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3세 68년생 활약 주목… 환갑맞은 은행장, 80년생 '젊은 피' 두각

삼성 이재용ㆍ신세계 정용진, 68년생 동갑…그룹 '선장' 역할
허용수(GS)ㆍ이해욱(대림)ㆍ조현준(효성)ㆍ이우현(OCI) 등 입지 넓혀
환갑 맞은 은행장들 활약 기대돼…대기업 전문경영인 다수 포진
80년생 재계 3ㆍ4세 중책 맡아 경영수업… IT업계 활약 두드러져

2016년 병신년(丙申年) '붉은 원숭이'의 해가 밝았다. 예로부터 원숭이띠는 잔재주가 많고 판단력과 행동력이 뛰어나다고 여겨졌다.

이러한 특징 때문인지 재계 곳곳에서는 원숭이띠 인사를 다수 찾아볼 수 있다. 경영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36세, 48세, 60세 재계인들이 올해의 주인공들이다.

1968년생인 48세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오너가 2ㆍ3세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범삼성가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이 부회장의 사촌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까지 모두 원숭이띠이다. 이 밖에도 GS, 대림, 효성, OCI의 유력 후계자들 또한 68년생이다.

환갑을 맞이한 60세 원숭이띠들은 금융권에서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아직 나이는 젊지만 1980년생 '젊은 원숭이들'도 IT업계와 오너가 3ㆍ4세를 중심으로 활약이 기대된다. 2016년 한 해 큰 활약을 보일 재계의 원숭이들을 짚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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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 3세 포진한 '68년 원숭이띠'

올해 만 48세인 1968년생 원숭이띠 재계 인물로는 오너가 자제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재계 1위 삼성은 원숭이띠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먼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68년생 원숭이띠이다. 이재용 부회장뿐만 아니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이혼소송 중인 임우재 삼성전기 고문도 68년생 원숭이띠다. 이건희 회장의 아들과 사위들이 모두 원숭이띠인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와병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을 사실상 이끌고 있다. 지난해 통합 삼성물산 출범과 롯데와의 빅딜을 통해 화학 계열사를 전부 매각했다. 이재용판 '실용주의'로 삼성그룹을 장악하면서 후계 구도를 확정지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한 삼성은 신성장동력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통합 삼성물산 출범과 함께 바이오 부문 강화 계획을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0년까지 전세계 생산 능력 1위, 매출 1위, 이익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삼성은 스마트카 시대를 위한 전장 부품 사업에 진출한다. 이미 국내에선 LG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스마트카 관련 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세계적으로 스마트카 사업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지는 와중에 삼성 역시 스마트카 산업의 패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삼성자동차'로 자동차 시장에서 쓴맛을 본 적이 있는 삼성은 완성차 시장이 아닌 부품 개발에 전념함으로써 스마트카 시대를 대비하게 됐다.

이건희 회장의 둘째 사위인 김재열 사장은 삼성 스포츠 마케팅을 전담한다. 삼성은 자사의 야구단인 삼성 라이온즈를 제일기획이 1월 1일부터 전담하도록 조직을 개편했다. 축구단 수원 삼성과 함께 야구단까지 제일기획이 맡게 됨으로써 김재열 사장은 삼성의 전반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모두 지휘하게 됐다.

