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은행 출범 대장정 시작… 컨소시엄 내외 경쟁 '치열'

7월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주요 인가심사기준 설명회를 찾은 금융업계 관계자들이 임채율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은행총괄팀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
카카오뱅크·인터파크·500V·KT 컨소시엄 등 '4파전 양상'
카카오 '모바일', 인터파크 '빅데이터', 500V '핀테크', KT '통신',
컨소시엄 내부 간 주주 구성 비율 '팽팽'
은행법 개정 통해 향후 주력 기업 바뀔 수 있어

오는 9월말 은행권의 새로운 시대를 열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 인가 신청'이 시작된다. 총 세 곳의 컨소시엄이 공식적으로 도전장을 냈고 나머지 한 곳 또한 참여가 유력시 되면서 4파전 양상을 띄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맨 처음 인터넷 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낸 건 다음카카오와 KB국민은행,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모인 카카오뱅크컨소시엄이다. 가장 많은 기업들이 모인 인터파크뱅크컨소시엄에는 인터파크, SK텔레콤, NH투자증권, IBK기업은행, NHN엔터테인먼트, 웰컴저축은행, 옐로금융그룹, GS홈쇼핑이 뭉쳤다. 중소기업 연합군이 모인 500V 컨소시엄도 도전장을 냈다. 이 밖에 우리은행과 교보생명이 뭉친 KT컨소시엄 또한 참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 컨소시엄은 예비 인가 신청을 앞두고 내부적 조율에 나서고 있다.

多사용자ㆍ빅데이터ㆍ핀테크… "컨소시엄, 장점 다 달라"

각 컨소시엄은 가진 장점을 내세우며 서로 인터넷 은행 사업에 가장 적합한 사업체군이라 주장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이 지난 6월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인터넷은행 도입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
현재 가장 유력한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 후보는 카카오뱅크컨소시엄이다. 다음카카오와 KB국민은행, 한국투자금융지주가 한 배를 탔다. 세 기업의 지분은 한국금융지주가 50%, 다음카카오가 10%, KB국민은행이 10%이다. 다음카카오의 경우 은산분리 규정에 따라 가질 수 있는 최대 지분인 10%를 보유하게 됐다. 현행 은행법은 '은산분리' 규정에 따라 산업자본(비금융회사)이 은행 지분을 4% 넘게 보유할 수 없고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지분율 1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또한 금융감독위원회가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 과정에서 은행이 대주주가 되는 방안을 꺼린다고 밝혔기 때문에 10%의 점유율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유력 후보인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의 최대 장점은 대다수 국민들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보다 넓은 범위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 관계자는 "카카오톡을 활용해 사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의 장점"이라 밝혔다. 또 KB국민은행의 스마트 뱅킹 사용자수는 국내 은행 중 1위인 1032명이다. 카카오와의 결합을 통해 양적으로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장점이 있어 사실상 타 컨소시엄과의 경쟁에서 앞서간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인터파크뱅크컨소시엄은 인터파크를 비롯해 SK텔레콤, NH투자증권, 기업은행, NHN엔터테인먼트, 웰컴저축은행, 옐로금융그룹, GS홈쇼핑이 모였다. 아직까지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의 정확한 지분 비율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다.

인터파크뱅크 컨소시엄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기업들이 모인 만큼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단 점이다. 타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는 커머스 업체의 참여와 더불어 통신, 유통, 벤처기업 등이 제공하는 수많은 양의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신용등급이나 자주 사용하는 금융 상품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인터파크뱅크 컨소시엄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항은 협의 중이며 빅데이터 분석은 고객의 동의를 받고 이뤄지는 작업"이라 밝혔다.특히 금융감독원이 인터넷 은행을 통해 서민금융 위주를 펼칠 것을 주문한 만큼 방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터파크뱅크 컨소시엄은 서민들의 생활에 좀 더 밀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고 있다.

