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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 기업 안의 또 다른 기업 '사내벤처'

건강한 창업 생태계, 네이버·인터파크 싹 틔워… 안전장치 마련돼야
  • 자발적 연구 프로젝트인 C-Lab(Creative Lab)으로 시작해 스타트업으로 독립하게 된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창업 성공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인터파크, 국내 1세대 사내벤처 기업
삼성전자, 씨-랩 통해 직원들 창의성 향상 독려
네이버, 'CIC' 통해 웹툰 사업 강화
구조조정 악용 및 위장분사 가능성으로 부작용도 존재
건강한 창업 위해 사내벤처 지원 강화돼야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국내 최초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사내벤처'를 통해 싹을 틔웠다는 것이다.

대기업 안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원들에게 일정 비용과 연구 환경을 제공해 줌으로써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탄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내벤처는 새로운 창업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네이버 등이 사내벤처 제도를 통해 직원들의 창의성 향상을 독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90년대 '닷컴' 열풍으로 사내벤처가 꽃을 피웠던 시기가 있었다. 이 시기에 1세대 IT 창업가들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네이버, 인터파크, 지마켓 등이 등장했다.

IMF를 계기로 주춤했던 창업 열풍은 최근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바람을 타고 다시 불어오는 모양새다. 사내벤처가 다시 꽃을 피워 제 2의 네이버, 인터파크를 탄생시킬 수 있을까? 국내 사내벤처의 세계와 해결 과제에 대해 알아봤다.

  • 사내벤처 성공신화로 꼽히는 네이버는 기업 내에 독립적 조직을 지원하는‘컴퍼니 인 컴퍼니(Company-In-Company^CIC)’제도를 운영 중이다. /사진=연합
LG유플러스는 인터파크를 낳고, 인터파크는 G마켓을 낳고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뿌리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삼성SDS의 사내벤처 제도와 만나게 된다. 지난 1992년 삼성SDS 연구원이었던 네이버 현 이해진 이사회 의장은 입사 5년차가 되던 해 동료 사원 3명과 함께 사내벤처 '웹글라이더'를 만들었다.

당시 삼성SDS는 직원들의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작은 기업을 육성하고 일정 기간이 되면 분사하는 사내벤처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때 선정된 제1호 기업이 이해진 의장의 '웹글라이더'였다. 웹글라이더는 1999년 네이버로 분사하게 돼 현재 국내 포털의 '공룡'으로 자리잡게 됐다.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는 우리나라 사내 벤처기업의 시초로 여겨지고 있다. 인터파크는 옛 데이콤(현재 LG유플러스)의 사내 벤처로 그 첫 발걸음을 시작했다. 인터파크 이기형 회장은 1995년 데이콤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 쇼핑몰을 제안했고 이후 아이디어를 토대로 사업을 분사해 현재 '인터파크'를 만들었다.

인터파크는 또 다른 사내벤처를 만들기도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마켓'이다. 인터파크는 지마켓을 사내 기업으로 추가 설립해 국내 오픈 마켓 시장을 주도해 왔다. 인터파크는 지난 2009년에는 지마켓을 미국 이베이에 매각해 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삼성SDS, 데이콤, KT를 중심으로 사내벤처 제도가 시작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사내벤처는 1999년 중반 벤처기업 붐이 일어나면서 더욱 활성화됐으며 별도의 법인으로 발전한 경우도 생겨났다. 기업들은 사내벤처를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킨 뒤 코스닥에 등록하면 출자지분을 매각해 막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수익보단 혁신적 아이디어 발굴에 더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삼성전자ㆍ네이버, 사내 벤처로 직원 창의성 향상 나서

잠시 주춤했던 사내 벤처 프로그램은 2010년대부터 다시 시작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국내 재계 1위인 삼성과 사내벤처를 통해 출발한 네이버가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부터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씨-랩(C-Lab)'을 운영하고 있다. 씨-랩은 삼성전자가 지난 2012년 창의적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 구현한다는 목적으로 만든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이다. 지난 3년간 100여개 과제가 진행됐으며 40여개 과제의 개발이 완료됐다. 이중 27개는 관련 사업부로 이관돼 개발, 상품화가 진행 중이다.

