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에서 수사로 이어지는 추세… 사정정국 흐름 가늠포스코·동국제강·경남기업 수사의 시작점은 세무조사조사4국 복수 기업에 대한 동시다발적 특수조사 착수수사 이어질지 여부 촉각

재계에 사정정국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세청의 칼끝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수사 선상에 오른 기업 대부분이 국세청의 세무조사에서 비리 단서가 확인된 때문이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검찰 수사의 '밑그림'을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세청 조사 검찰 수사 밑그림?

국세청이 과거 기업 세무조사 자료를 정밀하게 재검토하면서 특이 사항들을 집어내 수사로 연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기에 국세청이 공유하고 있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현금 흐름 자료도 핵심적인 수사 자료로 애용되는 추세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포스코·동국제강·경남기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포스코건설은 2013년, 경남기업은 지난해 받은 세무조사가 수사의 시작점이었다. 동국제강도 지난 2011년 세무조사 당시 자료를 바탕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검찰 수사 리스트에 오른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도 이런 경우다. 박 회장은 1999년 워크아웃 당시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대주주의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후 '티엔엠커뮤니케이션즈'라는 광고대행사를 통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해왔다.

박 회장은 부인이 최대주주인 이 회사를 통해 신원의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조세포탈을 했고, 가족과 지인 등의 명의로 주식을 보유해 증여세를 탈세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국세청은 지난 1월부터 이달 초까지 신원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국세청은 박 회장이 회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박 회장에게 명의를 빌려준 혐의로 부인과 회사 관계자 등에게 증여세 탈루 혐의로 200억원 규모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박 회장은 11억원가량 조세포탈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결국 국세청 세무조사가 향후 검풍(檢風)이 어디로 향할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단 얘기다. 국세청은 현재 복수의 기업들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대부분 비자금이나 횡령, 탈세 등 특정 혐의에 대한 특별조사를 전담하는 조사4국이 투입됐다.

복수 기업 특별조사 진행

먼저 이마트가 국세청 조사4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조사는 앞선 검찰 수사의 연장선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3월 신세계그룹 총수일가에 대한 계좌 추적을 진행하며 미심쩍은 금융거래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

당시 신세계는 법인 계좌에서 발행된 70억원 상당의 당좌수표를 물품 거래 대신 현금화해 총수 일가 계좌에 일부 입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해당 자금을 대주주가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했는지 여부에 대해 중점적으로 수사했다고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국세청이 최근 조사4국을 투입한 것은 이마트의 탈세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한 구체적 첩보를 확보했기 대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마트는 그룹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기업인 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도 조사4국의 '타깃'이다. 국세청은 두산그룹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두산이 금융계열사인 두산캐피탈 주식을 2013년 유예기간을 넘어서까지 보유하면서 특수관계인의 부당한 이익은 없었는지 등에 조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두산그룹은 앞서 2009년 금산분리법 준수를 위해 지분구조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두산캐피탈 지분을 보유해오다 공정위로부터 56억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그러나 제값을 받고 팔겠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해당 지분을 쥐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또 과거 출자구조의 중요한 역할을 했거나 내부거래 규모가 큰 계열사와의 부당거래가 있었는지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고 전해졌다. 조사 대상은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 두산건설, 두산엔진, 두산타워, 두산생물자원 등 6개 계열사다.

두산그룹의 또다른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도 조사4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4년 전인 2011년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는 만큼 정기 세무조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조사4국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특별세무조사이리라는 시각이 많다.

대한제당 세무조사에도 조사4국이 투입됐다. 대한제당이 2013년 법인세 통합조사를 받고 70여억원의 추징금을 통보받은 지 불과 2년만에 이뤄지는 조사다. 그 배경을 '해운비리'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과 연관짓는 시선이 많다.

이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 의원 장남 자택에서 나온 현금 뭉치 6억원의 출처가 대한제당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때문이다. 한때 대한제당 사장 출신인 박 의원은 검찰에 해당 자금이 2010년 별세한 고(故) 설원봉 전 대한제당 회장에게 받은 격려금이라고 소명했다.

