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기적 '샤오미 열풍' 어디까지11번가, MOU로 샤오미 국내 채널 구축할까매출 급증… 가품 구매 예방하지만 독점은 아냐저렴한 가격·고품질로 국내 업체 '긴장'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샤오미 본사에서 11번가와 샤오미의 상호업무협력을 위한 MOU 체결식이 진행됐다. 사진제공=11번가
직장인 김 모씨는 샤오미 '미밴드'를 벌써 세 번째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다. 아침잠이 많은 김 씨에게 미밴드 알람은 하루를 시작하는 필수품이다. 특히 잠귀가 밝은 아내를 깨우지 않고 미밴드 진동으로 혼자 일어날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다. 영업부서에 근무해 전화로 이뤄지는 업무가 많은 김씨에게 미밴드의 전화 알림 기능 또한 유용하다. 휴대폰을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어놓더라도 미밴드의 진동으로 전화가 왔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덜렁거리는 성격의 김씨는 미밴드를 한 번 잃어버렸지만 2만원대라는 부담 없는 가격 때문에 다시 한 번 재구매를 결정할 수 있었다. 김씨는 미밴드뿐만이 아니라 미밴드를 통해 조작이 가능한 샤오미 에어컨, 텔레비전 등의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

11번가, "샤오미 국내 진출 교두보 될 것"

'대륙의 기적' 샤오미가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앞서 사례의 주인공인 김씨처럼 샤오미 제품을 애용하는'샤오미족'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은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를 통해 샤오미를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오픈마켓인 11번가가 샤오미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공급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1번가는 지난 12일, 중국 가전브랜드 샤오미와 상호업무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를 통해 11번가는 샤오미의 자회사, 계열회사, 기술 및 영업 제휴를 맺고 있는 협력사의 한국 진출에 긴밀히 협조할 계획이다. 또한 양사는 위조품 유통 근절 및 건전한 전자상거래 유지, 소비자 신뢰 강화를 공동 추진한다. 이를 위해 양사는 효율적인 업무협력 체계를 갖추고 온라인 상에서의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 보호활동에 적극 협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11번가 박준영 MD본부장은 "샤오미와의 이번 양해각서 체결은 유통 대표기업으로서 11번가의 위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11번가는 샤오미와 위조품 판매 근절을 통한 소비자 신뢰 구축과 함께 향후 샤오미의 자회사 및 협력사의 한국 진출에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샤오미의 치옌 부사장은 "11번가는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탄탄한 소비자 신뢰를 구축한 기업으로, 그동안 샤오미 제품의 한국 판매에 든든한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며 "고객들이 믿고 살 수 있는 온라인 환경을 만드는 데 선도적으로 앞장서 온 점 등을 고려해 전략적인 파트너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샤오미는 텔레비전, 휴대폰 등을 자회사나 계열사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오픈마켓을 통해 손쉽게 샤오미를 구매할 수 있었다. 이미 국내 소비자들이 샤오미를 온라인을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시점에서 이번 11번가와의 MOU체결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11번가 측은 "11번가를 통해 구매하는 샤오미 제품은 모두 가품이 아닌 진품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짝퉁 공화국'이라는 오명에 걸맞게 중국 제품들은 진위 여부를 가리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정식 유통채널을 확보하지 않고 계열사를 통해 판매를 진행하는 샤오미의 경우 진품과 가품을 구별하기는 더욱 힘들다. 샤오미족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어느 것이 진짜 샤오미 제품인지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11번가와 샤오미의 MOU는 샤오미족들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식 MOU를 통해 11번가를 통해 샤오미를 구매한다면 소비자들이 가품을 사는 일은 막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샤오미 무기는 '뛰어난 가성비'

이러한 상황에서 11번가가 맺은 샤오미와의 MOU는 국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 이번 MOU는 독점 성격을 띠진 않는다. 샤오미와의 정식 거래를 통해 진품을 구매할 경로를 획득했지만 샤오미가 다른 국내 오픈마켓 등과 또 MOU를 맺어도 상관은 없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샤오미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소비자들은 다양한 오픈마켓에서 샤오미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이번 MOU가 국내 샤오미 유통 시장을 뒤엎기에는 파괴력이 약할 듯하다"고 밝혔다.

샤오미 제품은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품질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누리꾼들은 샤오미에 대해 중국이 실수로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을 만들었다는 조롱 섞인 별명 '대륙의 실수'에서 이제는 '대륙의 기적'으로 바꿔 불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11번가 측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샤오미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1500% 급증해 놀라운 실적 향상을 나타냈다. 지난 9월 8일 11번가에서 국내 첫 선을 보인 샤오미 미밴드1A는 판매 4시간 만에 1500개 완판될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11번가 서혜림 휴대폰〮액세서리 담당 MD는 "웨어러블 밴드, 보조배터리, 이어폰, 체중계 등 샤오미 제품은 저렴한 가격, 준수한 품질, 깔끔한 디자인이라는 3박자를 갖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샤오미가 주목받으면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값만 싼 공산품'에서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층에서는 샤오미 보조배터리가 인기다. 특히 2030세대의 경우 휴대폰을 하루 종일 사용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배터리 사용량이 많아 충전기를 달고 사는 게 일상이다. 샤오미 보조배터리는 저렴한 가격과 함께 한 번 충전하면 휴대폰 배터리 3~4번 완전 충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가격 또한 2만원대 내외로 상당히 저렴해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대학생들에겐 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텔레비전, 에어컨과 같은 가전제품 또한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 샤오미의 국내 점유율은 향후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날로 성장하는 샤오미에 국내 중소업체가 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소 비싼 가격과 확실한 A/S를 중시하는 대기업 제품과 값싼 가격을 위주로 공급하는 중소업체들 중 샤오미 성장에 타격을 입는 것은 중소업체라는 의견이다. 중소업체들은 국내 업체라는 장점을 내세워 샤오미의 공습에 대비하고 있다. 오는 12월 스마트밴드 '피오티(FIOTI)'를 출시 예정인 이담정보통신 관계자는 "피오티는 국내 스마트밴드보단 가격이 저렴하지만 샤오미에 비하면 조금 비싸다. 대신 실리콘으로 고객의 착용감을 높였으며 A/S가 쉽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 중에도 국내 제품을 선호하고 A/S를 중시하는 층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샤오미 열풍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 때문이 아니라 뛰어난 품질로 입소문이 났기 때문에 가능했다. 같은 브랜드라도 한국만 오면 비싸지는 제품 가격 때문에 안 그래도 '호갱'으로 불리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부는 샤오미 열풍이 의미가 무엇인지 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