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체제' 갖춘 롯데…' 일본 기업' 논란 벗어날 수 있을까 신동빈 주총 통해 이사진 지지 등에 업어신동주, "주주로서의 권리 이행할 것"日롯데, 한국롯데 지배구조·의사결졍 여전'일본기업' 이미지 바꾸기 쉽지 않을 듯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참석한 후 귀국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롯데발 '형제의 난'은 사실상 차남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지난 17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통해 한국과 일본 롯데를 이끌어갈 수장 자리에 올랐다. 신 회장은 별다른 갈등 없이 주주총회를 마무리지음으로써 이사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걸 증명했다.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나게 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은 주주로서의 권리를 최대한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마지막 패는 신 회장의 L투자회사 대표 취임 시 문서위조 등 부적절한 방법을 동원했는가 이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유야무야되겠지만 일부라도 법을 어긴 게 발견된다면 신 전 부회장 측에서도 마지막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신 회장이 롯데그룹 수장으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지만 넘어야 할 장애물은 남아 있다. 우선 '신동빈호'는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된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어 던져야 한다. 그러나 지배 구조를 비롯해 그동안 롯데의 행보가 친일본적으로 드러나면서 쉽사리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 주주총회 통해 '신동빈 시대'시작 알려

지난 17일 오전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통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를 이끄는 '원리더(One leader)'의 위치를 재확인했다. 신동빈 회장이 상정한 두 가지 안건이 별 이견 없이 통과돼 이사진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8월 1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애국국민운동대연합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그룹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신 회장이 제시한 사외이사 선임과 기업 경영지도체제 안건이 통과됐다. 신 회장이 제안한 사사키 도모코 사외이사 선임건이 통과되면서 신 회장의 대한 일본 롯데 주주들의 지지가 70%에 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주총을 소집해 이사 6명에 대한 해임안건을 상정하더라도 가결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빈 회장은 "17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선 사외이사 선임과 규범 준수를 강화하기로 의결했으며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사태 조기 해결과 재발 방지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신 회장은 또 '경영과 가족의 문제를 혼돈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주총회를 통해 적법한 절차로 한국과 일본 롯데를 이끌어갈 후계자로 인정받으며 아버지 시대의 폐쇄적인 경영 방침을 바꾸겠다는 뜻이다. 오전 9시30분에 시작된 주주총회가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끝난 것 또한 이사진 역시 신동빈 체제에 큰 힘을 보탤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사진 교체를 위한 주주총회를 소집하더라도 이길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하지만 17일 일본 현지에서 주주총회에 참석했던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동료 사원들과 함께 걸어가고 싶다"고 말하며 경영권 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주총에서 안건된)두 안건에 대해 찬성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신격호 총괄회장 역시 이 두 가지 안건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자신은 주주의 권리를 갖고 있으며 단기적 매출과 이익을 추구하는 경영인지, 중장기적으로 상품 가치와 사원을 소중히 하는 경영인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향후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L투자회사 대표이사 취임건과 관련해 무효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 신 회장이 L투자회사 대표로 취임하기 위해선 신격호 총괄회장의 허가가 필요하다. 일본 법무성은 등기변경 신청 시 대표이사의 서명과 법인 직인을 필요로 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이에 대해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가 동생의 대표이사 취임 사실을 알고 화를 내셨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만약 신 회장의 L투자회사 대표 취임 시 신 총괄회장의 동의가 없었다면 문서위조죄에 해당될 수가 있다. 현재까지 서류 위조 가능성은 후계 구도에서 사실상 승리를 거머쥔 신동빈 회장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유니클로 롯데월드몰점
경영권 분쟁 전만 해도 일본 롯데는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형제의 난', 그 중에서도 17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사실상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까지 장악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신 전 부회장은 언론을 통해 "아버지가 일본 롯데는 내가, 한국 롯데는 동생이 관리하라고 하셨다. 또 한국과 일본 모두 내가 총괄하라고도 언급하셨다"고 밝히며 신격호 총괄회장은 여전히 자신의 편에 있음을 알렸다.