아내 이서현 사장이 패션 부문을, 김재열 사장이 스포츠를 맡으면서 이건희 회장의 자녀들과 사위가 모두 특화된 분야를 하나씩 선점하게 됐다. 하지만 맏사위인 임우재 고문의 그룹 내 지위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임우재 고문은 지난 연말 인사 때 삼성전기 부사장에서 고문으로 물러났다. 현재 임 고문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이혼 소송 중이다. 삼성 측에선 이번 인사와 이혼 소송은 무관하다고 밝혔으나 이부진 사장과 남남이 됨으로써 삼성그룹 내 임 고문의 입지는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범 삼성가로 시선을 돌리면 이건희 회장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아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원숭이띠이다. 지난해 신세계는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 성공하며 승승장구 했다. 정용진 부회장 역시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PB)인 '피코크' 개발을 진두지휘하며 오너로서의 능력을 펼쳤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삼성가 외에도 대기업 2~3세 중에선 1968년생 원숭이띠들이 많다. 허용수 GS그룹 전무,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조현준 효성 사장, 이우현 OCI 사장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허용수 GS그룹 전무는 지난 연말 인사에서 에너지ㆍ자원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동시에 GS파워 비상무이사(등기임원)에 오르며 이사진에도 합류했다. 허 전무는 ㈜GS의 2대 주주로 최대 주주인 허창수 GS그룹 회장과의 격차가 0.28%밖에 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향후 GS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로 점쳐지고 있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지난 4월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I&S와의 합병으로 최대 주주에 올라서게 되면서 승계 구도를 확정 짓고 있다. 이해욱 부회장이 그룹 내 입지를 넓히면서 대림그룹은 3세대 경영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는 평가를 듣는다.

형제의 난으로 시끄러웠던 효성그룹에서는 조석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이 1968년생으로 원숭이띠이다. 조현준 사장은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해를 보냈다. 지난 11월, 조석래 회장은 5000억원대 분식회계와 1500억원대 탈세 혐의로 징역 10년과 벌금 3000억원의 중형을 구형했다. 조현준 사장에게는 징역 5년과 150억원을 구형했는데 이에 대한 선고가 오는 1월 15일로 예정돼 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효성은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중공업, 섬유 등 주력 분야에서 연이어 수익을 올렸지만 한편으로 오너가가 연이은 위기를 겪고 있어 향후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우현 OCI 사장은 '미래 신사업' 태양광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펼치고 있다. OCI는 지난해 11월 SK에 반도체 특수가스 업체인 OCI머티리얼즈를 매각했다. OCI는 산업용특수가스 자회사 OCI 머티리얼즈의 OCI 지분전량인 517만8535주(지분율 49.1%)를 SK㈜에 4816억 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주당가격은 9만3000원이다. 이우현 사장은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한 후 주력 사업인 신재생에너지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48세인 재계 원숭이띠들은 3세 경영인들이 주를 이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은 형제 자매와의 경쟁 단계를 벗어나 유력한 그룹 후계자들로 꼽힌다. 특히 2세대에서 3세대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에 선 그룹들이 많아 재계 3세들은 후계자로서의 경영능력을 검증받는 무대에 본격적으로 서게 됐다.

IT업계에도 48세 원숭이띠들이 많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가 1968년생이다. 또 김정주 넥슨 지주회사 NXC대표,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 권영식 넷마블게임즈 대표이사 모두 1968년생으로 동갑이다. 이들은 국내 IT기업 1세대들로 초석을 닦아놨다는 평을 듣고 있다.

환갑 맞이 한 은행장들

올해 만 60세로 한국 나이로 '환갑'을 맞이하는 1956년 재계인들 가운데서는 금융권 인사들이 눈에 띈다.

금융권의 56년생 인물로는 권선주 기업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 KB금융지주 김옥찬 사장 내정자,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 등이 있다.

한국 최초의 여성은행장인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지난해 좋은 성과를 올렸다는 평을 듣고 있다. 권선주 은행장은 지난 2013년 2월 취임해 만 2년간의 임기를 넘겼다. 특히 중소기업의 대한 지원과 함께 국내 핀테크 전도사로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권 은행장의 취임 첫 해인 2014년 기업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320억원으로 전년보다 28% 성장했다. 특히 권 은행장은 여러 공식 석상에서 핀테크를 언급하며 큰 관심을 표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스타트업 및 핀테크 기업을 금융그룹 차원에서 종합 지원하기로 하고 성장 단계별로 맞춤형 프로그램 제공을 추진하고 있다. 또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권 은행장은 지난해 11월, 2018년까지 중소기업 투자 금액을 4800억원까지 늘릴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중소기업은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영세소기업과 지역기업 활성화에 힘썼으며 이에 따라 올해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총 공급계획은 전년보다 1조5000억원 증가한 41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9월 1일자로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통합돼 탄생한 KEB하나은행의 초대 은행장인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또한 56년생 원숭이띠이다.

