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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황금알' 면세점 전쟁③] 유커 취향따라 변하는 면세점 진열대… 국산품 매출 증가는 화장품 등에 국한

‘큰손’ 중국 관광객 증가로 국산품 매출 증가… 화장품·주류·건강식품에 집중
여전히 외산 고가 명품 브랜드 선호… 중소·중견 기업 국산 제품 매출 부진
"비인기 국산품 판매 늘리려면 한류스타 기용·면세점업자 자세 전환 필요"
[이서진 기자] 최근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따내기 위한 기업들의 전쟁이 치열하다. 롯데와 SK, 신세계, 두산 등은 브랜드별 입점의향서(LOI) 확보, 국산품과 중소·중견 제품의 비중을 비롯해 국내 디자이너 상품 및 지역 특산품 매장 면적을 확대하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기업들이 ‘황금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판매 품목과 관련된 계획을 내놓자 입점을 준비하던 업체들은 물론 소비자들도 면세점 진열대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면세점 내 국산·중소·중견 제품의 입지를 확대할 것이란 발표에 기존 인기 제품과 품목, 판매 비중 등에도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 국내면세점에서 국산품의 매출비중과 구성비가 점점 증가하고 있으나 이는 중국인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인기품목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신라면세점
국산품 매출 증가…화장품 등 인기 품목에만 국한

국내 면세점에서 국산품을 찾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8월 말 기준 전국 43개 면세점의 국산품 매출액은 2조848억 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35.9%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 2010년에 16.8%이었던 국산품의 비중은 2013년에 22.9%로 오른 후 지난해에는 30%대에 진입했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국산품 매출액 또한 2010년 3,725억 원에서 2014년 1조3,353억 원으로 3.6배 늘었다. 2010년 17.3%였던 국산품 구성비도 2014년에는 31.6%로 증가했다. 지난 9월까지 집계된 워커힐 면세점의 국산품 매출액도 전체의 54%에 달했다. 신세계 면세점(부산)의 국산품 비중 또한 전년에 비해 늘어나 36%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 국산 면세품의 매출 증가는 주 고객층인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화장품, 주류, 건강식품 등의 품목에만 집중되고 있다. 현재 시내 면세점의 경우 국산품 의무비율 면적이 40%로 규정되어 있지만 이 가운데 대부분을 화장품이 차지해 비인기 품목인 농식품 판매 비중은 2~3%에 머물고 있다. 유커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는 토산 코너의 제품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외면받고 있다. 이에 면세점 내 국산품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주요 쇼핑 품목의 다양성이 부족해 앞으로 구매력 증가가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수원세관이 호텔앙코르 면세점의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체 매출액 6만6,160달러 가운데 국산 화장품 매출액이 3만3,538달러(50.7%)로 절반가량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주류 1만6,165달러(24.4%), 건강식품 5,729달러(8.7%) 순으로 집계됐다. 면세점을 방문한 265명 중 122명(46%)이 중국인이었다. 이들이 구매한 면세품은 3만1,450달러로 전체 판매량의 48%에 달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국산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나 일부 비인기 품목을 찾는 손님은 거의 없을 때도 있다”며 “내국인들은 국산 화장품보다는 외국산 명품 브랜드 의류 등에 더 관심을 보인다”고 털어놓았다.

  • 시계나 가방 등의 고가품목은 여전히 외산 명품브랜드가 인기를 끌고있다. 사진= 롯데면세점
고가품에선 외국산 명품 선호…중소·중견 기업 제품 매출 부진

일반적으로 화장품보다 단가가 높은 시계나 가방 등의 면세점 고가 품목은 여전히 외국산 명품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다. 불황인데도 프랑스제 고가품 루이비통은 올해 면세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 상위에 올랐고, 구찌·롤렉스·버버리·프라다 등의 매출액도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역행하고 있다.

아직도 중소·중견 기업 제품 판매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의하면 올해 면세점 전체 매출 가운데 중소·중견 기업 제품 비중은 14%였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국내 면세점 총 면적 1만6852㎡ 중에서 중소·중견 기업 제품 매장 면적은 시내(1만1749㎡)와 출국장(3963㎡)을 합쳐 전체의 17.8%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올 6월 기준(관세청) 국산품 매출액 1조7,533억 원 가운데서도 중소·중견 기업 제품 매출액은 6,302억 원(35.9%)에 그쳤다.

김상구 중소기업진흥공단 마케팅 사업처 팀장은 “명품 일색인 면세점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 제품이나 비인기 국산품 판매율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면서 “단순히 매장을 확대하는 방법 외에 유커가 선호하는 한류스타를 기용해 광고·전단물로 홍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팀장은 이어 “중국인들이 유독 면세점 구매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가짜가 아닌 진품이 유통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소기업 제품을 포함한 국산제품에 정부나 면세점에서 인정한 진품 인증 마크 등을 공동으로 새기는 방안도 구매력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면세점 특허를 따낸 대기업들도 외국 명품이나 국산 화장품 등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품목 판매에만 주력하지 말고, 비인기 국산품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의지를 갖고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 최근 국내면세점들은 내국인보다는 매출액을 불려주는 유커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 워커힐 면세점
유커 취향 따라 바뀌는 면세점 진열대

