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형제 집안별 각각 지원사격삼형제 사실상 계열분리… 관련법상 ‘한집안’ 분류계열분리 완료할 경우 자산규모상 규제 회피분리 쉽지 않을 전망

대성그룹 본사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의 동덕빌딩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일감몰아주기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본격 시행됐다.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의 총수일가가 지분 30%(비상장사 20%)를 넘게 보유한 기업이 200억원, 또는 매출의 12% 이상 내부거래를 할 경우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해당 법안이 시행된 건 지난해 2월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신규 내부거래에만 제동을 걸고 기존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1년간 적용을 미뤄왔다. 대기업들에게 '시정'할 시간을 준 셈이다. 이후 1년 사이 대기업들은 저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탈출을 위한 노력을 했다.

여기엔 계열사 간 사업구조를 재편이나 회사 청산,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그러나 모든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불씨를 털어낸 건 아니다. 공정위 '살생부'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어디가 있을까. <주간한국>이 연속기획으로 진단한다.

'한지붕 세가족' 독자경영

대성그룹의 지배구조는 특이하다. 삼형제의 승계작업이 마무리돼 사실상 계열분리와 다름없는 상황이다. 고(故) 김수근 창업주의 장남 김영대 회장이 대성합동지주, 차남 김영민 회장이 서울도시개발, 삼남 김영훈 회장이 대성홀딩스를 통해 각각의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삼형제는 독자적으로 자신의 소그룹을 경영을 하고 있다. 소그룹 간 왕래는 사실상 전무하다. 앞서 12년간 경영권과 유산을 놓고 분쟁을 벌이는가 하면, '대성'이라는 간판을 짊어질 적임자가 누구인지를 놓고도 법정공방을 치르면서 감정이 골이 깊어진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상 불가피하게 '한집안'으로 묶여있는 상황이다. 형제들이 보유한 교차지분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친인척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상호간의 지분 출자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복잡하게 얽힌 지분 소유구조를 정리해야 계열분리가 되는 셈이다.

소그룹별 주요 규제 대상은?

이 때문에 대성그룹은 자산규모상 공정위 '살생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형제가 독립경영을 하는 만큼 규제 대상에 오른 회사도 다른 그룹과 비교해 많다. 소그룹별 주요 규제 대상을 보면 '김영민 회장 일가'엔 IT서비스업체인 에스씨지솔루션즈가 눈에 띈다.

이 회사는 2012년까지만 해도 총수일가 지분이 없어 규제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2013년 김영민 회장의 장남인 김요한 서울도시가스 부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서울도시산업의 흡수합병을 통해 오너가 지분율이 100%로 올라가면서 새로 규제대상에 포함됐다.

대성그룹은 합병의 배경으로 '경영효율성 제고와 지배구조 단순화'를 들었다. 그러나 재계에선 '내부거래 희석용'이란 시각이 많다. 서울도시산업이 그동안 매년 100억원대의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채워오면서 주요 규제 대상으로 거론돼 온 때문이다.

합병 이후 서울도시산업의 내부거래율은 희석됐다. 반면 합병 이전인 2012년 17.3%(총매출 405억원-내부거래액 70억원)이던 에스씨지솔루션즈의 내부거래율은 2013년 42.2%(579억원-245억원)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29.3%(897억원-263억원)으로 일부 감소했다.

'김영대 회장 일가'에서는 가스시설업체 에이원이 규제 대상에 포함돼 있다. 이 회사는 대성산업가스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다. 2011년과 2012년의 내부거래율은 각각 98.8%(48억7,800만원-48억2,000만원)와 95%(28억6,700만원-27억2,60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의식한 듯 내부거래율이 줄었다. 내부거래가 줄어든 반면 외부 일감을 늘리면서 내부거래율은 46.3%(40억8,600만원-18억9,500만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다시 50.8%(30억9,300만원-15억7,400만원)로 증가했다.

'김영훈 회장 일가'의 건설업체 대성이앤씨의 내부거래율도 에이원과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이 회사는 2011년 총매출 322억원 중 202억원을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고, 2012년에는 아예 전체 매출 100%를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2013년엔 대성이엔씨의 외부 일감을 대량 확보해 매출을 680억원까지 끌어올린 한편 내부거래를 182억원까지 감소시키면서 내부거래율은 26.8%로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외부 일감이 크게 줄어들면서 내부거래율은 36%(432억원-156억원)로 올라갔다.

계열분리 마치면 규제 회피

대성그룹이 향후 계열분리를 하게 될 경우 자산규모상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계열분리작업은 쉽지 않으리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가치산정이나 형제간 합의 등 복잡한 문제가 남아있어서다.

특히 형제들이 갈등을 빚어온 만큼 교차지분 정리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 내는 일이 험난하리란 시각이 많다. 소요될 자금 규모도 크다.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한 지분 매입에 투입돼야 하는 현금이 '집안'별로 수백억원대에 달한다고 분석된다.

무엇보다 계열분리가 대성그룹 전체에 득보다 실이 크리란 평가가 많다. 기업집단 규모 축소 등에 따른 계열사들의 직간접적인 가치하락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따라서 재계에선 돌발변수가 없는 이상 현재의 지배구조 체제가 유지되리란 해석이 우세하다.



송응철 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