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삼성 이재용 사과 뒤 후폭풍 예고

'메르스 책임론' 비등… 개혁 박차
이재용 부회장 직접 대국민 사과
삼성병원 공개 늦어진 배경 의혹
삼성병원·재단 책임자 교체설도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이 부회장은 23일 오전 서초사옥 다목적홀에 나와 머리 숙여 사과하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그룹차원의 향후 계획 등을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사과에 나선 것은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와병 중인 상황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삼성그룹을 대표한 행보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은 사과문에서 "삼성서울병원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머리숙여 사죄한다"면서 "사태가 수습되는대로 병원을 대대적으로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과 이와 연계된 국내 최고 수준의 병원이 메르스 사태로 국민적 비판을 받은 것과 관련해 병원 자체의 문제와 함께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부재가 지적되고 있다.

특히 메르스 사태가 확산된 데에 삼성병원과 그룹 관계자들의 부적절한 처신도 한몫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대국민 사과

이재용 부회장이 메르스 사태에 대해 직접 사과한 것은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을 대표해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반면 메르스 사태에 서울삼성병원이 책임이 있고, 병원의 최고 책임자가 이 부회장이기 때문에 전면에 나서 사과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 삼성서울병원을 설립, 운영하고 있는 것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이고, 이재용 부회장은 재단의 이사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장을 지낸 윤순봉 삼성병원 사장(지원총괄)이 최근 삼성생명공익재단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송재훈 삼성병원 원장 등이 핵심 책임자다.

삼성병원은 메르스 초기 방역 실패에다 대규모 환자까지 양산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메르스 1번 환자는 5월 18∼20일 삼성병원에 입원했다가 20일 국내 최초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1번 환자 부인은 국내 두 번째 메르스 환자 확진을 받았다. 이후 메르스 환자가 급증, 삼성병원이 최대 슈퍼 전파자라는 오명을 받게 됐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가 무방비적으로 급속하게 확산된 가장 큰 원인으로 메르스 발생 초기 병원 및 환자 정보를 비공개한 것을 꼽는다. 의료계와 정부 부처 주변에선 그러한 '비공개'오류에 보건복지부 외에 삼성병원도 관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메르스 감염 병원이 뒤늦게 공개된 데에 '삼성의 힘'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3일 국회 대정문질문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이 "메르스 사태 초기 병원 공개를 하지 않도록 한 것은 누구의 결정이냐"는 질문에 "의료계, 병원,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상황에 맞춰서 제가 판단했다"고 답했다. 문 장관은 본인이 비공개 결정을 했다고 밝히면서 의료계와 전문가들의 분석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병원 구설수 왜 나오나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초기 병원을 비공개로 한 것뿐만 아니라 해당 메르스 전파 핵심 병원이 삼성병원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일각에서는 "삼성병원과 관련해 일종의 편의를 봐준 것 아니냐" "삼성 측과 보건 당국이 비공개 부분을 따로 논의한 것 아니냐" 등의 의혹이 일었다.

삼성병원은 서울지역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였고 이를 보건복지부와 청와대는 인지하고 있었다. 확진 및 양성판정이 난 의료진이 2명이고 이 병원을 거쳐 간 환자들이 부천, 부산으로까지 2,3차 감염의 매개자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고, 병원측도 다른 병원과 달리 응급실 폐쇄, 병동격리 등에 미온적이었다. 삼성병원은 '1번 환자'를 메르스 감염자로 확진한 최초의 병원이다. 그러나 이후 과정에서 보건당국의 뒤에 숨어 아무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급기야는 '2차 진원지'가 됐다.

더욱이 삼성병원과 관련 기사에 달리는 덧글이 계속 삭제되고 있는 점도 의혹을 부추겼다. 병원 업계에 근무하는 한 인사는 "메르스 확산과 관련해 삼성병원에 대한 글이 올라오면 수시로 해당 덧글이 삭제돼 네티즌들 사이에서 괴담이 확산되고 있다"며 "의료업계 관계자들도 이 부분 때문에 정부와 보건복지부 그리고 삼성병원 측이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삼성생명공익재단 고위관계자가 현 정부 실세인 모 각료를 만났다거나 삼성병원 고위층이 청와대 관계자들과 접촉했다는 소문도 돌아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중대 책임론

삼성병원이 메르스 사태 확산의 진원지로 밝혀지면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현재 삼성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경우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재단 이사장에 취임했고, 윤순봉 삼성병원 사장(지원총괄), 송재훈 삼성병원 원장 등이 병원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지배구조상 삼성병원은 삼성그룹의 직접적 영향력 아래 있는 것과 다름없다. 삼성병원의 중대한 결정은 병원장의 독립적 판단과 의지보다는 총수 일가와 윤순봉 사장 등 그룹차원의 검토가 우선된다. 메르스 사태에 삼성병원 외에 그룹에 책임론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에서 "메르스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병원을 대대적으로 개혁하겠다"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느지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병원 및 재단의 대대적인 수술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삼성그룹과 삼성병원의 변신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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