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이혼 각양각색 …리스크, 뒷말최태원 회장, 언론사에 편지로 이혼 의사 밝혀노소영 관장, "이혼은 없다… 가정 지킬 것"이재용·정용진 등 이혼 경력… 파급력 줄어

왼쪽부터 최태원 회장,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광복절 사면 후 활발한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이 때 아닌 이혼 선언을 해 파장이 일고 있다. 최 회장은 한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결혼 생활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한 여성과의 사이에서 혼외자를 두고 있으며 이들을 책임질 것이라 밝혀 사실상 재혼을 시사했다.

최 회장 말고도 재계 총수들의 이혼은 주목받아 왔다. 활발한 경영 행보를 펼치지만 사생활적으론 이혼이란 아픔을 겪은 재벌가 인물들을 짚어 봤다.

최태원 "이혼 원해" vs 노소영 "가정 지킬 것"

연말, 재계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고백'으로 떠들썩했다 최 회장은 지난 12월 29일, 한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결혼 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편지에 따르면 오랜 시간 동안 노 관장과 별거 상태를 계속해왔다. 최 회장은 "종교 활동 등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도 많이 해보았으나 그때마다 더 이상의 동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재확인될 뿐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다. 그리고 알려진 대로 저희는 지금 오랜 시간 별거 중에 있다"고 편지에 언급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최 회장이 이미 한 여성과의 사이에서 여섯 살 난 혼외자를 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최 회장은 "과거 결혼생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다"고 밝혔다. 또 그 무렵 시작된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회사 일들과, 저희(최태원ㆍ노소영) 부부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려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법적인 끝맺음이 차일피일 미뤄졌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이번 고백을 통해 법적으로 노소영 관장과의 부부 생활을 끝마치고 편지에 언급된 여성과 아이를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지난 1988년 결혼한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은 '정ㆍ재계의 결합'으로 주목받았다. 노소영 관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로 두 사람이 결혼하던 1988년 현직 대통령과 재벌 총수가 사돈을 맺는다는 점에서 큰 화제가 됐다. 두 사람 사이에는 1남 2녀의 자녀가 있으며 이 중 차녀 민정(24)씨는 해군 소위로 복무해 눈길을 끌었다.

최 회장이 이혼 결심을 언론사에 공개 편지로 전달한 만큼 어느 때보다 이혼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하지만 결혼 생활을 마무리하지 않은 시점에서 혼외자를 둔 최태원 회장은 유책 배우자로 현행법 상 이혼 청구가 기각될 가능성이 높아 협의 이혼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노 관장의 이혼 의사가 중요한데 노 관장은 가정을 지키고 싶다는 의사를 일부 언론을 통해 밝혔다. 노 관장은 지인을 통해 "꿋꿋이 가정을 지키겠다"는 뜻을 나타내며 이혼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혼 경력 있는 재벌 총수 살펴보니

이번 최태원 회장의 이혼 선언 말고도 재계 총수들의 결혼과 이혼은 늘 세간의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988년 임세령 대상그룹 상무와 결혼했으나 10년만인 2009년 이혼했다. 두 사람은 1남 1녀를 뒀으며 현재는 이재용 부회장이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 후 출가외인으로 대상그룹 경영과는 멀리 떨어져 있던 임세령 상무는 이혼과 함께 외식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역시 임우재 삼성전기 고문과 이혼소송 중이다. 이부진 사장과 임우재 고문은 재벌가 자녀와 평사원의 만남으로 '남자 신데렐라'의 탄생이라 불리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두 사람은 두 번에 걸친 이혼 조정에 실패했으나 올 1월 14일 선고 기일이 잡혀 곧 이혼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이 사장의 이혼조정신청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소송은 두 차례 조정에서도 합의를 보지 못했다. 두 사람 사이엔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있는데 임우재 고문은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임 고문은 이혼소송과 함께 부사장에서 고문으로 한 걸음 물러나게 됐다. 임 고문의 삼성가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셋째 딸인 정윤이 현대해비치 고문과 이혼한 신성재 전 현대하이스코 사장은 이혼과 동시에 현대가를 떠났다.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이혼했으며 지난해 8월말 신 전 사장이 사직 의사를 밝힘으로써 인연을 정리하게 됐다. 신 전 사장은 1998년 현대하이스코로 자리를 옮긴 후 2001년 수출담당 이사로 임원 자리에 올랐다. 이어 기획총괄 전무이사, 영업본부장 겸 기획담당 부사장을 거쳐 2005년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2011년부터는 현대하이스코의 단독 대표이사를 맡아 매출액을 4배 가량 성장시키며 경영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장님 딸'과의 이혼으로 현대가와는 결별하게 됐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또한 탤런트 고현정씨와 결혼 8년만인 지난 2003년 이혼했다. 정 부회장은 고현정씨와의 사이에서 1남 1녀를 두고 있었다. 그 후 정용진 부회장은 플루티스트 한지희씨와 2011년 재혼해 쌍둥이를 얻었다.

재벌가 이혼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원석 동아그룹 전 회장은 재벌가 이혼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최 전 회장은 1976년 인기 여성듀엣 '펄시스터스' 멤버 배인순 씨와 결혼했지만 22년만인 1998년 이혼했다. 그 후 최 전 회장은 27세 연하인 아나운서 장은영씨와 재혼했으나 지난 2010년 이혼했다.

CJ 이미경 부회장도 이혼 경력을 갖고 있다. 이미경 부회장은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과 결혼했었으나 지난 1994년 이혼했다. 이후 김석기 전 사장은 연극배우 윤석화씨와 재혼했으며 조세 피난처를 통한 페이퍼컴퍼니 설립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 또한 1967년 장오식 전 선학알미늄 회장과 결혼해 1남 3녀를 뒀지만 이혼했다.

우리 사회의 이혼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이혼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 만큼 재벌 오너가의 이혼 또한 예전보다는 그 파급력이 줄었다. 하지만 재벌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석연치 않은 이혼 배경 등은 오너리스크 후유증과 함께 무수한 뒷말을 남겨 왔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