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따라 '수혜, 손실' 희비 갈려현대차, 이익 논하는 건 시기상조…자동차 업계 규제, 더 엄격해질 것삼성SDIㆍ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업고 '함박웃음'…타이어 업계 '비상'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으로 미국의 리콜 명령을 받은 독일 폴크스바겐골프와 비틀 차량이 지난 1일 인천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배출가스 인증검사를 앞두고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독일의 자동차 기업인 폴크스바겐이 9월말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폴크스바겐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으로부터 약 50만대에 육박한 자동차에 대한 회수명령을 받았다. EPA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미국 자동차 배출가스 환경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상표의 디젤 승용차에 '차단 장치'소프트웨어를 설치했는데 이 소프트웨어가 실제 도로에서 주행 시에는 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실제 주행시 배출하는 산화질소 양이 차량검사 시보다 40배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폴크스바겐의 자동차 약 48만2000대가 리콜 대상이 됐다.

환경부와 자동차 업계는 국내에서 리콜 가능성이 있는 차량을 총 15만여 대로 추산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이 조작 사실을 시인한 2000cc 이하 유로 5 기준의 디젤 차량 1100만대 중 국내에 판매된 14만6197대가 리콜 대상이 돌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 자동차 기업의 이번 '꼼수'로 각 업체들은 폴크스바겐 사태가 미칠 영향에 대해 주판을 두드리고 있다. 우선 재계순위 2위인 현대자동차가 어떤 반사이익을 누릴지 주목된다.

이번 폴크스바겐 사태로 배터리 전기차가 각광받으면서 세계적 자동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삼성SDI와 LG화학은 미소를 짓고 있다. 반면 폴크스바겐에 타이어를 공급하는 타이어 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 당장 이익 논하긴 어려워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으로 미국의 리콜 명령을 받은 독일 폴크스바겐 아우디 A3 차량이 10월 1일 오후 인천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배출가스 인증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
우선 국내 최대 자동차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번 사태에서 어떤 이익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현대차 또한 폴크스바겐 사태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환경부는 10월 1일 오는 11월 중순까지 폴크스바겐 차종에 대해 배출가스 조작 여부를 검사한다고 밝혔는데 그 시험 대상이 폴크스바겐 차종뿐만 아니라 현대 기아자동차 등 타사 경유 차량까지 확대됐다. 환경부는 이를 통해 자동차 업계가 친환경 규제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검사에 나선다. 폴크스바겐에서 시작된 배출가스 조작 파문 스캔들이 타 자동차 업계에 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기대해 볼 만하다. 현대자동차는 디젤차에서는 해외 기업들에 비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미래 전략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개발 전략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올바른 판단이었다는 평가를 듣게 됐다. 폴크스바겐이 실적에 타격을 입게 되면 해외수출 판매량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만만치 않다. 우선 이번 리콜 사태의 원인이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이다. 이번 폴크스바겐 리콜의 원인은 배출 가스 조작 문제인데 자동차 안전과는 직결되지 않는다. 당장 자동차 안전이 위협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들 중에선 이번이 폴크스바겐을 구매할 '절호의 찬스'라 말하는 움직임도 있다. 또 외제차를 구매하던 고객들이 국산인 현대ㆍ기아차로 옮겨갈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주요 구매층이 아예 다르다는 것이다.

폴크스바겐의 스캔들로 전반적으로 자동차 업계에 배출가스 규제 움직임이 강화되면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 업체들이 또 다른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현대자동차가 향후 도입될 더 엄격한 배출가스 테스트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폴크스바겐 사태를 계기로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배출 가스 규제가 엄격해지면 기업들은 그만큼 비용 소모를 포함해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질 것"이라 밝혔다.

배터리 업계 "예상 밖 호조"

폴크스바겐 사태로 호조를 입은 업종도 있다. 폴크스바겐의 디젤 차량 연비조작 파문 덕에 친환경 차량인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 업체 중 LG화학과 삼성SDI 등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수혜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상급 기술력을 가진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삼성SDI의 주가가 지난달 18일 9만8600원(종가기준)에서 30일 오전 10만원대를 왔다갔다하며 큰 폭의 상승을 이뤘다.

글로벌 완성차 상위 10개 업체 중 6곳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LG화학 역시 폴크스바겐 사태로 웃음을 지었다. LG화학의 주가 역시 지난달 18일 26만4000원에서 30일 27만원대로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환경 규제에 부담을 느낀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에 집중한다면 전기차 베터리 제조업체들이 큰 수익을 얻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윤혁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비(MPG)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규제를 맞추기 위해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주로 클린 디젤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배기가스 문제가 불거져 반클린디젤차 정서와 전기차의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7월 누적 24만1,000대로 작년 대비 47.0% 증가했다"며 "2016년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능력이 세계 1,2위인 삼성SDI와 LG화학이 향후 전기차 시장 확대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기업들은 향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이끌어갈 유력 업체들로 꼽히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럭스 리서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현재 파나소닉이 1위지만 테슬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한국 업체들이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망대로 삼성SDI는 폴크스바겐그룹의 최고 럭셔리카인 벤틀리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으며 LG화학 역시 GM, 포드, 아우디 등 세계 20개 자동차 업체들과 거래를 하고 있다.

파문 확산에 타어어 업계 '비상'

폴크스바겐 파문이 거세지면서 폴크스바겐에 타이어를 공급하는 업계엔 비상이 걸렸다.한국타이어는 지난해 공급한 3600만개 신차용타이어(OE) 가운데 29%에 해당하는 1000만개를 폴크스바겐에 공급했다. 내년 폴크스바겐 대형 세단 '페이톤'에 OE 공급을 하는 등 폴크스바겐 비중을 높여가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한국타이어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폴크스바겐에 OE를 공급하는 금호타이어도 규모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피해가 예상된다. 폴크스바겐그룹에 속한 '스코다'를 공략하고 있는 넥센타이어도 제동이 걸렸다. 폴크스바겐그룹 계열사인 체코 완성차 업체 스코다까지 배기가스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넥센타이어는 올 상반기 전체 OE 실적 가운데 6% 정도를 스코다에서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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