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재현 회장 2심에서 석방되나대법원 “법리 오해했다” 고법으로 파기환송배임 혐의에 대해 일부 ‘무죄 취지’ 로 판결2심에서 집행유예로 형량 줄면 자유의 몸 될 수도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실형의 ‘위기’를 모면하고 또 한번의 기회를 얻었다. 지난 10일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600억원대 조세포탈ㆍ횡령ㆍ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재현 회장의 배임 부분은 특경법이 아닌 형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11월 21일까지 구속집행정지 상태를 유지한 채 마지막 판결을 기다릴 수 있게 됐다. 만일 고등법원(파기환송심)에서도 대법원의 파기 취지에 따라 재판이 이루어질 경우 이 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도 있다. 이 회장 재판 과정과 향후 전망을 짚어봤다.

이 회장 구속과 병상 재판 과정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것은 2013년 7월이다. 검찰은 그 해 5월 21일 CJ그룹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한 후 6월 25일 이 회장을 검찰로 불러 17시간 동안 조사를 했다. 그리고 6월 27일 이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990년대 중ㆍ후반 조성한 수천억 원대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546억 원의 세금을 포탈하고 회삿돈 963억 원 횡령과 569억 원의 배임 범죄를 저지른 혐의에서다. 이 회장은 7월 18일 구속됐다.

신부전증을 앓던 이 회장은 2013년 8월 신장 이식수술을 받겠다며 구속집행정지를 허가받았고, 이후 바이러스 감염을 이유로 수차례 기간을 연장해 가며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재판 중 공소장 변경을 통해 횡령액을 719억 원, 배임액을 392억 원으로 각각 낮추고 징역 6년과 벌금 1100억 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해외의 유령회사를 통한 일부 조세포탈 혐의를 제외한 대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용관 부장판사)는 2014년 2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횡령,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4년에 벌금 260억 원을 선고했다.

이에 이 회장 측은 항소를 했고 2014년 9월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는 이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벌금 252억 원을 선고했다. 징역 4년을 선고했던 1심보다는 1년이 감형됐지만, 실형을 면하지는 못했다.

앞서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해 횡령액이 719억 원, 배임 392억 원, 조세포탈 546억 원으로 보고 기소했으나, 재판부는 횡령액 115억 원, 배임 309억 원, 조세포탈 251억 원만을 인정했다. 이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 자체만을 횡령으로 볼 수 없다며, 국내 CJ그룹 자금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것. 또한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도 일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구속집행정지 명령을 받은 것을 고려해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이 회장은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원치료를 받으면서 항소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회장 2심에서 석방되나

지난 10일 열림 대법원 상고심에서 재판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이 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재현 회장의 배임 부분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이 아닌 형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이 회장의 일본 부동산 매입 관련 배임액 309억 원에 대해 특경법을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이 회장은 2013년 7월 기소 과정에서 조세포탈ㆍ회삿돈 횡령 혐의와 함께 일본에서 개인소유의 건물을 사들이며 CJ그룹의 일본법인이 보증을 서도록 해 392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에 재판부는 항소심 당시 이 회장이 일본에 개인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으며 회사가 보증을 서도록 한 혐의(특경법 상 배임)에 대해 대출 금액 309억 원 전액을 배임액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 2부는 법리를 오해했다고 밝히며 특경법상 배임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취득한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특경법상 배임죄를 적용할 수 없다”며 “연대보증 당시 이 회장 측이 대출금을 변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대출금 보증채무 전액(309억 원)을 배임액으로 인정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CJ재팬이 팬재팬의 대출에 연대보증을 설 당시, 주채무자인 팬재팬이 변제능력을 전부 상실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대출금 전액을 배임액으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따라서 일본 부동산 매입과 관련해 이 회장이 취득한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는 만큼 특경법상 배임죄가 아닌 형법상 배임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출금 전액을 이미 상환하고 보증이 해소된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사실상 ‘무죄 취지’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2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고등법원 파기 환송심에서 배임 혐의에 대해 일부 무죄가 인정된다면 집행유예로까지 형량이 줄어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CJ 측은 파기 환송 선고 직후 “고등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된 공소사실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인 일본 부동산 배임 공소사실이 무죄 취지로 파기된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고등법원(파기환송심)에서도 대법원의 파기 취지에 따라 재판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고 잘 준비할 계획”이라며 집행유예 희망을 숨기지 않았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