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력 강화 위해 주주권익 무시?일감몰아주기법 규제 '회피용' 조치 해석도2대 주주인 국민연금 합병 반대 의사 밝혀SK 합병 강행 방침

SK와 SK C&C의 합병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먼저 합병의 배경이 도마에 올랐다. 회사가 밝힌 입장은 '회사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다. 그러나 재계에선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 내지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회피 등을 실제 합병 배경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여기에 삼성과 엘리엇 간 분쟁과 마찬가지로 합병비율로 인해 주주권익이 침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SK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도 이런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SK그룹은 이에 아랑곳 않고 합병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양사 합병의 진짜 배경은?

SK와 SK C&C의 합병이 결의된 건 지난 4월20일이다. 이들 회사는 각각 이사회를 열어 오는 8월1일 합병을 최종 마무리하기로 했다. 합병은 SK C&C와 SK가 각각 1대 0.74 비율로 이뤄질 예정이고, 합병회사의 사명은 'SK주식회사'를 쓰기로 결정했다.

SK그룹이 밝힌 합병의 배경은 '회사 경쟁력 제고'로 요약된다. SK C&C가 보유한 정보통신기술(ICT) 역량 기반의 사업 기회와 SK의 자원의 결합함으로써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다양한 신규 유망사업을 발굴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으리란 게 사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합병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먼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SK그룹의 지주사는 SK다. 그러나 최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인 SK 지분은 0.02%에 불과하다.

최 회장은 SK의 최대주주이자 자신이 지분 32.9%를 보유한 SK C&C를 통해 기형적으로 그룹을 지배해왔다. 그러나 합병 이후 최 회장과 그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은 통합 SK의 지분 30.88%를 보유해 안정적으로 그룹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

향후 일감몰아주기 과세와 공정거래법 규제의 회피 가능성도 합병 결정의 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SK C&C는 최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는 지분 43.43%를 보유 중이다. SK C&C의 내부거래액은 2013년 기준 9,54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1.5%에 달한다.

이 때문에 최 회장 등 총수일가는 일감몰아주기법에 따라 매년 상당 금액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재계에선 그동안 SK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SK와 SK C&C의 합병 가능성이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일감몰아주기법 시행령에 따르면 지주사는 그 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 간의 거래에서 발생한 매출액은 일감몰아주기 과세에서 제외된다. 때문에 이번 합병으로 SK C&C가 지주회사가 될 경우 더 이상 일감몰아주기 과세의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다.

합병 비율 주주권익 침해?

그러나 SK와 SK C&C의 합병엔 걸림돌이 있다. 삼성과 엘리엇매니지먼트 간 분쟁과 마찬가지로 합병비율이 문제가 됐다. 총수일가에 유리하도록 합병비율을 결정하면서 향후 주주권익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SK그룹이 합병비율을 결정하기 위한 기준시가는 합병결의 직전인 4월17일 종가다. 이를 기준으로 1개월 평균종가, 1주일간 평균종가 및 최근일 기준종가의 산술평균으로 '시준시가' SK C&C는 주당 23만5,073원, SK는 주당 17만3,193원으로 각각 결정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최근 3년 전부터 1년 전까지의 주가는 SK가 SK C&C보다 지속적으로 높았지만, 지난해 5월30일 주가 역전현상이 나타났고, 이번 합병결정 전까지 SK C&C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한 반면, SK의 주가는 떨어졌다는 점이다.

실제 합병결정일 1년 전인 지난해 4월19일 SK C&C의 주가는 주당 14만4,500원에서 1년 후 23만7,500원으로 64.35% 상승했다. 반면, SK의 주가는 계속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같은 시기 주당 18만9,500원에서 17만6,000원으로 7.67% 떨어졌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SK그룹이 오너가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위해 SK C&C의 주가는 과대평가되고 SK의 주가는 과소평가되도록 상황을 방치했거나, 총수일가에 가장 유리한 시점을 포착해 합병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국민연금 반대에도 강행

이런 가운데 시선은 SK의 지분 7.19%를 보유한 2대주주 국민연금에 집중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시장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면밀히 검토한 후 합병으로 주주가치의 훼손을 가져오는지 여부에 대해 신중히 판단하여 의결권행사 방향을 결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은 지난 24일 합병 비율 등을 문제삼아 합병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지분 구조로 봤을 때 국민연금이 양사 합병에 반대해도 실제 주총에서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SK그룹은 합병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와 국내 자문기구인 기업지배구조연구원이 찬성 의견을 냈고 SK 대다수 주주들이 찬성 입장을 표명하는 만큼 합병은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응철 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