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브랜드 추락 가속…재기 불투명

지난 8일 서울 시내의 한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 전문점 매장. 사진=윤소영 기자
콜드스톤 지난해 철수… 미투 브랜드 위기 감돌아

새로 등장한 백화점 입점 고가 아이스크림에 밀려

디저트는 사치품 인식… 신제품 투자·개발에 힘써야

백화점에 입점한 고가 아이스크림으로 인해 3000~4000원 대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미국계 아이스크림 전문점 콜드스톤 크리머리(콜드스톤)의 경우 지난해를 끝으로 국내에서 철수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F&B 업계 관계자는 “비일비재한 일”이라며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국내 디저트 시장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한때 유망 창업 아이템으로 꼽혔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체인점들이 아이스크림 시장을 놓고 벌여 온 생존 사투를 살펴봤다.

경쟁 업체들의 부진 속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배스킨라빈스 서울 시내 한 매장의 전경. 사진=/연합
살벌한 아이스크림 전쟁

CJ푸드빌은 지난해 12월 20일자로 콜드스톤의 사업을 접었다. 2006년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1호점을 시작으로 2010년 66곳까지 늘었던 가맹점은 지난해 영업 종료 전 서울과 수원 단 2개 점포만 남은 상황이었다.

CJ푸드빌은 지난해 11월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본사와 협의한 끝에 계약 재연장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시장 자체가 포화 상태인 상황에서 다른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내린 결론”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콜드스톤은 매장 직원들이 차가운 화강암 돌판 위에서 아이스크림과 과일 등을 섞어주는 제조방식으로 한때 인기를 끌었다. F&B 업계 한 관계자는 “CJ푸드빌이 경쟁사 SPC그룹의 배스킨라빈스를 의식해 콜드스톤을 국내 도입했으나 신제품 개발에 애를 먹으며 결국 사업을 접었다”고 전했다.

녹차아이스크림으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미국계 아이스크림 전문점 하겐다즈는 매장 수가 12개뿐이다. 25년 전인 1991년 국내에 진출했지만 급변하는 디저트 업계의 트렌드와 유사 업체들 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매장 수를 늘리지 못한 채 입지가 위축됐다.

국내 법인인 한국 하겐다즈가 로드숍 출점보다는 편의점, 대형마트 같은 유통채널에 집중한 판매 전략 또한 시장 점유율 감소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외에 미투(Me too) 브랜드의 확산으로 소비자들이 느끼는 프리미엄 이미지가 퇴색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해외 브랜드인 경쟁 업체와 달리 1998년 롯데제과에서 출시된 국내 브랜드 나뚜루 또한 부침을 겪었다. 재도약을 위해 2011년 롯데리아에 흡수ㆍ합병된 나뚜루는 1724 연령층에게 어필하기 위해 톡톡 뛰는 느낌의 카페형 콘셉트 매장인 나뚜루팝을 론칭했다.

2012년 당시 220개였던 나뚜루팝 점포는 2014년 177개로 축소된 바 있다. 2011년 나뚜루 인수 후 노후화된 점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감소이며 지난해 나뚜루 점포가 192개로 늘어났을 만큼 안정세를 찾고 있다는 게 롯데리아 측의 입장이다.

130년 전통의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브랜드 빨라조 델 프레도는 해태제과가 2008년 판권을 사들인데 이어 2014년에는 아예 업체를 인수했다. 그러나 전국 매장이 60개에 불과해 국내 소비자에게는 경쟁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실정이다.

이와 관련, 앞선 업계 관계자는 “배스킨라빈스가 본사의 자본ㆍ인력 규모로 시장 점유율의 90%를 차지한 가운데 하겐다즈, 나뚜루팝, 빨라조 델 프레도 같은 브랜드들이 남은 10% 속에서 경쟁하는 상황”이라며 “치열한 디저트 업계 속에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브랜드들이 콜드스톤처럼 사업을 접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다”고 설명했다.

더 비싼 신상 디저트 ‘우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들 아이스크림은 새롭게 등장한 고가 아이스크림에게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타이틀을 빼앗겼다. 2013년을 전후로 국내에서 선보인 백화점 입점 아이스크림들이 쏟아져 나오며 설 자리를 잃었다.

통과일 수제 아이스바인 브릭팝은 2013년 2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시작으로 현재 7개의 백화점 및 대형쇼핑몰에 입점했다.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폴바셋은 플레인(바닐라맛)과 밀크티(홍차맛)으로 20~30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벨기에 초콜릿 브랜드로 초콜릿을 아이스크림 위에 얹어서 판매하는 고디바는 주말이면 백화점 내 입점한 10여개의 매장들이 길게 늘어선 줄로 매장 밖까지 북적인다. 유기농 원료를 강조한 남양유업의 백미당은 2014년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개점 1개월 만에 1만 5000여개의 판매실적을 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F&B 업계 관계자는 “추이를 계속 지켜봐야 하지만 고디바, 백미당 등이 고객의 니즈와 부합해 인기를 끌고 있어 기존 아이스크림 브랜드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더 비싼, 고가의 프리미엄 디저트를 추구하는 트렌드 현상”이라며 “저가부터 고가까지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는 커피 프랜차이즈와는 달리 디저트의 경우 사치라는 인식이 강해 관심과 희소성이 사라지면 자연히 고객에게서 멀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국내 디저트 시장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은 적 있다. 그러나 후발주자들의 카피로 인해 프리미엄의 가치가 급락하며 소비자의 선택에서 멀어져 그 수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2014년 단기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매장을 늘렸던 눈꽃빙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내 인기가 시들해지자 일부 브랜드들은 중국 등 해외 시장으로 눈길을 돌려 차별화된 콘셉트의 디저트로 관심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기존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처한 상황은 배스킨라빈스의 독주, 미투 브랜드 난립, 빠른 디저트 트렌트 변화 등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라며 “경기 불황과 맞물려 고가의 디저트를 소비하며 자신을 위한 사치를 했다는 만족감을 느끼는 고객들의 성향 또한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 속에서 고가의 신상 아이스크림을 소비하는 고객들이 느끼는 만족감이 큰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기존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다시 얻기 위해선 결국 신제품 개발과 투자를 통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