최근에는 해외 여행을 떠나기 전 통과의례처럼 면세점에 들러 쇼핑을 즐기는 국내 소비자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3년 간의 롯데면세점 내국인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2012년 40%에서 2013년 35%, 2014년 35%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인의 매출 비중은 2012년 30%였던 것이 2013년 45%, 2014년 50%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신라 면세점에서도 내국인 매출 비중은 2012년 40%에서 2013년 34%, 2014년 30%로 줄어들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병행수입이나 해외직구 등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품목을 구입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이 늘면서 더 이상 면세점에서 가격적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면세점이 해외 여행 전 필수 코스’란 공식이 깨진 상황에서 면세점들은 내국인보다는 매출액을 불려주는 유커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면세점들은 유커가 선호하는 브랜드를 찾아내 합류시키고 있다. 신라 면세점에는 최근 중국인들에게 인지도가 높아진 고급 주얼리 브랜드 '주대복'이 들어왔다. 시계 브랜드 '세븐 프라이데이'도 단독으로 입점되었다. 롯데 면세점에서는 쿠론, 빈폴, 육심원 등의 패션 브랜드가 유커들에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장바구니에 1순위로 담는 화장품 '후'는 롯데 면세점 본점의 매장을 2곳으로 늘렸다. 판매율이 높은 설화수와 라네즈도 한 지점에 2개 매장을 내며 유커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워커힐 면세점에도 중국인에게 잘 알려진 베르사체, 아쉬, 모스키노, 오브제 등의 명품 브랜드가 단독입점돼 있다.

유아용품도 면세점의 진열대를 빠르게 점령해가고 있다. 중국이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펴면서 부모들이 자녀의 먹거리 등에 쏟는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3년 일동 후디스가 청정분유 3종을 롯데 면세점에 입점시켰고, 이듬해 남양유업과 매일유업도 면세점에 들어왔다. 신세계 면세점에도 분유 브랜드인 마더네스트, 뉴트라라이프, 젖병브랜드 마마치, 코모토모, 아기의류 브랜드인 쁘띠엘린 등의 매장이 들어섰다. 유아용 스킨케어 브랜드도 뜨고 있다. 한방 유아 스킨케어브랜드 ‘궁중비책’은 지난해 롯데 면세점에 입점했다. 롯데 면세점 관계자는 “앞서 유아 브랜드들이 중국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현지에 친숙한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 이점이 됐다”며 “화장품과 유아용품 외에도 국산품 매장에서 정관장, 전기밥솥 등을 찾는 중국인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 국산화장품은 유커가 선호하는 한방 콘셉트, 한류 모델, 제품 디자인 등의 경쟁력을 내세워 국산제품 매출을 이끌고 있다. 사진= 워커힐면세점
외국산 제친 국산 화장품, 인기 순위는?

면세점에서 국산품이 차지하는 비중과 매출액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은 유커들의 한국 화장품 사랑 덕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화장품 구매자 중에는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며 “인기 화장품 브랜드 매출은 명품 가방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신라 면세점은 국산품 매출 비중이 2012년 17%에서 지난해 32%로 뛰어올랐는데 전체 매출 10위권에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4개나 이름을 올리면서 국산 제품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롯데 면세점에서도 지난해 10월 LG생활건강의 한방 화장품 '후'가 고가의 외국산 브랜드를 제치고 전체 브랜드 매출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후, 설화수, 헤라, 메디힐, IOPE와 실크테라피는 유커가 선호하는 한방 콘셉트와 친근한 한류 모델, 제품 디자인 등의 경쟁력을 내세워 면세점 화장품 시장의 선두 주자로 나서고 있다. 올해는 대기업뿐 아니라 잇츠스킨, 미샤, 토니모리, 리더스, 한스킨 등 중소기업 국산 브랜드들도 함께 중국인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화장품 제품들은 스킨케어, 수분크림, 마스크팩, 폼클렌징, 미스트 등 품목에 관계없이 골고루 팔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커들이 한류 영향 등으로 한국 제품을 신뢰하는데다 국산 화장품 제조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면세점 내 국산 화장품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화 면세점 토산 화장품 코너에서 올 10월 기준으로 판매율 1위를 기록한 제품은 ‘후-천기단 화현2종 기획 면세’였다. 그 다음은 ‘설화수- 신자음2종’(2위), ‘헤라-유미쿠C21듀오’(3위)가 뒤를 이었다. 4위는 ‘라네즈- 베이직 건성2종’이었으며, 5위는 ‘숨- 숨37 워터풀 3종 기획’이었다. ‘잇츠스킨- 프레스티지 마스끄 데스까르고’와 ‘이니스프리- IF 탄산미네랄에센스 70G'는 각각 6위와 7위였다. 이어 ‘메디힐- N.M.F 아쿠아링 앰플 마스크(10매)’ ‘미샤- DW달팽이시트 30+30’ ‘아이오페- 에어큐선 C21호 듀오’ 등이 각각 8위, 9위, 10위를 차지했다. 면세점 내에서 판매되는 화장품의 특징은 다른 유통 채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묶음 패키지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들은 주로 단품보다 같은 제품을 10~15개씩 포장한 형태를 지인 선물용으로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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