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지분 챙기기' 나선 3ㆍ4세대 후계 준비삼성 이재용, 여동생들 소유 지분 확보가 관건현대차 정의선, 순환출자 구조 해소해야 일감 몰아주기, 상속세 등 '넘어야 할 산'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왼쪽부터)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2년‘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연합
재계 3ㆍ4세대 대해부

재계 3ㆍ4세대가 향후 기업 승계를 원만히 마치기 위해선 지분 확보에서 안정을 이뤄야 한다.

3ㆍ4세대들 중에는 이미 지분을 확보하며 대주주로 올라선 경영인도 있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의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경영권 승계는 확실시되지만 아직 지분확보에 나서지 않은 3ㆍ4세대들도 있으나 시간이 흐르면 증여, 매수와 같은 방법으로 지분 확보를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진 아버지 세대가 대주주로 남아 있는 곳이 많으나 주식 지분 구조를 보면 향후 기업의 유력한 후계자가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다. 각 기업의 지분구조를 통해 3ㆍ4세대로의 경영권 이동이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여동생 지분 절실한 이재용, 누나들 등에 업은 정의선

재계 1위 삼성은 '이재용 체제'를 완성해 가는 분위기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의 지분 19.3%를 보유하게 됐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7.2%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삼성 지배구조의 맨 위에 위치하게 됐다.

이러한 '통합 삼성물산'의 대주주가 바로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합병 후 16.5%의 지분을 확보하게 돼 통합 삼성물산의 대주주로 올라섰다. 동생들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은 5.5%, 아버지 이건희 회장은 2.9%를 갖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두 여동생이 계열분리를 통해 독립하는 게 아니냐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삼성 측은 "계열분리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은 바 있다. 만약 계열분리가 이뤄진다면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갖고 있는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도 향후 경영권 승계를 확고히 다지기 위해선 두 여동생의 지분 11%를 가져와야 한다.

후계구도는 확정적이지만 정의선 부회장 또한 지분확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최대 주주는 현대모비스로 20.78%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정의선 부회장이 후계 구도를 확정짓기 위해선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23.3%, 현대엔지니어링 11.7%, 이노션 10%, 기아차 1.7%, 현대위아 1.95%, 현대오토에버 9.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올해 7월 상장된 현대자동차 계열사인 광고회사 이노션의 지분을 2% 갖고 있다. 지분확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현대차의 경우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한다는 큰 산이 남아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겐 두 여동생의 지분이 변수지만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서 딸들은 경영권에서 제외시키는 현대가의 전통 덕에 세 명의 누나인 정성이 현대이노션 고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가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 명의 누나는 현대차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정성이 고문의 경우 이노션 지분 27.99%를 갖고 있는 것으로 공시한 바 있다. '일감 몰아주기' 법안을 피하기 위해 30% 밑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지분 살펴보면 유력 후계자가 보여

LG의 유력한 후계자인 구광모 상무는 최근 지분을 차차 늘려가며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 아직까지 눈에 띄는 대외활동은 하고 있지 않으나 내부적으로는 구 상무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한 지분 증여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13일 기준 LG의 대주주는 구본무 회장으로 11%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구본준 LG전자 회장이 7.72%를 갖고 있으며 구광모 상무가 5.94%로 LG 일가 중 세 번째로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광모 상무는 지난 2012년 LG전자 해외 법인에서 국내로 복귀한 후부터 LG 보유 지분을 차차 늘려가고 있다. 올해 5월 기업 경영성과 평가 기관인 CEO 스코어에 따르면 구 상무의 주식자산 승계율은 27.2%로 지난해 초보다 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그룹이 3ㆍ4세 경영인 시대를 준비하는 것에 비해 비교적 속도가 느렸던 현대중공업도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남인 정기선 상무가 점차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정 상무는 회사로부터 상여금 명목의 자사주 53주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시작으로 정 상무가 향후 경영권 승계를 위해 차차 개인 지분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조양호 회장의 세 자녀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대한항공의 최대 주주인 한진칼 지분을 모두 2.5%씩 보유하고 있다. 지분에서는 별 차이가 없으나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은 '땅콩회항'으로 실추된 이미지로 현재 한 발 물러서 있는 상태다.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은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며 3남매 중 유일하게 사내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의 경우 장남인 김동관 상무가 김승연 회장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6월 30일 기준으로 김승연 회장이 22.65%로 최대지분을 갖고 있으며 뒤를 이어 김 상무가 4.44%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동생인 김동원 한화 디지털 팀장과 김동선 한화건설 매니저는 각각 1.6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신세계는 올 6월 30일 공시 기준으로 이명희 회장이 지분 17.30%를 갖고 있고,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이 각각 7.32%, 2.51%를 보유 중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명희 회장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경영 실권을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이미 정지선 회장이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정 회장은 6월30일 기준으로 17.09%의 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 주주이다. 두 번째로 현대백화점의 최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그린푸드의 지분도 12.67%로 두 번째로 갖고 있어 경영권 승계를 탄탄히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지난 9월 9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 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 총수 일가의 주식 자산 승계율은 4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 조사 때보다 6.5% 늘어난 것이다. 특히 삼성그룹 3남매의 주식 자산가치는 1년 새 10조원 가까이 늘어났으며 승계율도 50%를 넘어서 본격적인 3세대 경영을 알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등 3남매의 자산가치는 13조3,735억원으로 1년 전 3조4,514억원보다 9조9,221억원(287.5%) 증가했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에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그룹 총수와 특수관계인이 계열사 지분 30%, 비상장 계열사 지분 20%를 소유하고 있으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안을 피해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 투명한 상속세 납부 또한 관건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제 민주화' 바람으로 2세대가 경영권을 물려받는 시기보다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선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후계자에게 지분을 물려주는 데에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