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간편결제 국내 진출 가속에 ‘비상’
알리페이 이어 텐센트까지 국내 진출 활발
범용성ㆍ안전성 갖춘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부재
국내 시장 잠식 우려…파이 키워 오프라인 활성화

간편결제 서비스로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쇼핑 모습이 변화 중이다. 환전한 현금이나 해외에서 사용 가능한 신용카드로 대금을 결제했던 유커들은 신용카드 정보를 담은 스마트폰 간편결제 서비스를 통해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알리페이와 텐센트로 대표되는 중국 간편결제 서비스가 한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직 사용자는 유커에 한정되지만 한국인 대상 서비스 출시를 예고한 만큼 미처 정비되지 못한 국내 시장에서의 간편결제 전쟁이 과열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내 위협하는 중국 간편결제

지난해 상반기 롯데면세점의 알리페이 결제액은 550억 원. ‘큰손’으로 불리는 유커들이 국내 면세점, 백화점, 쇼핑몰 등에서 16조 원을 넘게 쓰는 가운데 이들의 결제 수단인 중국 간편결제 서비스가 국내 시장에서 세를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IT서비스 업계에서는 중국 간편결제 서비스들로 인해 국내 시장의 판도가 출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내수에서 경쟁력을 쌓은 이들은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한국 간편결제 서비스들이 막 도입한 기능들을 이미 활성화했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는 일찌감치 중국 시장의 50%를 장악했다. 알리페이는 알리바바 산하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 티몰의 사용자를 독점한 덕분에 중국 최대 간편결제 서비스로 성장했다.

온라인 사용과 더불어 알리페이는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면 NFC 단말기나 신용카드 바코드를 통해 오프라인 결제를 가능케 한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 간편 송금이나 인증번호를 통한 ATM 현금 인출도 가능하다.

알리페이는 유커들을 대상으로 한국에 자사 결제 시스템을 확장시키고 있다. 현재 롯데면세점, 세븐일레븐 등 한국의 2만 5000여 개의 매장에는 ‘알리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으며 확산을 가속화하는 상황이다. 나아가 알리페이는 한국인 대상 서비스 출시를 예고했다. 지난 5월 방한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한국 파트너사와 협력해 현지화된 지불결제 분야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며 “알리페이 외 코리안페이도 이뤘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알리페이와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국 IT 기업 텐센트의 위챗페이는 지난 6월 한국에 진출했다. 유커들의 주요 관광코스인 신라면세점, 워커힐면세점을 비롯해 이니스프리, 커핀그루나무 등 한국 내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위챗페이는 중국 국경절 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1일부터 말일까지 한국에서 위챗페이로 일정 금액 이상을 사용할 경우 10위안을 돌려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위챗페이는 모회사인 텐센트로부터 10억여 원의 자금을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한국 시장의 선발주자인 알리페이를 따라잡기 위한 위챗페이의 행보는 공격적일 것으로 보인다. 위챗페이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 녹십자 헬스케어 제휴병원, SM면세점 등 유커들이 선호하는 인기 업종을 중심으로 가맹점과 프로모션을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간편결제 서비스 춘추전국시대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규모는 5조 7200억 원이다. 지난해 4월 박근혜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 이후 급격히 늘었지만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간편결제 서비스로 인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는 20여 개 정도다. 삼성페이(삼성전자), 페이코(NHN엔터테인먼트), 네이버페이(네이버), 카카오페이(카카오), 페이나우(LG유플러스), 시럽페이(SK플래닛), SSG페이(신세계백화점), L페이(롯데백화점), H월렛(현대백화점) 등이 있으며 G페이(LG전자)가 지난 9월 상표를 출원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수많은 간편결제 서비스가 있지만 소비자들은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서비스 대부분이 온라인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오프라인에서 사용 가능한 삼성페이, 페이코 경우 가맹점이 각각 200만 곳, 10만 곳으로 제한돼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김동욱 페이코 사업본부장은 지난 17일 열린 ‘2015 국제 콘텐츠 콘퍼런스’에서 “(오프라인을) 100% 커버리지 하는 건 짧은 시간 내에 어려운 일”이라며 “시장이 과열된 면이 있지만 좋은 분위기에서 진행돼가고 있다”고 답했다.

간편결제 서비스의 보안에 대한 우려 또한 불만사항 중 하나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주간한국>에 “국내에서는 정부 규제로 인해 보안 관련 기술발전이 미미했기 때문에 간편결제 거래가 한꺼번에 밀려들면 서버가 다운되는 것을 넘어 보안 사고로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간편결제가 먼저 발달한 중국의 경우 광군절을 통해 기술력을 입증했지만 국내 서비스들의 기술력은 아직 미지수”라며 “보안 개선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에만 충실한 국내 서비스들이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진 카카오 핀테크 전략사업파트본부장은 ‘2015 국제 콘텐츠 콘퍼런스’에서 “간편결제 서비스는 토큰과 실제 서비스 코드를 같이 올려야 결제되기 때문에 (신용카드 정보가) 유출되더라도 사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안 되냐는 분들이 있는데 서비스 웹사이트에 결제가 안 되도록 조절하는 기능까지 마련돼 있다”며 “편해 보인다고 허술한 게 아니라 안전성과 편리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페이스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간편결제 서비스가 난립 상태인 국내 시장으로 유입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 사항으로 꼽힌다. 자본과 기술 측면에서 한발 앞선 중국 서비스의 확대로 인해 국내 서비스들 간 유혈 경쟁이 펼쳐질 수 있다고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다.

특히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거대 자본과 기술력을 무기로 한국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선 IT업계 관계자는 “선진 기술력을 지닌 중국 간편결제 서비스가 국내로 러시하는 상황을 국내 업체들은 긴장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를 두고 이진 본부장은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일단 알리페이와 위쳇페이가 한국에서 경쟁하는 상대는 한국의 간편결제 서비스가 아니라 은련카드 등 기존의 기득권 결제수단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모바일 페이먼트 확산으로 인해 (간편결제 서비스 사용에 대한) 문턱이 낮아지는 부분은 굉장히 좋게 본다”며 “한국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오프라인 결제가 활성화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