얼라이언스 M&A 기반 혁신기업인 500V(볼트)도 인터넷 은행 인가에 도전장을 냈다. 500V는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금융산업의 혁신을 위해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독창적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타 경쟁자들이 많은 이용자수와 빅데이터를 강조하고 있는 반면 500V의 경우 인터넷 은행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핀테크 서비스에 특화돼 있음을 내세우고 있어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KT컨소시엄의 경우 공식적인 참여 계획은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은행과 교보생명의 참여가 유력해지면서 그 어떤 컨소시엄보다 큰 파워를 자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T컨소시엄 역시 고객의 정보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의 활용이 가능하다. KT의 경우 가입자가 1,800만명이 넘으며 KT의 자회사인 BC카드 가입 회원 또한 2,600만명에 다다르기 때문이다. 통신과 금융 분야에 많은 고객을 확보해 둠으로써 고객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여기다 우리은행 역시 은행권 최초의 모바일 전문은행인 위비뱅크를 통해 모바일 은행 분야에서 노하우를 축적해 둬 만만치 않은 업체들이 모였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주주구성 비율, 사업 인가 핵심"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은 오는 9월 30일에서 10월 1일까지이다. 약 3주간의 시간을 남겨둔 만큼 각 컨소시엄들은 참여 기업 확정화와 함께 세부적인 지분 구성 비율을 조율해 나갈 예정이다.

카카오컨소시엄의 경우 한국금융지주가 50%, 다음카카오가 10%, 국민은행이 1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나머지 30%의 지분을 어떤 기업이 가져가게 될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주주 구성 비율이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 심사의 핵심인 만큼 유력 후보인 카카오컨소시엄의 나머지 구성 주주들이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는 "컨소시엄의 주주 구성 비율은 인가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 언급했다.

가장 많은 기업들이 모인 인터파크뱅크컨소시엄 또한 아직까지 각 참여기업들의 정확한 지분이 확정되지 않았다. 9월 30일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인가 심사 신청 전 까지 컨소시엄 내부에서 지분에 대한 논의가 오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뚜렷하게 많은 지분을 가진 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끄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리더 역할을 하는 기업을 통해 컨소시엄의 목소리를 한 데로 모으는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컨소시엄 내부의 구심점 역할을 은행이나 비금융회사가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융감독위원회 측은 7월 22일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 설명회에서 은행이 포함된 금융지주회사의 인가에는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은행 사업에 뛰어든 KB국민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은 컨소시엄에 참여는 하지만 대외적으론 한 발짝 물러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현행 은행법은 '은산분리' 규정에 따라 산업자본(비금융회사)이 은행 지분을 4% 넘게 보유할 수 없고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지분율 1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 '인터파크' 등 컨소시엄의 이름을 붙인 기업들 또한 많은 지분을 확보하긴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내년 산업자본의 인터넷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50%로 확대하는 은행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내년 은행법이 개정된다면 컨소시엄을 주력으로 이끌던 산업자본들이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현재 컨소시엄 별 구성 비율이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카카오컨소시엄의 경우 현재 10%의 지분율을 갖고 있는 카카오의 지분 비율이 증가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렇듯 지분 구조의 제한이 변경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예비 인가를 앞두고 같은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의 줄다리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의 인터넷 예비은행 심사 과정이 확실하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30일 배포한 은행업 인가 매뉴얼을 통해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 심사 시 고려할 점으로 사업계획의 혁신성, 주주구성과 사업모델의 안정성, 소비자가 점포 방문을 하지 않고도 편리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통해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증대하는지, 국내 금융산업 발전 및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와 함께 해외진출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에 대해선 정확히 어떠한 점에 초점을 맞춰야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지 불확실해 컨소시엄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컨소시엄 관계자는 "예비 인가에서 몇 개의 컨소시엄이 선택될 지, 또 최종 인가 과정에서 몇 개의 컨소시엄이 추가로 지정될 지 아직까지 정확하게 안내를 받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인터넷 전문은행의 성공 여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일 발표한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에 따른 기대효과 및 시사점'을 통해 인터넷 전문 은행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차별화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의원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초기에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금리와 수수료 등에서 파격적 조건을 제시할 수 밖에 없으나 타 은행과 차별화되는 상품이 없을 경우 적자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세간의 우려를 인식한 만큼 각 컨소시엄들은 향후 기존 은행과 차별화되는 인터넷 은행만의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해 컨소시엄 내부에서 논의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예비 인가 심사라는 첫 번째 관문을 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인터넷 전문은행 참여를 선언한 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한 달여의 시간이 남은 만큼 주주 구성 비율을 비롯해 세부적으로 결정지어야 할 것이 많다. 아직까지 각 컨소시엄이 어떤 전략을 펼칠 지는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언급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