씨-랩은 시행 3년 만에 첫 창업 지원을 배출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씨-랩은 벤처 3사의 창업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창업 지원을 받는 아이템은 신체의 일부를 활용해 통화음이 잘 들리게 하는 신개념 사용자경험(UX)인 팁톡(Tip Talk), 개인의 보행자세를 모니터링하고 교정을 돕는 스마트 슈즈 솔루션인 아이오핏(IoFIT), 걷기 운동과 모바일 쿠폰을 결합한 서비스인 워크온(WalkON) 등 총 3개다. 이 세 아이템을 운영하게 될 직원들은 퇴직 절차를 밟아 별도의 스타트업 법인을 설립한다. 이 중 아이오핏이라는 아이디어를 들고 나온 '전' 삼성전자 직원들은 '솔티드벤처'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씨-랩을 통해 임직원의 창의성을 기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씨-랩을 통해 연구과제가 발탁된다면 직원들은 본 업무 대신 아이디어를 향상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다. 만약 스타트업 설립이 잘 되지 않거나, 아이디어를 철회하고 싶다면 퇴직 후에도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내부 씨-랩 과제 인력을 대상으로 직급과 호칭을 없애고 근태관리도 적용하지 않는 등 보다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근무할 수 있게 하고, 과제결과와 직접 연결된 새로운 평가, 보상제도를 도입해 성과 창출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 이재일 상무는 지난 8월 첫 번째 창업 지원을 배출할 당시 "그동안 씨-랩을 통해 인재를 발굴하고 아이디어 구현의 기회를 제공하던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임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네이버 역시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회사 속의 회사(Company In Company)'인 'CIC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 내에서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을 만들게 됐다.

지난 2월 네이버는 제1호 CIC로 '웹툰&웹소설 셀'을 선정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웹툰&웹소설 셀리더에게는 '대표'라는 호칭과 함께 이에 걸맞은 권한이 부여된다.

웹툰&웹소설 셀의 경우, 네이버에서 분사한 조직은 아니다. 직원들은 모두 네이버 소속이다. 그러나 독립적인 인사권과 함께 서비스, 예산, 재무 등 하나의 작은 조직처럼 운영될 수 있는 많은 권한을 줬다.

네이버가 1호 CIC로 웹툰과 웹소설 관련 서비스를 채택한 것은 향후 웹툰과 웹소설 분야 성장에 걸맞춰 재빠른 대응을 하기 위해서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웹툰과 웹소설은 기존에 있던 시장이 아닌 새로 개척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비교적 작은 조직에서 팀원들끼리의 직접적 의사소통과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방 공기업 중에선 서울메트로가 최초로 사내벤처 제도를 운영하게 됐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수익 모델 창출을 위해 사내벤처 제도를 운영한다고 지난 11월 15일 밝혔다.

메트로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내벤처 아이디어를 공모해 6개 팀을 선정했다. 선정된 사업은 방향유도표지판 등 시설물 개선 사업과 철도궤도장비나 도시철도분야 자산관리 컨설팅, 리워드앱 개발 등이다. 공모 분야는 지하철 인프라를 활용한 사업과 공사보유 특허 등 자체연구 성과물을 활용한 사업이다. 메트로는 2차에 걸친 심의에서 사업 타당성과 생산이나 마케팅 전략 실현 가능성, 사업 경제성을 평가했다.

이번에 선정된 사내 벤처팀은 메트로와 이익 공유 등 협약을 맺은 뒤 다음달 군자차량기지 내 벤처센터에 입주하게 된다. 메트로는 장비 구입비와 교육, 경영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앞으로 독립된 사업체로 발전해 창업까지 이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향후 철도와 기술분야 외부 기관에도 문호를 개방할 방침이다.

메트로 관계자는 "사내벤처 제도 도입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나 수익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내벤처, 신성장 동력 발굴 위한 대기업들의 방편?

