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공기업 신규 채용 20% 밑돌아한국동서발전 등 10곳 여직원 한 명도 안 뽑아부장급 여직원 비중 1.2%… 유리천장 여전해

30대 공기업 중 ‘공공기관 여성 관리자 확대 목표제’를 유일하게 실천한 강원도 원주시 소재의 한국관광공사 전경.
지난 4일 서울시인재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 지방공무원 공개채용에 합격한 여성의 비율은 52.8%로 집계됐다. 이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채용에서 고득점을 거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여성 공직자의 숫자가 남성을 앞지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여성의 공직 진출이 활발해졌지만 국내 시장형ㆍ준시장형 공기업에는 여전히 진입 장벽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 비중은 급격히 줄어 공기업의 여성 홀대 및 보수적인 남성 문화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女 채용 안 한 공기업 10곳

기업 경영 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최근 발표한 30대 공기업의 올해 여성 채용과 승진 현황을 보면 신규 채용한 여직원은 490명(19.6%)에 불과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직전인 2012년(25.0%)보다 5%p 이상 낮은 수치다.

공기업 10곳은 올해 여직원을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한국동서발전, 울산항만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조폐공사, 한국감정원, 인천항만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부산항만공사, 한국관광공사가 신규 인력을 채용했지만 이 중 여성 신규 인력은 없었다.

이들 공기업의 여직원 채용 비중이 전무한 것은 전력, 항만, 광산 등 남성 중심의 업종 분위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일례로 대한석탄공사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53명을 신규 채용했지만 여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여성 인력을 채용한 공기업은 19곳에 달했지만 비중은 낮았다. 한국가스공사는 49명의 신규 인력 중 여성은 2명(4.1%)에 불과했고 한국토지주택공사(10.0%), 한국서부발전(12.3%), 한국남부발전(14.5%), 한국중부발전(14.5%), 한국수력원자력(16.0%), 한국도로공사(17.6%), 한국수자원공사(18.2%), 한국남동발전(18.2%)가 10%대에 그쳤다.

이어 한국지역난방공사(23.4%), 한국전력공사(24.5%), 여수광양항만공사(25%), 한국공항공사(27.3%), 해양환경관리공단(27.3%), 주택도시보증공사(39.0%), 한국마사회(39.2%),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42.9%), 인천국제공항공사(50.0%), 한국석유공사(50.0%) 순이었다.

여성 채용 비중이 가장 높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여성 공채 지원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업 사무 직렬 공채를 준비하고 있는 한모씨(26)는 "대다수 공기업들이 지방 근무인데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근무처가 수도권이라 여성들이 선호하고 초임 연봉이 4100만원으로 공기업 중 높아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공고한 유리천장

여성들에겐 공기업의 신규 채용뿐만 아니라 직급 승진을 위한 문턱 또한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 사원에서 과장급(대리~차장), 부장급(팀장~본부장)으로 갈수록 여성 직원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어 30대 공기업의 부장급 여직원은 1.2%에 불과했다.

부장급 여직원이 부재한 공기업은 10곳으로 전체 가운데 30%를 넘었다. 한국동서발전, 울산항만공사, 한국조폐공사, 인천항만공사, 한국남부발전, 여수광양항만공사, 해양환경관리공단,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마사회,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이에 속했다.

한국전력공사는 부장급 직원 1412명 중 여직원은 2명(0.1%)에 그쳤고, 한국수력원자력은 부장급 770명 중 2명(0.3%)에 불과했다. 한국도로공사(0.5%), 한국중부발전(0.5%), 한국남동발전(0.6%), 한국서부발전(0.6%) 또한 부장급 여직원 비중이 1% 미만이었다.

이어 한국석유공사(1.0%), 한국토지주택공사(1.0%), 한국감정원(1.5%), 한국수자원공사(1.6%), 한국가스공사(2.0%), 한국지역난방공사(2.6%), 한국철도공사(3.1%), 한국공항공사(3.4%), 인천국제공항공사(3.9%),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4.3%), 한국광물자원공사(4.8%) 등이 낮은 비중을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부문 4급 이상 여성 관리자 확대를 위해 '공공기관 여성 관리자 확대 목표제'를 도입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이 제도는 2017년까지 여성 관리자의 비중을 9.6%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담았다.

정부의 목표치에 도달한 공기업은 한국관광공사가 유일했다. 595명 전체 임직원 중 과장급, 부장급 여직원은 각각 132명(36.4%), 9명(9.7%)이었다. 그러나 5명의 임원 중 여성 임원은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지난 4년간 여직원 채용이 없었던 대한석탄공사는 부장급 여직원 비중이 5.4%에 달해 이목을 끌었다. 전체 임직원 1355명 중 사원급, 과장급 여직원은 각각 11명(1.1%), 19명(7.3%)이었지만 부장급은 3명(5.4%)으로 비중이 높았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대한석탄공사는 근로기준법에 의해 여성 및 18세 미만은 갱내에서 근로할 수 없기 때문에 여성 직원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경영, 기획 등 사무직에서 상위 직급의 여성 비중은 결코 낮은 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