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디맨드 플랫폼 확대… 시장 재편O2O·간편결제 시너지 효과로 성장온오프라인 상거래 경계 허무는데 기여업체 난립·상권 침해 논란 심각해

전국대리운전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7월 20일 경기 분당구 카카오 사옥 앞에서 카카오 대리운전 반대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 4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김모(28)씨는 결혼준비를 스마트폰 앱인 웨딩바이미로 해결했다. 앱을 이용하니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웨딩홀, 스드메(스튜디오ㆍ드레스ㆍ메이크업), 신혼여행 등을 준비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고 김씨는 전했다.

스마트폰 앱을 터치하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온디맨드(On-Demand) 시대가 펼쳐졌다. O2O(Online To Offlineㆍ온오프라인 연계사업)와 간편결제 간 시너지 효과로 국내 온디맨드 시장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한 그림자도 있다. 온디맨드 시대의 현황과 명암을 살펴봤다.

O2O 더하기 간편결제는 온디맨드

구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83.0%로 전 세계 4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은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행동요소들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영역으로 이전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폰이 국내 본격적으로 보급됐던 2010년 당시 등장한 음식 배달 앱인 배달통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국내 O2O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이후 숙박시설, 부동산, 세탁, 이사, 콜택시 등 생활밀착형 O2O 서비스들이 전 방위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카카오택시는 지난 3월 출시 이후 누적 호출 3000만 건을 돌파했다. 카카오택시는 목적지를 스마트폰 앱에 입력하면 GPS와 연동해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택시를 배차해 호응을 얻고 있다.

카카오택시의 성공을 기반으로 카카오는 다양한 사업 모델을 O2O 영역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고급택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 블랙과 감귤 농가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카카오파머 제주를 연달아 선보였으며 대리기사 서비스인 카카오드라이버를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KT경제연구소는 지난해 약 15조 원의 규모이던 국내 O2O 시장이 300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O2O 서비스는 서비스 종류가 정해지지 않아 온디맨드 경제에 대응하기 쉽기 때문에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간편결제 서비스 또한 소비 형태를 변화시키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NHN엔터테인먼트의 페이코는 신용카드나 현금 없이 스마트폰 앱으로 결제 가능한 온ㆍ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LG전자의 G페이도 상용화를 앞둔 상태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간편결제 서비스는 20여 개. 이 중 삼성페이, 페이코 등을 제외한 나머지 서비스들은 온라인에서만 결제 가능하지만 조만간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을 이용한 오프라인 결제 솔루션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이진 카카오 핀테크 전략사업파트 본부장은 지난 17일 열린 국제콘텐츠 콘퍼런스에서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카카오드라이버 등 여러 오픈 서비스의 결제로서 오토 서비스를 활성화시키고자 한다"며 "자동결제시스템을 통해 사용자들이 페이먼트를 신경 쓰지 않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치킨 게임ㆍ기존 상권 침해 우려

나날이 성장해가는 온디맨드 플랫폼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서진우 SK플래닛 사장은 지난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결국 온·오프라인 커머스(상거래)의 경계를 허무는 것으로 모바일이 등장했고 모바일은 죽어가는 오프라인 커머스를 살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나오고 있다. 온디맨드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 업체들이 급작스럽게 증가해 엇비슷한 서비스를 쏟아내 결국 죽고 살기 식의 할인 경쟁을 하는 치킨게임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음식 배달 앱인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는 지난 8월 수수료를 받지 않는 서비스를 내놨다. 음식 배달 앱은 결제시스템 구축ㆍ운영 및 인건비 지출 등을 고려할 때 사용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음식 배달 앱들의 이러한 조치는 업계의 경쟁의 심화되자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 모으기 위한 치킨게임이라는 게 앞선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들의 과다경쟁은 결국 다같이 몰락하는 결과로 끝날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우려했다.

온디맨드 플랫폼과 기존 상권의 충돌 또한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O2O 업체들이 판매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본래의 플랫폼 역할을 넘어 판매자의 역할까지 해 기존의 사업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게 불만의 요지다.

배달통, 요기요, 배달의 민족 등 음식 배달 앱의 경우 판매자에게 소비자를 소개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기존 상권과 큰 갈등이 없었다. 그러나 세탁, 이사, 웨딩 플랜, 대리운전 서비스 등은 다양한 할인 행사와 이벤트를 무기로 기존 사업자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7월 2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다음카카오 사옥 앞에서는 카카오의 대리운전 진출 계획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린 바 있다. 기존의 대리운전 사업자들은 "막대한 자본과 조직을 바탕으로 이뤄진 카카오의 대리운전 진출계획은 기존 시장 종사자들의 존립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또한 "국내 대리운전 사업자들은 대기업 계열 콜택시 업체와 달리 8천여 개에 이르는 중소규모의 사업자들이 전국에 흩어진 이른바 골목상권"이라며 "대리운전업 관련 콜센터, 장애인 종사자 10만 명의 생계가 위협받는 것은 물론 대리운전기사들의 생활 여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열악해 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인 세탁소를 운영하는 영세 상인들 또한 고민이 깊어져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 사업자는 "젊은 사람들이 예약시간에 맞춰 빨래를 수거하고 배달해준다고 스마트폰 세탁 업체를 많이 이용하더라"며 한숨을 내뱉었다.

이어 "한 차례 손님을 프랜차이즈에 뺏겼는데 이제는 이들이 남은 손님들까지 빼앗아가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단골을 상대로 장사를 해왔는데 큰 회사들까지 (세탁업계에) 진출하면 우리 같은 상인들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