기업들이 사내벤처를 활용하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표면적으로 꼽는 이유는 직원들의 창의성 향상이다. 주어진 업무에 몰두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에 소홀해지는 직원들에게 기업이 스스로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직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내벤처를 통해 경직된 조직에 유연성을 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사내벤처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업 아이템을 직원이 발굴함으로써 조직에 생동감을 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경우,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작은 조직에게 더 적합한 아이템을 맡기곤 한다. 네이버 CIC가 이러한 사례라 볼 수 있다. CIC를 통해 운영되는 네이버 웹툰 관련 사업의 경우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등 해외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 파트너와도 교류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차에도 불구하고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는 작은 조직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메트로처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나 수익 향상을 위해 사내 벤처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기업들이 사내벤처를 궁극적으로 도입한 것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서다. 주력 사업에 몰두할 수 밖에 없는 대기업 입장에선 직원들을 활용해 신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를 통해 사내벤처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대기업들의 속내라는 것이다. 광운대학교 경영학부 이병헌 교수는 "산업의 융복합화와 제품 수명주기 단축으로 최고 경영진을 중심으로 한 '위에서 아래' 방식의 신사업 추진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사내벤처는 종업원들의 아이디어에 기초한 '아래에서 위' 방식의 분권형 사업 추진으로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경험 많은 회사원들의 창업, 성공 가능성 높아

국가적 차원에서도 사내벤처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청년창업의 경우, 경험이 없는 청년들이 나선다는 점에서 실패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사내벤처는 몇 년간 대기업에서 실무를 익힌 연구자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실패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내벤처 제도 활성화를 위해 선결돼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사내벤처의 경우 기술 인력들의 호응은 좋지만 관리 인력이 부족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무기로 사내벤처 세계에 뛰어든 기술 인력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막상 분사를 통해 회사를 운영하게 되면 관리를 맡을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청년인턴제와 산업기능요원을 활용해 사내벤처의 관리 업무를 맡긴 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정규 인력으로 채용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사)벤처기업협회 허영구 정책협력실장은 "청년인턴제와 산업기능요원을 통해 사내벤처 관리를 맡긴 후정규직으로 채용해 취업률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헌 교수 또한 "사내벤처 육성을 위해선 조직 인프라를 정비해야 하는데 창업보육센터와 같은 사내벤처의 독립적 업무공간과 사내벤처에 대한 투자예산, 회계,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내벤처들은 분사 후 중소기업 생태계에 뛰어들면 '모기업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견제를 받아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견제나 방해를 막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사내벤처가 가진 부작용도 있다. 일부 기업들이 사내벤처를 통해 인력을 배출하는 '구조조정'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건강한 사내벤처 제도는 건전한 인력 재편으로 오히려 기업과 근로자에게 좋은 근무 환경을 가져온다는 반박 의견도 있다.

또 대기업이 사내벤처를 통해 이른바 '기업 쪼개기' 인 위장 분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허영구 실장은 '사내벤처 등록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사내벤처 제도를 도입할 대기업들이 미리 정부에 사내벤처 운영 사항이나 방식을 신고해 위장 분사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사내벤처 분사가 정말 완전한 독립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재계 관계자는 "모 기업의 경우 사내벤처 제도를 통해 아이디어가 채택된 팀장은 임원급 대우를 해준다"고 밝혔다. 분사를 했더라도 아직까지 모기업의 영향력이 크다는 걸 입증하는 사례인 것이다. 사내벤처가 분사를 하더라도 대기업이 일부 지분을 갖는 경우도 있고, 동시에 영향력도 유지하고 있어 완전한 독립이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었다.

몇 가지 부작용이 우려되긴 하지만 제2의 네이버, 인터파크를 탄생시키 위해선 사내벤처 제도가 활발해져야 한다는 것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사내벤처 전문 액셀러레이터'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스타트업 창원 지원을 돕는 액셀러레이터처럼 대기업이 사내 벤처 제도를 운영하길 원할 경우, 노하우를 전수해 줄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내벤처, 스타트업 등 활발한 창업 환경은 건강한 창업 생태계를 만든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위해선 실패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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