주총에서 사실상 패배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18일 하루 만에 입국했다. 국내에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논의 후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기업' 평가 자유롭지 못해

이번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신동빈 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를 아우르는 리더의 자리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일본기업이라는 국내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신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롯데 지분구조 맨 위에 정체가 모호한 일본 기업인 L투자회사, 광윤사가 있고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국의 호텔롯데를 지배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롯데의 국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일본으로 가져가고, 동시에 중요한 결정은 일본에서 내리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롯데가 일본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의 국내 입점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본 의류회사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은 지난 2004년 51:49의 비율로 한국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FRL KOREA를 세웠다. 이후 2005년 유니클로는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점과 인천점 등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당시 유니클로 국내 론칭 기자회견에는 신동빈 회장이 직접 참석했다.

이후 한국 유니클로는 입점 10년간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영업 첫해인 2005년 매출액은 205억원이었지만 2013년에는 8,954억원으로 증가했다. 국내 점포수는 1,050개로 늘었다.

이러한 유니클로의 성장에는 롯데가 한 몫을 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반일 감정을 비롯해 유니클로가 우리나라에서 영업하기에는 불리한 요소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타 다른 SPA 브랜드보다 성장할 수 있던 데는 롯데가 유니클로에 여러가지 특혜를 줬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롯데가 유니클로의 입점 수수료를 다른 의류 브랜드보다 저렴하게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백화점, 마트 등 유통 서비스의 강자인 롯데가 목이 좋은 곳에 유니클로 매장을 입점시킴으로써 사실상 일본 의류 브랜드의 성장을 도운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의 일본기업 논란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롯데는 일본에서 방영되는 초콜릿과 과자 광고에 일본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아사다 마오를 출연시켰다. 또 지난 2011년에도 아사다 마오를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다 마오 선수가 기자회견이나 경기 출전 시 입는 유니폼에는 롯데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한 기업이 스포츠 선수를 후원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나 2011년은 아사다 마오가 우리나라의 김연아 선수와 한창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던 때라 논란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형제의 난' 과정에서 드러난 신동주ㆍ신동빈 형제의 부족한 한국어 실력 역시 국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기자회견으로 전국에 공개된 신동빈 회장의 한국어 발음은 흡사 일본인이 외국어를 하는 것과 비슷했다. 신동빈 회장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전혀 한국어 구사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공개한 신격호 총괄회장과의 대화록 역시 전부 일본어로 구성됐다. 현재 형제의 국적은 한국이지만 부족한 한국어 실력으로 비춰볼 때 사실상 일본인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는 게 공공연한 해석이다. 국내 재계 5위 그룹의 수장들의 한국어 실력이 좋지 않다는 것은 롯데에 대한 심리적 거리를 더욱 멀게 하고 있다.

일단 롯데 측은 '반 롯데 정서'에 대한 불을 끄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롯데는 한국 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95%를 올리고 있다. 실로 국내 여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여기다 연말 예정된 면세점 재입찰 심사 시에도 '일본기업'이라는 부정적 여론이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또 국세청이 대홍기획에 이어 롯데리아까지 세무조사에 나서면서 롯데를 향한 사정기관의 압박은 점차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 이미지를 안고 가봤자 국내에선 좋은 게 없다.

악화된 여론을 진화하기 위해 롯데는 전방위적인 개혁에 나선다. 우선 롯데는 상장을 통해 기업 구조 공개를 시작한다.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 19일 국내외 10여개 증권사에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기 시작했다. 호텔롯데 상장 준비 과정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에 이어 세븐일레븐, 롯데리아의 상장도 추진될 예정이다. 또 자산이 3,000억원~5,000억원을 넘는 계열사에 대해서는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해 제왕적 경영 문화를 타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