 전부터 기획조정본부 사업개발팀을 중심으로 면세점 사업에 대한 준비를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조선호텔이 김해공항 면세점 사업의 무거운 비용부담을 이기지 못해 지난해 처음 자본잠식에 빠지자 시내 면세사업권 확보로 이를 타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워커힐(SK네트웍스)은 기존 광장점이 시내와 떨어져 있는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접근이 쉬운 시내 추가 면세점 확보가 절실하다. 지난해 국내 면세시장 평균 성장률을 크게 웃돈 46%를 기록한 워커힐은 패션메카이고 DDP 등 관광자원이 풍부한 동대문 지역의 케레스타 빌딩을 시내면세점 입지로 일찌감치 낙점하고 입찰전략을 준비해 오는 등 신규 시내면세점 특허유치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의 성공적인 운영경험을 토대로 본격 면세점 사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랜드 측은 면세점 사업이 패션·유통·호텔·외식·레저 등 이랜드의 기존 사업분야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본다.

파라다이스는 지난 2009년 부산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신세계그룹에 매각한 지 5년 만에 면세점 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셈이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중소ㆍ중견기업으로 입찰하기 위해 부산에서 면세점사업을 벌였던 파라다이스 대신 지주사인 파라다이스글로벌로 사업신청을 했다.

중소 중견기업 시내면세점 후보군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건자재 생산·유통 전문 유진기업이 MBC와 손잡고 여의도 MBC 사옥을 후보지로 입찰에 참여했다. 하나투어도 최근 면세 사업 법인인 '에스엠이즈 듀티프리' 명칭을 '에스엠(SM) 면세점'으로 변경하고 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76%까지 끌어올렸다. 합작법인은 토니모리ㆍ로만손 등 10여 개사로 구성됐다.

서울 양재동에서 복합쇼핑몰을 운영하는 하이브랜드도 도전 의사를 밝혔고, 국내 3,500여 개 회원사를 거느리고 있는 한국패션협회도 최근 회원사 10~15곳 정도를 모아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면세점 전쟁' 7월 중 승자 나와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은 오는 7월 중 대기업 2곳, 중소ㆍ중견기업 1곳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다. 관세청은 공고한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기업을 사업자로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내 면세점 특허권 심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로 배점돼 있는 부분은 '특허보세 구역 관리 역량(250점)'과 '경영 능력(300점)'이다. 관광 인프라 등 주변 요소는 접근성과 인프라 구축 노력 등으로 각각 150점씩 할당돼 있다. 또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사회 공헌과 기업 이익 사회 환원 및 상생 협력을 보는 부분도 150점씩이다.

시내 면세점 입찰 경쟁에 뛰어든 기업들의 대부분은 후보지를 발표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본관 명품관 전체를 면세점으로 바꾸겠다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인근 남대문 시장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연계시켜 침체된 지역 상권을 되살리겠다는 의도도 안고 있다. 호텔신라는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용산 아이크파크몰을 최종 결정했다. 신라면세점 운용 경험과 용산 아이파크몰 입지 등 각자의 장점을 내세워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여의도 63빌딩을 선택했다. 황금색을 좋아하는 중국 관광객들이 '골드바'라고 부르는 63빌딩은 인지도도 높고 빌딩 내 아쿠아리움 등 관광 인프라도 보유했다는 장점이 있다. SK네트웍스는 동대문 케레스타를 선택했다. 쇼핑과 숙박 등 동대문 상권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면세점은 새로운 면세점 사업지로 동대문 롯데피트인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롯데자산개발이 운영 중인 롯데피트인은 지난해 7월 중국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 여사가 쇼핑하러 방문할 정도로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이다.

현대백화점은 삼성동 무역센터점을 후보지로 선정했다. 특히 합작법인에 중견ㆍ중소기업들을 주주로 참여시켜 상생의 의미를 부각시켰다. 이랜드와 롯데면세점만이 입지 선정작업을 최종 조율 중인 상황이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지상 30층, 지하 8층 규모의 SK건설 명동빌딩에 면세점을 열 계획이다. 이 빌딩의 지분 19.9%를 갖고 있는 파라다이스그룹은 3층부터 10층까지를 면세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한편, 관세청은 6월 1일까지 면세점 사업권을 신청한 기업을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7월 중 최종 사업자를 발표한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