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신대륙' 선점 경쟁 소셜커머스… '갑질' 논란 '곳곳에 암초'2010년 티몬 처음 문 열어 … 쿠팡, 위메프 등 잇따라'갑질' 논란 국감 도마위에…짝퉁 판매로 구설수 올라5년째 적자로 '발 동동'…쿠팡, 이미 오픈마켓 길 택해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박은상 위메프 대표이사(왼쪽부터) 박대준 쿠팡 이사,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이사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바일 산업의 발전으로 새로운 구매 문화를 이끌고 있는 '소셜 커머스'가 연이어 몰매를 맞고 있다. 2015 국정감사에 쿠팡, 위메프, 티켓몬스터 대표 및 관계자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 데 이어 '짝퉁'판매 논란, 몰래카메라 판매 등 부적절한 처사로 구설에 오른 것이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엄지족이 늘어나면서 소셜커머스는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전자 상거래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선 지난 2010년 티몬이 처음 문을 열면서 소셜커머스가 뿌리를 내렸다.

국내의 대표적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 티켓몬스터, 위메프 등은 SNS를 통한 공동 구매를 택하기보단 오픈마켓 형태로 자리잡았다. 소셜커머스들의 경쟁상대가 지마켓, 옥션 등을 비롯한 전자상거래 업체들로 확대된 셈이다.

연이은 갑질 논란으로 국감 도마 위에

국정감사를 앞두고 각 기업의 총수들은 연이어 국회의원들의 '호출'을 받았다. 그 중 눈에 띄는 건 국내 3대 소셜커머스 업체 대표들의 국정감사 출석이었다.

쿠팡, 위메프, 티몬의 대표 및 관계자들은 지난달 14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현성 티몬 대표, 박은상 위메프 대표가 출석했다. 쿠팡의 김범석 대표는 운동 중 입은 부상으로 인해 불참했다. 김범석 대표를 대신해 박대준 쿠팡 이사가 참석해 3대 소셜커머스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하게 됐다.

소셜커머스 대표들이 국정감사장으로 소환된 이유는 중소업체를 향한 '갑질' 논란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측은 "온라인 전자상거래의 공정성 확보와 관련해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출혈 경쟁을 이용한 입점 업체 쥐어짜기, 밀어내기 방식 등 중소상인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방식의 수익성 개선 문제와 오픈마켓 전환 선언 시 상품 판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문제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소셜커머스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먼저 매를 맞은 건 쿠팡이었다. 지난달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의원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L업체에게 등산용 힙색을 공급받아 판매했다. 그러나 이 상품은 원래 '스윙고'라는 업체의 특허제품으로 쿠팡이 판매한 제품은 스윙고가 출고한 적이 없는 '짝퉁'이었다. 이로 인해 스윙고는 큰 피해를 입고 도산했다. 2만원대에 유명 아웃도어〮패션 브랜드에 공급되던 제품이 쿠팡에선 1만원대에 팔리자 거래처들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이에 대해 스윙고 측이 항의하자 쿠팡이 시가 20억원 상당, 5만개 판매 보장을 제안하며 무마에 나섰다고 홍 의원실과 스윙고 김정수 대표는 주장했다.

쿠팡과 스윙고 간 벌어진 '전쟁'은 일주일만에 일단락됐다. 지난달 24일 홍 의원 측은 쿠팡과 스윙고가 극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양측은 서로 제기했던 소송도 모두 취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쿠팡이 향후 특별 프로모션을 통해 김정수 스윙고 대표의 재기를 도울 것으로 보인다. 또 김 대표와 쿠팡은 스윙고 제품을 적절치 않은 방법으로 빼돌린 제 3의 인물을 대상으로 공동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커머스가 부적절한 물건 판매에 나서는 것 또한 문제다. 소셜커머스 티몬은 지난 9월 6일까지 초소형 카메라 모음을 판매했다. 이 상품은 볼펜, 시계, 뿔테안경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제품 용도를 보면 회의 녹음이나 녹화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 얼핏 보기엔 평범한 물건이지만 녹음과 녹화가 가능하다는 것에서 '몰래 카메라'로 악용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공공장소에서 몰래 카메라를 이용해 여성들의 신체를 찍는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와중에 소셜 커머스에서 버젓이 몰래 카메라를 파는 행위는 많은 사용자들의 항의를 불러왔다. 결국 티몬은 판매를 중단했으나 적절치 못한 물건을 판매했다는 오명을 쉽게 벗어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사례는 또 다른 소셜커머스 위메프에서도 반복됐다. 게다가 자신을 위메프의 상담사라 밝힌 한 누리꾼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몰래 카메라를 판매하는 것에 대해 항의한 여성 고객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겠다"고 글을 올리면서 사태가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연이은 짝퉁 물건 판매 논란과 이번 몰래카메라 유통 등으로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스윙고 사태'로 홍역을 치른 쿠팡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품 유통 안전망을 구축할 것이라 밝히면서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티몬 등도 몰래카메라 판매 중단에 나서면서 황급히 사태의 불을 껐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기관들은 소셜커머스에 대한 규제에 나서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3년 할인율 산정 기준 및 표시 방법 구체화, 구매자수 부풀리기 금지, 미사용쿠폰 70% 환불제 적용대상 조정을 주 내용으로 담은 '소셜커머스 소비자 보호 자율준수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가이드라인을 잘 지키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G마켓, 옥션… 너무 많은 경쟁상대