문제는 해당 자금의 성격이다. 출처가 모호하고 차명으로 관리됐다는 점을 보면 비자금이 의심된다. 바로 이 대목이 세무당국에서 대한제당을 주목하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조사에 따라 향후 추가 비자금 조성 사실이 적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그룹 최대 협력사 가운데 하나인 자동차부품업체 경신도 조사4국으로부터 특별조사를 받고 있다. 재계에선 경신에 대한 세무조사가 지난해 불거진 이승관 경신 대표 부부의 역외탈세 의혹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 부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수천만달러에 달하는 미국 내 부동산을 매입했다. 해외부동산투자가 2006년 100만달러, 2007년 300만달러까지 허용됐다는 점에서 실정법을 넘어선 불법 투자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부동산 매입에 투입된 자금 출처와 관련된 의혹도 나왔다. 부동산 매입 시점에 이 대표가 회사 순익의 수십배에 달하는 자금을 해외 부동산 매입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자금의 출처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외에 교보증권과 한라그룹 주력계열사인 만도에도 조사4국의 칼끝이 향해있다. 이들 기업에 투입된 부서가 조사4국인데다, 특히 교보증권의 경우 2013년 정기 세무조사 이후 불과 2년 만에 이뤄지는 조사라는 점에서 특별세무조사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4국 외 부서 특별조사도

조사4국이 아닌 다른 부서로부터 특별조사를 받는 기업도 있다. 롯데로지스틱스가 그런 사례에 해당된다. 이 회사는 국제거래조사국의 특별조사를 받고 있다. 재계에선 이번 조사가 앞서 진행된 롯데쇼핑에 대한 세무조사의 연장선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국세청 조사4국은 2013년 7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7개월간 롯데쇼핑과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롯데마트 4개 사업부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당시 국세청은 2011년에서 2012년 사이 롯데쇼핑과 나머지 사업본부의 수상한 자금 흐름에 대해 정밀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은 롯데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정책본부까지 뒤졌다. 조사 결과 국세청은 특정 계열 소속 직원들의 임금을 롯데쇼핑에서 대납해준 정황을 포착했고, 계열간 내부거래 내역에서도 수상한 자금흐름도 확보했다.

롯데쇼핑과 일본 롯데 및 해외계열사들의 거래내역도 샅샅이 뒤졌다. 오너일가의 사실상 개인회사에 대한 과도한 일감 몰아주기와 거래액 부풀리기 등 불공정행위를 통한 탈루 의혹도 점검했다. 조사 일정을 80일 넘게 연장하는 등 고강도 세무조사가 벌어졌다.

지난해 1월 세무조사를 마무리한 국세청은 롯데쇼핑에 약 700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부과했다. 소명절차를 거쳤지만 최종 추징세액은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조사에서도 사업부 및 계열사간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이 문제가 됐다고 전해진다.

현대중공업도 조사4국 외 부서로부터 특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 본사 소재지인 울산시를 관할하는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이 투입됐다. 조사4국이 담당해야 할 사안이지만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해 조사1국을 투입했다는 전언이다.

국세청은 현대중공업의 해외자금 거래에 문제를 포착했다고 알려졌다. 국세청은 현대중공업 해외지사 17개와 해외법인 28개 등의 해외 자금 거래 내역을 정밀 조사할 방침이며, 국내 5개 금융계열사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고 전해졌다.

국세청이 상당한 탈세 혐의를 잡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세청은 그동안 사정이 어려운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자제해왔지만 현대중공업에 대해서는 심층 세무조사에 나선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극심한 경영악화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신한지주는 조사4국과 마찬가지로 특별 세무조사를 주로 담당하는 조사3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신한지주 주요 주주들의 주식 변동 상황이 조사 대상이다. 주식변동조사란 주요 주주들의 주식 변동 과정에서 해당 법인의 탈세 여부를 확인하는 세무조사다.

신한금융 창립 모태인 재일 교포 주주들에 대한 주주 개인의 변칙 상속 및 탈세 여부와 자금 출처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다. 재일 교포 주주들은 현재 2ㆍ3세도 주요 주주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주식 보유 비중은 17%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세청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라고 입을 모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세정당국 안팎에선 이들 기업들에 대한 조사가 '묵직한' 비리사실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라는 분석이 많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국세청 조사가 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국세청 사정 대상이 된 기업들을 중심으로 오너일가가 줄소환되는 사태가 벌어지진 않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응철 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