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정조준’…정치권 사정 신호탄?분양대행ㆍ폐기물업체에 한날한시 압수수색 진행야당 의원의 개입 의혹 수사… 동생은 출국금지분양 수주 과정서 압력?…폐기물 관련법에 입김?

검찰이 부동산 분양대행업체와 건설폐기물 처리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언뜻 보기엔 재계 사정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이들 업체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수사의 핵심이다. 검찰 안팎에선 일부 의원의 실명마저 거론되고 있다.

이를 두고 그동안 예고돼온 정치권에 대한 사정이 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많다. 앞서 사정기관 안팎에선 6월 중에 여야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리란 말이 회자됐다. 정치권에선 이번 수사를 시작으로 검찰의 칼바람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리란 위기감이 팽배하다.

재계 아닌 정치권 수사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지난 2일 서울 강남의 분양대행업체 I사와 경기도의 건설폐기물 처리업체 H사에 수사관 30여명을 투입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I사 대표 K씨와 H사 대표 Y씨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이 사업영역이 다른 이들 업체를 동시에 압수수색한 건 이례적이다. 그러나 이번 수사의 배경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검찰의 칼이 향한 곳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끝에 야당 중진 국회의원 A씨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은 A의원이 두 대표의 로비 의혹에 개입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따라서 이번 수사는 사실상 재계가 아닌 정치권에 대한 수사라는 견해가 많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로 주춤했던 정치권에 대한 수사가 재개됐다는 평가다.

A의원 동생 B씨에 돈 전달?

먼저 I사 대표 K씨는 분양대행업계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2008년부터 대형건설사에서 분양ㆍ투자대행 계약 수십건을 수주했다. 최근에도 서울과 경기도 일대 만성 미분양 아파트를 대거 분양에 성공시키면서 I사를 연매출 100억원대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검찰은 I사 급속성장 배경에 정치권 인사들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I사와 A의원의 동생인 B씨의 자금거래 내역을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또 B씨를 출국금지한 한편, 주변 금융계좌를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K씨가 회삿돈을 빼돌려 조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수십억원 가운데 상당 부분이 B씨에게 건네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B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2012년까지 건설업체를 운영해온 인물이다. 검찰은 B씨가 I사 수주 알선 등 사업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I사 비자금이 B씨를 통해 A의원에게 흘러갔는지, A의원이 I사 사업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김씨를 불러 회삿돈 횡령 여부와 용처, B씨와의 관계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H사 대표 입법 로비 의혹

H사 대표 Y씨는 사업을 따내는 과정에서 정ㆍ관계에 로비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당초 건설공사 ‘뒤처리’ 정도로 여겨지던 건설폐기물 처리업은 2005년 관급 공사의 폐기물 처리 용역을 분리 발주하도록 한 ‘건설폐기물의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시장이 불어났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창구로 H사 외에 Y씨가 실질적 사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G사를 눈여겨보고 있다. 검찰은 유씨가 자신의 친인척을 대표로 앉혔다는 점에서 G사의 비자금 조성을 위한 ‘특수목적’으로 설립됐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또 검찰은 과거 유씨의 동업자이던 C씨의 정치권 인맥에도 주목하고 있다. 2010년까지 G사의 대표를 맡은 바 있는 C씨는 전북지역에서 체육관련 단체와 장학재단을 이끌며 정치권 인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다고 알려졌다.

검찰은 또 Y씨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업계 관련 단체장을 맡아오면서 조직적인 차원에서 정치권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첩보도 입수했다. 재활용 골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공사범위와 사용량 비율 확대를 위해 정치권에 금품을 살포했다는 내용이다.

관급공사에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재활용 골재의 비율은 2008년 전체 사용량의 15%에서 올해 35%로 높아졌고, 2016년엔 40%가 된다. 검찰은 유씨가 유관부서 소속 의원과 접촉했는지 조사 중이다. 그 대상으로 거론되는 게 바로 P의원이다.

B씨ㆍA의원 형제 수사 전력

한편 B씨와 A의원 형제는 앞서 2010년 경기 지역 부동산 개발비리 수사 당시 함께 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B씨는 2006년 경기 지역 택지개발지구 사업 과정에서 행정자치부 서기관 이모씨에게 모두 2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당시 A의원이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발견됐다. A의원은 2006년 5월 이씨를 불러 “택지개발지구가 지정되면서 해당 지역 기업들이 이전할 곳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고, 이씨는 “관련 특별법에 따르면 산업단지를 조성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A의원은 “내 동생과 상의해 보라”는 권유도 했고, 그 다음달인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B씨와 이씨의 만남이 성사됐다고 전해진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A의원에 대해서도 조사했지만 범죄 혐의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송응철 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