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출신 40% …업무 전문성보다 방패 역할미국 포천 100대기업 관료 출신 10%에 불과재계 출신 미국 4분의 3 …한국은 16%에 그쳐 한국 권력기관 출신 선호…미국은 업계 전문가 중용

국내 30대 그룹의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이 40%에 육박한 반면 재계 출신은 약 16%에 불과해 ‘바람막이용’ 인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이 선정한 상위 100대 기업의 사외이사 74%가 재계 출신인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는 26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 187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609명과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상위 100대 기업 사외이사 815명의 출신 이력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은 235명으로 38.6%에 달했다. 다음은 186명을 배출한 학계로 30.5%를 차지했다. 재계 인사는 97명으로 15.9%에 불과했다. 그밖에 언론(25명, 4.1%), 공공기관(24명, 3.9%), 법조(17명, 2.8%), 세무회계(14명, 2.3%), 정계(4명, 0.7%) 출신 순이었다.

30대 그룹 중 영풍, 두산, CJ, OCI, 동국제강, 신세계, 롯데, 효성 등 8개그룹은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50%를 넘었다.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의 경우 관료 출신이 62명 중 20명(32.3%)인데 비해 재계 출신은 4명(6.5%)에 불과했고 현대차 역시 47명 중 23명(48.9%)이 관료 출신이고 3명(6.4%)만이 재계 출신이었다.

반면 포천 100대 기업의 경우는 815명의 사외이사 중 재계 출신이 603명(74.0%)으로 4분의 3을 점했다. 관료 출신은 채 10%도 되지 않는 81명(9.9%)에 그쳤다. 그 다음은 학계 57명(7.0%), 세무회계 31명(3.8%), 언론 15명(1.8%), 법조 12명(1.5%), 정계 8명(1.0%) 순이었다.

미국 1위 그룹인 월마트는 전체 9명의 사외이사 중 5명(55.6%)이 재계 출신이었다. 이 중에는 구글 출신으로 현재 인스타그램 최고 경영자를 맡고 있는 케빈 시스트롬과 역시 구글 출신으로 현재 야후 CEO인 마리사 메이어도 포함돼 있다. 월마트의 관료 출신 사외이사는 2명(22.2%)에 그쳤다.

미국에서는 경쟁사 CEO를 사외이사로 영입할 정도로 재계 전문가 모시기에 적극적이지만 국내 대기업은 권력기관 출신의 방패막이용 사외이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올해 조사에서 관료 출신 사외이사는 2013년 당시보다 18명(7.1%)이 줄어 전체 사외이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1.5%에서 38.6%로 2.9%포인트 떨어졌지만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관료 사외이사는 법조,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 출신에 집중됐다. 전체 235명 중 4대 권력 기관 출신이 132명으로 56.2%에 달했다. 법원·검찰이 69명(29.4%), 세무 41명(17.4%), 공정위 17명(7.2%), 감사원 5명(2.1%) 순이었다. 4대 권력 기관에 이어 청와대 58명(24.7%), 기획재정부 17명(7.2%), 금감원 4명(1.7%) 등이 뒤를 이었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영풍이 69.2%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두산(64.0%), CJ(62.1%), OCI(61.5%), 동국제강(60.0%) 순이었다. 이어 신세계(52.6%), 롯데(51.7%), 효성(50.0%)이 50%를 넘었고 현대차(48.9%), 대림(42.9%), 현대백화점(42.1%), SK,·현대중공업(40.0%)도 30대 그룹 평균을 웃돌았다.

영풍의 경우 주력 회사인 고려아연 사외이사 5명이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이규용 전 환경부 장관과 주봉현 전 환경부 중앙환경분쟁 조정위원장(1급)이 사외이사로 고려아연이 중금속 등 환경오염 가능성이 높은 업종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두산의 경우 두산인프라코어에 한승수 전 총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두산엔진에 정구영 전 검찰총장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CJ는 김종빈 전 검찰총장이 CJ오쇼핑,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이 CJ대한통운 사외이사로 있다.

현대차는 이동규 전 공정위 사무처장과 이병국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현대글로비스는 이귀남 전 법무부장관과 김준규 전 검찰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고, 동국제강은 정진영 전 대통령실민정수석비서관을 끌어들였다.

SK는 이명박 정부의 하금열 전 대통령비서실장(SK C&C)과 김대기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신세계는 정진영 전 대통령실민정수석비서관(신세계인터내셔날), 노연홍 전 대통령실고용복지수석비서관(신세계푸드)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대우조선해양(20.0%), 대우건설(25.0%), 한화(28.6%), 한진(31.3%), 금호아시아나(31.6%), 삼성(32.3%), KCCㆍGSㆍS-Oil(33.3%), 동부(35.3%), 현대(36.4%), LS(37.5%) 등은 30대 그룹 평균치를 밑돌았다. 반면 미래에셋은 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단 한 명도 없었고 포스코, LG, KT도 10%대에 불과했다.

삼성은 송광수 전 검찰총장(삼성전자), 박봉흠 전 기획재정부 장관(삼성생명보험),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삼성증권), 박종문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삼성카드)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했고 LG는 ‘박연차게이트’를 수사한 홍만표 전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그밖에 농심은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 한화손해보험은 김성호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