함 은행장의 경우 양대 조직을 하나로 어우러지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어떠한 리더십을 펼칠지 주목을 받아왔다. 취임 100일을 넘긴 시점에서 함 은행장은 소통과 화합을 통해 안정적으로 통합된 조직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함 은행장의 대표적 '화합'인사로는 김지성 전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을 비서실장으로 선임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새해 함 은행장은 비대화된 조직을 정리하고 저조한 수익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통합 후 자산 규모가 300조원으로 업계 1위가 됐으며 국내 지점수는 945곳, 직원수는 1만6000명에 이르는 비대한 조직을 갖게 됐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이 20% 내외로 감소해 실적이 좋지 않다는 것이 함 은행장의 최대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장을 역임한 하나금융그룹 김한조 부회장 역시 1956년생이다. 김 부회장은 초대 KEB하나은행장 유력 후보였으나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을 도와 글로벌 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지난해 IBK투자증권의 수장으로 임명된 신성호 사장 또한 원숭이띠다. 평소 금융 공부를 강조해 온 신 사장은 취임 후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강연에 나서며 직원 교육에 힘써 왔다.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161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186%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KB금융지주 김옥찬 사장 내정자는 1월 취임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KB금융지주 신임 사장으로 내정됐으나 석 달째 업무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10월 중순, KB금융지주 사장으로 선정된 후 재직하던 SGI서울보증에 사임의사를 밝혔으나 보험업법에 따라 후임 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등기이사로 등록해야 했다.

대기업 전문 경영인 중에서도 1956년생 원숭이띠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삼성그룹에는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 정유성 삼성SDS 사장, 김종중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이 있고, LG그룹에는 하현회 LG 사장, 이우종 LG전자 사장, 조성진 LG전자 사장, 최상규 LG전자 사장, 롯데그룹에는 이원준 롯데쇼핑 사장과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사장이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동수 대림산업 사장, 심상배 아모레퍼시픽 사장,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성영목 신세계조선호텔 사장, 강석희 CJ헬스케어 사장, 한상호 현대엘리베이터 사장, 오세영 KTH 사장, 이동호 현대백화점 사장, 윤기수 세아베스틸 사장, 박용환 한온시스템 사장, 박영준 빙그레 사장, 이원구 남양유업 사장, 권치중 안랩 사장 등도 56년생 전문 경영인이다.

젊은 패기로 활약 기대되는 80년생

1980년생으로 올해 만 36세가 되는 '젊은 원숭이띠' 중에선 재계 4세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아직 젊은 나이 때문에 기업에서 중책을 맡고 있진 않지만 경영 수업을 통해 차차 후계 구도를 준비하고 있다.

1980년생 중에는 임상민 대상그룹 상무, 황익준 건설화학 전무, 구본상 신성델타테크 전무, 강호준 대교 상무, 남태훈 국제약품 부사장, 이가원 인천도시가스 부사장이 현재 경영수업 중에 있다. 36세의 젊은 나이지만 높게는 부사장에서 낮게는 상무까지 높은 지위에 올라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차녀인 임상민 대상그룹 상무는 대상그룹의 지주사인 대상홀딩스의 최대 주주로 36.71% 지분을 갖고 있다. 장녀인 임세령 상무는 지난 1998년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과 결혼 후 10년만에 이혼했으며 그 후 외식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언니보다 더 많은 지분을 가진 임상민 상무는 향후 대상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의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된 임지훈 카카오 대표 역시 36세의 '젊은 피'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다음'을 떼고 모바일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또 '카카오택시'를 비롯해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아직 젊은 나이인 만큼 80년생 원숭이띠들은 기업 내에서 실무를 익히며 향후 승계 구도를 준비하고 있다. 빠른 변화를 수용해야 하는 IT업계의 경우 젊은 경영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특히 임지훈 카카오 대표를 중심으로 80년대생들이 차차 뛰어난 활약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