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대기업 2030 퇴직 논란

구조조정 내몰린 2030세대 '경고음'
'더 자를 사람 없어' 20~30대 사원 구조조정
취업준비생·2030세대 직장인 사이 불안감 증폭
"1~2년차 직원 해고는 결국 기업 영속성에 악영향"
  • 지난 11월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5 코스닥·코넥스 상장기업 취업박람회'에서 20~30대 구직자들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입사한지 몇 년 안 된 20~30대까지 희망퇴직을 종용당하는 실정이다. 40~50대 이상의 고위 직급자를 감축하는데 한계에 이르자 결국 젊은 사원들마저도 내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장기화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갓 뽑은 신입직원마저 내보내야 하는 기업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무차별적 인원감축이 장기적으로는 국내 산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대도 예외 없는 구조조정 한파

지난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두산인프라코어…희망퇴직 수준'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은 두산인프라코어 직원들 간 그룹 채팅방의 캡처 사진을 포함해 논란을 낳으며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공개된 사진 속 두산인프라코어 채팅방에는 "29살에 명퇴당하는 경험을 다 해보네요. 근데 이 타이밍이면 하반기(공채)도 못쓰고 어쩌자는 건지"라는 글이 지난 1일자로 게재됐다. 이에 동료들은 "29살 여기 추가요", "정직원 Op트랙 여사원 23(세) 최연소 명퇴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는 댓글을 덧붙였다.

  • 지난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두산인프라코어 직원들 간 그룹 채팅방. 사진=해당 화면 캡처
해당 글의 진위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커지자 지난 16일 두산인프라코어의 5년 차 사원 A씨(남ㆍ28세)는 이를 공개적으로 증언했다. 사측으로부터 희망퇴직을 권고 받았다는 A씨는 "상담을 통해서 저희들이 안 나가면 더 크게 손해를 본다는 입장으로 말해서 전부 다 나가게 하려고 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협박조로 사람들을 겁박해서 모두가 못 견디고 나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안 나가겠다고 하니까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교육을 보내버리더라. 휴대전화를 반납해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시키고 화장실도 못 가게 했다. 회사 출입문 카드까지 전부 통제해서 회사에 못 들어가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폭로에 사회적인 비난이 거세지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새벽에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들어 네 차례 희망퇴직을 접수받았으며 지난 8일부터는 연차 제한 없이 사무직 300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 대상에 20~30대 사원들이 포함된 것은 두산인프라코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받은 STX조선해양은 20대를 포함한 전 사원을 대상으로 인원 감축을 진행 중이다. 930여 명을 추가 감축할 예정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귀띔했다.

삼성물산의 경우 지난 9월 이후 20대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연령과 관계없는 권고사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건설ㆍ상사ㆍ리조트ㆍ패션 4개 부문을 2개 부문으로 축소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GS리테일은 올해 연말까지 GS25(편의점사업부), GS슈퍼마켓(슈퍼마켓사업부)의 과장ㆍ차장급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대개 30대 중반인 이들에게 6~8개월치 급여를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사직 권고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대 구조조정은 국내 산업 '적신호'

부장급 이상이 대상이었던 희망퇴직이 과장ㆍ차장급을 넘어 사원ㆍ대리급까지 낮춰지자 사회적 불안이 커지고 있다. 두산그룹의 대표 기업광고 문구인 '사람이 미래다'를 조롱한 '사람이 노예다', '23세 희망퇴직이 미래다', '직원은 사람이 아니다' 등의 패러디 문구가 이러한 불안을 반영했다.

사회적 분위기에 20~30대의 고민도 늘어가고 있다. D중공업에 근무 중인 B씨(남ㆍ29세)는 "최근 휴가 중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는데 많은 댓글이 달렸다. 회사를 그만뒀는지 묻는 안부 글이 대부분으로 회사 생활은 괜찮냐는 걱정이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S전자에 근무 중인 C씨(남ㆍ27세)는 희망퇴직을 고려 중이다. C씨는 "희망퇴직 신청 대상자에 포함되면 신청을 할 생각이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 고민이 많았다. 퇴직금을 받아 1~2년 정도 공무원 시험공부에 매진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서울 소재 중상위권 대학에 재학 중인 D씨(남ㆍ25세)는 "기업들이 구조조정한다는 소식을 뉴스로만 들었는데 해당 기업에서 근무하는 선배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면 살벌하더라"며 "힘들게 취업해도 살아남기 힘들어 취업준비를 하면서도 마음이 불편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20~30대가 처한 상황을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때와 비교했다. 지난해 대학 학력의 이상의 졸업자 취업률은 56%로 이는 1998년(58%)보다 더 낮으며 외환위기 당시에도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강제로 퇴직하도록 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부서별로 퇴직 인원을 할당하다 보니까 신입사원들까지 포함됐다"며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서 총수와 임원들이 임금을 줄이는 등 솔선수범을 보이면 갓 입사한 직원까지 해고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들은 희생을 하지 않으면서 젊은 직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국내 산업이 처한 위험 수준이 20~30대 사원의 구조조정 문제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오 소장은 "효용성을 따져 신입사원을 내보내는 것보다 40~50대를 내보내는 게 지금까지의 구조조정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구조조정을 여러 차례 하다 보니 더 이상 구조조정을 할 수 없는 최소 인원에서도 더 줄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그 여파가 20~30대에게 미치고 있다"며 "현재 우리 기업들이 처한 위기 때문에 돌출된 상황으로 빨간불이 켜진 위험 수준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가 난파될 때 큰 물건, 작은 물건을 가리지 않고 다 던지듯이 위급한 기업들 또한 생존이 힘들어 청년 감원에 나섰다"며 "위기 상황에서 구조조정은 필요하지만 1~2년차 직원들에게까지 확대하면 기업의 영속성에 문제가 생기는데 이를 위급한 기업들이 간과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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