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카카오 '깊어지는 고민'3분기 영업이익 162억 '급감'… 주가 하락세실적 부진에 루머 확산… 중국계 IT 공룡 M&A설카카오 "사실 무근, 텐센트는 우호적인 투자자일 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첨단로에 위치한 카카오 본사 정경.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성공신화를 쓴 카카오가 시련을 겪는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기존의 게임 퍼블리싱과 광고 사업에서 나아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못낸 채 적자만 낳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9월에 열린 임시 주총에서는 다음카카오에서 카카오로 사명을 변경하며 임지훈 신임대표 단독체제를 선언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혼란한 틈에 2대 주주이자 글로벌 IT 포식자인 텐센트에게 먹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탄탄대로 카카오는 이제 옛말?

카카오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지난 1월 28일 종가 15만 7400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래로 내림세를 보이며 지난 6월 16일에는 10만 1700원까지 떨어진 바 있다. 차츰 회복세를 보였으나 지난 4일 또다시 내림세로 돌아서 지난 17일 기준 종가 11만 1400원을 기록했다.

증권사들은 카카오에 대한 투자의견과 주가 전망을 낮췄다고 귀띔했다.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679억 6900만원)과 순이익(669억 8200만원)을 전년 동기와 비교해 보면 38.8%, 31.7% 줄어드는 등 큰 폭의 마이너스를 찍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주가 하락의 이유로 해외 진출 실패, 게임사 이탈 심화, O2O서비스 성과 미비 등을 들고 있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카카오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지 못한 채 정체하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이다.

카카오는 글로벌 사용자 이탈로 사업 부진을 한 차례 겪었다. 카카오의 해외 법인 중 카카오재팬은 지난 2012년 이후 적자가 100억 원 이상으로 불어나 정리대상이 됐으며, 지난해 베이징카카오는 7억 4000만원, 카카오싱가포르는 6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실패로 인해 카카오가 당분간 국내 서비스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최근 임지훈 신임대표 체제를 가속화한 데는 해외보다 국내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의중으로 읽힌다"고 전했다.

국내 게임사들이 떠나가는 상황 또한 카카오의 시련을 가중시키고 있다. 카카오는 올 3분기 게임 사업으로 514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4%, 직전 분기 대비 5% 감소한 수치로 파악됐다.

부진을 털어내기 위해 카카오는 지난 1일 도박게임과 보드게임 전용 공간을 신설해 반등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 측은 "카카오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강력한 타게팅 기반의 맞춤형 마케팅 툴을 통해 파트너들은 신규 이용자 확대 및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한편 카카오의 야심작인 O2O 플랫폼 사업은 아직 '황금알 낳는 거위'로 판단하기에 무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카카오페이, 뱅크윌렛카카오, 카카오택시, 카카오택시 블랙 등이 출시와 함께 화제를 모았으나 투자·마케팅 비용을 고려했을 때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앞선 IT업계 관계자는 "O2O 서비스가 국내에서 활성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이 과정에서 카카오는 또 다른 수익사업이 필요할 것"이라며 "O2O 사업으로 발생하는 적자를 게임이나 광고 등을 통해 메울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고 전했다.

카카오 향한 지나친 관심과 루머

수익성 악화와 더불어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각종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그 중 '중국의 네이버'로 불리는 중국계 IT기업 텐센트가 지난 2012년 카카오에 720억 원을 투자해 2대 주주로 거듭난 이후 카카오 인수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루머가 이목을 끌었다.

텐센트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게임회사로 꼽힌다. 1998년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해에만 약 72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으며 전 세계 온라인 게임들이 텐센트를 통해 퍼블리싱하기 위해 줄을 서는 등 게임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서의 위상이 대단하다.

게임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을 바탕으로 한 텐센트의 인수합병은 그 위력을 무시할 수 없다. 2008년 미국의 온라인 게임 회사인 아웃스파크를 시작으로 러시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업체인 DST, 인기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롤)의 개발사로 유명한 미국의 라이엇 게임즈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텐센트는 몸집을 불려 왔다.

특히 텐센트는 2012년부터 카카오의 지분 13.3%를 보유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 10월 1일에는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컨소시엄 합류를 선언해 국내에 상당한 파장을 낳으며 텐센트가 노리는 '다음 기회'를 주목하게 만든 바 있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텐센트의 궁국적인 목표가 카카오톡 인수라는 소문이 있다"며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에 지분 참여까지 하면서 텐센트가 투자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카카오 측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카카오의 한 관계자는 "텐센트는 카카오의 투자자일 뿐이고 내부에서는 텐센트의 인수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카카오가 작은 회사도 아니고 규모가 굉장히 큰데 이런 얘기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텐센트는 여기저기 투자를 많이 하는 글로벌 투자자이고 카카오에 우호적인 투자자일 뿐이지 그런 부분에 관한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또한 "텐센트는 2대 주주이긴 하지만 카카오가 하는 사업에 관여하는 부분은 없다"며 "텐센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카카오에서는 텐센트가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