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대기업 연말 인사 오너가 약진

재벌 3·4세 초고속 승진, 전면에…
신세계 정유경, 패션·화장품 통해 '남매 경영' 나서나
두산 박서원, 면세점 사업 관여 통해 후계구도 굳혀
한화 김동관, 현대중공업 정기선 '30대 임원' 자리 올라
경영 능력 검증은 아직 '미지수'
이번 연말 인사를 통해 국내 대기업들은 신성장동력 선정과 그를 이끌어갈 인사들을 발탁했다. 실용주의와 조직 개편을 통해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또 엄격한 신상필벌의 원칙을 통해 성과를 낸 계열사의 임원들만 승진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이러한 와중에도 대기업 3ㆍ4세대들은 착실히 승진에 성공했다. 대표적 인물로는 정유경(43) 신세계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 김동관(32) 한화큐셀 전무, 정기선(33) 현대중공업 전무 등을 꼽을 수 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임원진 자리에 오른 세 사람은 향후 경영 능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잣대에 오르게 됐다.

두산그룹의 경우 4세대인 박서원(36) 오리콤 전무가 유통계열에도 관여하게 되면서 그룹 내 영향력을 넓히게 됐다. 삼성물산 이서현(42) 사장은 패션 부문에 집중하게 됐다. 국내 대기업들은 이번 연말 승진을 통해 2세대에서 3ㆍ4세대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서게 됐다.

신세계 남매 '투 톱'…한화ㆍ두산 '장남'

지난 3일, 재계 순위 14위인 신세계그룹은 연말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의 사장 승진이었다. 6년만에 사장 명함을 달게 된 정유경 사장은 1996년 조선호텔 상무로 사회 생활을 시작해 지난 2009년에는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정유경 사장의 이번 승진으로 오빠 정용진 부회장의 '원톱' 체제로 굳혀지는 듯했던 신세계그룹 후계 구도가 변화의 양상을 띠게 됐다. 최근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 자체 브랜드인 '피코크' 개발과 함께 이마트를 중심으로 공격적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식 석상에도 자주 등장하며 SNS를 통해 활발하게 교류에 나선다. 반면 정유경 사장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다. 이런 면에서 조용히 경영 행보를 지속하는 어머니 이명희 회장과 닮았다는 평을 듣고 한다.

정유경 사장은 패션과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화장품 사업을 전두지휘한 것이 대표적 업적으로 꼽히며 지난 2012년에는 비디비치 코스메틱을 인수해 화장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의 화장품 사업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수확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사업은 지난 3년째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 화장품 부문 영업손실은 61억원으로 적자폭이 41.8% 확대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승진을 이뤄낸 정유경 사장이 화장품 사업을 얼마만큼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 사장의 경영 능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맏아들인 한화큐셀 김동관 상무는 1년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초고속 승진을 이룬 김 전무는 차기 한화그룹을 이끌어 갈 유력 후계자로 꼽히고 있다. 특히 김 전무가 이끌고 있는 한화의 태양광 사업은 한화 그룹을 이끌어갈 '신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김동관 전무는 올해 2월 태양광 계열사를 한화큐셀로 통합해 세계 1위 태양광 기업 탄생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김 전무의 초고속 승진에는 한화큐셀의 호실적이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올 3분기 한화큐셀은 매출 4억2720만 달러, 순이익 5240만 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두산 박용만 회장의 맏아들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은 지난 11월 30일부터 두산의 유통사업부문 전무 자리도 겸직하게 됐다. 박서원 부사장은 여느 오너가 자제들과는 달리 독자적 사업 영역을 구축하며 눈길을 끌었던 인물이다. 특히 2006년 스스로 세운 광고회사 빅앤트인터내셔널을 통해 광고업계에 뛰어든 후 국제 광고제 수상을 통해 다소 특이한 길을 걷는 재벌 3세로 주목 받았다.

박서원 부사장은 2014년 10월 오리콤 크리에이티브총괄 부사장으로 영입되면서 두산그룹에 합류했다. 두산은 박 부사장의 합류를 계기로 한화그룹 광고 계열사였던 한컴을 인수하며 광고 업계에 전폭적 지원을 하게 됐다. 오리콤은 한컴 인수를 계기로 업계 6위로 올라섰다.

특히 이번 면세점 사업의 경우 두산그룹이 유통 업계에 재진출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박서원 부사장이 면세점 분야에도 관여하게 된 건 후계 구도와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두산의 경우 형제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4세대인 박 부사장이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이끌면서 후계 구도를 확실시 할 것으로 보인다.

초고속 승진 걸맞은 경영능력 보여줘야

신세계, 두산, 한화 외에도 삼성, 현대중공업, GS 등도 3ㆍ4세 경영자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이건희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사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패션 부문에 집중하게 됐다. 정몽준 아산나눔재단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 또한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오너가 3ㆍ4세들은 패션과 유통에서 활약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촌지간인 삼성 이서현 사장과 신세계 정유경 사장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서현 사장은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으로 취임함으로써 전문 분야인 패션에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8일에는 삼성그룹 사내방송에 출연해 기조연설자로 나서기도 했다. 정유경 사장 또한 백화점의 패션과 화장품 분야를 맡아 키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오리콤 박서원 부사장 역시 광고 사업 노하우를 토대로 유통 분야를 키워나가는 데 일조하게 됐다.

일각에선 일반 회사원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승진을 이뤄내는 오너가 3ㆍ4세가 상대적 박탈감을 조성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제 민주화에도 역행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특히 경영 성과와 관계 없는 승진은 더더욱 눈총을 받는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올 3분기 89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기도 했다. 또 올 초에는 높은 강도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대 주주의 아들인 정 상무의 승진에 대해 곱지 않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홈페이지를 통해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정 상무의 승진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는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신세계 정유경 사장 또한 화장품 부문의 실적이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사장 승진을 이뤄내 경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창업과 기업 성장을 통해 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1ㆍ2세대완 달리 3ㆍ4세대는 단순히 '집안'을 잘 만나 높은 자리에 오른다는 부정적 의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따라 오너가 3〮4세는 높은 지위에 걸맞은 경영 능력을 하루 빨리 보여줘야 한다. 특히 오너가 3〮4세가 그룹에서 이른바 신성장동력으로 분류되는 사업에 배치된 만큼 그 활약에 따라 기업의 '명운'이 좌지우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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