소셜커머스의 각종 논란은 모바일의 발전을 토대로 소셜커머스가 '급성장'하면서 벌어진 부작용이라는 지적이다. 2010년 첫 등장한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지난 5년간 양적〮질적 규모를 늘리며 몸집을 키워왔다. 이러한 성장과정에서 판매 물건의 적합성이라든가 생산자와의 소통 부족으로 각종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고민은 따로 있다. 5년차를 맞이했지만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상거래가 '대세'가 됐지만 왜 아직까지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걸까? 이를 따져보기 위해선 우선 소셜커머스라는 개념이 국내 시장에서 어떻게 변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소셜커머스는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해 일정한 구매자가 모이면 정가보다 값싼 가격에 거래를 할 수 있게 하는 모바일 서비스를 말한다. 미국의 '그루폰'이 소셜커머스의 원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표적 소셜 커머스 업체로 알려진 쿠팡, 티켓몬스터, 위메프의 경우는 일정한 시간 동안 공동구매를 통해 파격적 할인 판매를 내세우는 전자상거래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소셜커머스의 원조인 그루폰 역시 국내 시장에 야심차게 진출했지만 지난해 3월 국내시장에서 철수했다. 대신 그루폰은 2013년 11월 인수한 티켓몬스터에 전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루폰의 철수는 국내 토종 업체들에게 밀려 국내 시장에서 뚜렷한 입지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의 판매 방식은 기존의 오픈마켓의 할인판매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CJ오쇼핑, 신세계, 현대홈쇼핑 등을 비롯해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고 있는 옥션과 G마켓 모두가 넓은 개념으로 보자면 소셜커머스 업체의 경쟁상대인 것이다. 특히 G마켓과 옥션 등이 시간대별로 '반짝 할인'에 나서고, 소셜커머스 업체와 같이 물건을 선별 해 공급하는 역할까지 하면서 사실상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의 차이가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의 가장 큰 차이점은 판매 물건에 관여하느냐 하지 않느냐 이다. 소셜커머스는 법률상 통신판매업자의 지위를 갖는다. 그러나 오픈마켓은 통신판매중개업자이다. 소셜커머스는 큐레이션을 통해 직접 판매 물건을 선별하지만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구매자 간 중간 다리를 해 주는 역할에 머무른다. 기존에 소셜커머스 업체들인 쿠팡 등은 판매 물건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특징으로 실적에 비해 조직 규모가 비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취급할 수 있는 물건 또한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오픈마켓은 좀 더 다양한 업체의 물건을 팔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가격 비교와 다양한 품종 취급을 통해 소비자에게 많은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소셜커머스보단 소비자들을 끌어오기 쉽다.

치열한 경쟁과 상대적으로 큰 조직 규모 탓인지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아직까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4월 15일 국내 소셜커머스 3사가 내놓은 지난해 실적에서 쿠팡, 티몬, 위메프는 각각 1215억원, 246억원, 2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0년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뎠으나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별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 역시 이미 전자상거래 업체가 포화상태인 시점에서 세 곳의 소셜커머스가 차별화를 꾀하지 않으면 실적을 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제 시장에 진출한 지 5년이 다 되가니 수익을 슬슬 올려야 하지만 소셜커머스 업체들 입장에선 더 많아진 경쟁상대와 연이은 오명으로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 처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소셜커머스, 이미 오픈마켓化

문제점을 인식한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우선 타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차별화를 구축 중이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선택한 차별화 방법은 '확장'이다.'소셜 커머스'라는 틀에 묶이지 않고 오픈마켓으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는 업체는 '쿠팡'이다. 쿠팡은 소셜커머스가 아닌 오픈마켓으로 성장하기 위한 준비에 차근차근 나서고 있다. 쿠팡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상품을 직접 선별하는 '큐레이선 서비스', 제품을 직접 사입해서 판매하는 '리테일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여기다가 판매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마켓플레이스'서비스도 시작하고 있다.

또 쿠팡은 소셜커머스 업체 중 처음으로 자체 배송 채널을 구축했다. 자체 배송 인력인 쿠팡맨을 1000여명 채용했으며 수도권에 물류센터 여덟 곳을 개장해 고객에게 물건을 24시간 내에 배달하는'총알 배송'을 실현하고 있다. 향후 경쟁이 치열한 오픈마켓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배송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사업 영역 확장 외에도 쿠팡은 소셜커머스뿐만이 아니라 오픈마켓 출범을 위한 법적인 절차를 사실상 마쳤다. 쿠팡 측에 의하면 이미 지난 8월말 금융감독원에 전자금융업 등록 신청을 마치고 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은 또 기존 오픈마켓과의 차별화를 위해 '중개자'선에 그치지 않고 상품에 대한 문제 발송 시 직접 중재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티몬 또한 쿠팡의 '총알배송'을 견제하기 위한 '슈퍼배송'을 선보였다. 티몬은 쿠팡맨 채용으로 자체 배송에 나서는 쿠팡과는 달리 택배업체와 제휴를 맺어 자사 물량만을 전담 수송하고 있다. 자체 배송하는 쿠팡과는 달리 티몬은 택배사인 현대로지스틱스와 연계해 슈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프라인 구매와 비교했을 때 온라인 구매의 최대 약점은 구매한 물건을 바로 가질 수 없는 것이다. 24시간 배송은 배송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임으로써 온라인 구매가 가진 약점을 극복하고 있다. 쿠팡에 이어 티몬 또한 자체 배송을 시작하면서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온라인 마켓이 가진 약점을 극복하고 시장 강자로 자리잡기 위한 '무한경쟁'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규모를 확장하기 전,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갑질, 짝퉁 판매 등 각종 논란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미리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오픈마켓으로의 확장을 꾀하는 만큼 향후 규모가 커지면 더 많은 배송 및 판매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 말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