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실화 심각… 국내 경제 위협30대 그룹 1050개 계열사 중 3분의 1 기업 재무 위험동부, 재무위험ㆍ적자 1위…부영ㆍ포스코ㆍ한화ㆍGS 뒤이어그룹의 안일한 위기관리는 결국 국내 경제에 악영향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3분의 1이 재무위험 및 적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1일 재계 정보 사이트인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4 회계연도 개별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30대 그룹 내 비금융 계열사 1050개 중 재무위험 계열사는 326곳, 적자 계열사는 384곳으로 집계됐다.

재무위험과 적자는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상황을 초래한다. 이에 따라 재무 상황이 불안정한 30대 그룹의 계열사들과 글로벌 경제위기와 수익성 악화로 인해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고려하고 있는 부실기업의 현 상황을 살펴봤다.

국내 대기업 3분의 1 '부실화'

국내 상위 30대 그룹 계열사의 31%가 재무위험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위험이란 기업의 유동자산이 작아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되지 않거나 투자가 과도해 활동성이 떨어진 경우, 경쟁사가 등장하거나 경기가 침체됐을 때 발생한다.

그룹별로는 동부그룹이 재무위험 계열사 비중이 61.0%로 가장 높았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기준 전체 41개 계열사 가운데 25곳이 재무위험 상태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뒤를 이어 부영그룹이 전체 14개 계열사 중 절반이 재무위험 상태로 분류됐다.

3위는 한화그룹으로 재무위험 계열사 비중이 45.2%에 달했다. 42개 계열사 가운데 19곳이 실적부진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4위에 오른 KCC그룹은 전체 계열사 9개 중 44.4%인 4곳이 재무위험 계열사로 꼽혔다.

효성그룹은 44.2%로 5위를 차지했다. 43개 계열사 가운데 19곳이 경영위기를 겪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외에 ▦OCI그룹 42.3% ▦대우조선해양그룹 41.7% ▦GS그룹 41.0% ▦대우건설 38.5% ▦CJ그룹 38.1%이 10위권 이내에 들었다.

30대 그룹 계열사 1050개 중 36.6%인 384곳은 적자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적자기업은 자금조달, 채권발행, 구조조정, 생산성 향상, 공정관리, 판매촉진 등 다각도의 해결책과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역량을 필요로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동부기업은 적자 계열사 비중에서도 63.4%로 1위를 차지했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41개 계열사 중 26곳이 적자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2위는 포스코그룹으로 전체 계열사 50개 중 29곳이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재무위험 계열사 보유 비중 2위로 파악된 부영그룹은 적자 계열사 비중이 57.1%였다. 계열사 14개 중 8곳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부영그룹의 뒤를 이은 GS그룹은 전체 계열사 78개 가운데 40곳이 적자의 늪에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두산그룹, 대림그룹, 에쓰오일, 동국제강그룹은 적자 계열사 비중 50%로 공동 5위에 올랐다. 두산그룹은 16개 중 8곳, 대림그룹은 24개 중 12곳, 에쓰오일은 2개 중 1곳, 동국제강그룹은 14개 중 7곳의 계열사가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KT그룹 45.2% ▦OCI그룹 42.3% ▦현대중공업그룹 40.9% ▦롯데그룹 40.8% ▦미래에셋그룹 37.5%가 10위 안에 들었다.

"기업 부실화는 가계 경제로 이어져"

재무위험 상태에 있는 계열사를 보유한 그룹들은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재무위험 계열사와 적자 계열사 보유 정도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동부그룹은 이미 2013년 동부익스프레스, 동부팜한농, 동부건설, 동부제철 등의 계열사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

국내 3위 물류업체인 동부익스프레스는 인수전에 단독 입찰한 현대백화점그룹이 4700억 원에 인수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국내 종자·농약 1위 기업인 동부팜한농은 LG화학과 CJ제일제당 사이에서 매각가 6000억~7000억 원에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건설은 공개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동부제철은 지난 14일 워크아웃 전환 방안을 결정하기 위한 실무자회의가 열렸다.

구조조정, 사업 재편이 필요한 국내 10대 그룹으로는 GS그룹과 한화그룹이 있다. GS그룹의 경우 국내 유통기업 중 재고자산회전율 1위인 GS리테일을 제외하고 GS글로벌, GS건설, GS칼텍스, GS에너지 등 대부분의 계열사의 재무구조가 좋지 못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평이다.

한화그룹 또한 업황 악화로 한화건설, 한화케미칼, 한화에너지 등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알려졌다. 특히 한화그룹이 한화테크윈, 한화탈레스, 한화종합화학, 한화토탈을 인수하며 2017년까지 남은 대금 1조원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서 핵심 계열사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측됐다.

업종별로는 조선·건설·석유화학 분야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수주량 부족을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그룹은 올 8월부터 부장급 이상의 임원을 55명에서 42명으로 감축했다. 뿐만 아니라 핵심 사업과 무관한 계열사의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건설 분야는 국내외 경제 위기 상황에서 발주량 감소 및 경쟁 심화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건설은 영업 적자 상황에서 자산매각도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영그룹은 2012년 이후 부영주택, 동광주택 등 계열사의 수익성이 하향세인 것으로 파악됐다. KCC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KCC건설은 장기간 영업 손실을 겪고 있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 분야는 저유가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발 공급과잉이 심화되면서 업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대규모의 영업 적자를 봤다. 에쓰오일 역시 지난해 34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해 이목을 끈 바 있다.

계열사의 부실화에 대한 그룹의 안일한 대처와 이로 인해 발생할 국내 경기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주간한국>과의 통화에서 "2~3년 간 연속 적자 상황에 놓인 자본잠식 기업이 다수라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 대표는 "자본잠식과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우리나라의 4대 업종인 전자, 자동차, 화학, 철강 및 조선, 건설 분야에 집중돼 있다"며 "이런 업종들의 상태 악화는 경제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가계부채 증가와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들은 일단 실적을 상승시켜야겠지만 어렵다면 인적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투자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다만 국내 기업들은 위기관리 경험이 적어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모를뿐더러 안일하게만 바라보고 있어 피로감만 쌓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