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돈과 사람 연결… P2P금융 시대

'크라우드펀딩' 일환… 안정성 확보·사업 기반 다지기가 최우선 과제
26일 '한국P2P금융플랫폼협회' 출범… "업체 교류 활발해질 것"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하는 양모(남·36)씨는 최근 사업 확장을 위한 돈이 필요해 신용대출을 알아보던 중 'P2P(peer to peer·개인 대 개인)금융'을 알게 됐다. P2P 중개업체는 1년에 양씨가 7,0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대출 연체 이력이 전혀 없다는 점에 주목해 필요한 자금 전부를 대출해 줄 수 있다고 알려 왔다. 대출 방식은 온라인에 게시해 여러 명의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빌리고 매달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식이다.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된 P2P금융이 초저금리 시대의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평균 P2P 수익률은 세전 8.7%로 저축은행(2.8%)이나 일반은행(2.3%)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물론 수익률이 높은 만큼 원금 손실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P2P금융 공고가 뜨기 무섭게 투자자가 몰리며 조기 마감되기 일쑤다.

P2P금융은 쉽게 말하면 십시일반으로 '대중'(crowd)이 '자금을 모아'(funding) 기업에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의 일환이다. 크라우드펀딩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핀테크(Fin Tech·금융+기술) 부문 핵심 사업이기도 하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25일부터 온라인을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지분이나 배당을 주고 창업 자금을 조달하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로써 일반인 누구나 1년에 500만 원까지 크라우드펀딩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크라운드펀딩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사회공익활동이나 문화예술활동 등을 지원하기 위한 후원형, 대출 금리를 약속하지 않고 사업성과에 따라 지분이나 배당을 받는 지분형, 원금과 투자금에 따른 고정 이자를 받는 대출형 등이 있다. 이전에도 크라우드펀딩은 가능했지만 법이 개정되면서 지분을 나눠주고 투자를 받는 증권형도 허용됐다. 대출 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기간 이내에 원금과 이자를 돌려줘야 하는 대출형에 비해 지분을 나눠주고 투자를 받으면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투자자도 기업을 제대로 골라 투자하면 수익을 훨씬 많이 올릴 수 있다.

크라우드펀드 중에서도 대출형에 속하는 P2P는 신용대출채권을 기반으로 한다. 중개업체는 신용대출채권을 모아 등급별로 구분한 뒤 온라인에서 투자자들을 모집한다. 이러한 P2P금융 거래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P2P 대출 규모는 52억6,000만 원이었다. 반년 사이에 2014년(57억8,000만 원) 규모의 91%에 도달한 것이다. 2013년(36억4,000만 원)과 비교하면 급속도로 늘어난 것이다.

대출 건수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3년 442건, 2014년 455건, 2015년 상반기에만 336건을 기록했다. 1건당 대출 금액은 2013년 824만 원, 2014년 1,270만 원, 2015년 상반기는 1,565만 원으로 증가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P2P 금융은 초기에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액대출 위주였지만 최근 법인과 소상공인 대출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P2P 금융이 활성화되면서 8퍼센트, 렌딧, 테라펀딩, 펀다, 어니스트펀드, 빌리, 피플펀드 등 7개 업체가 모여 '한국P2P금융플랫폼협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초대 협회장으로는 이효진 8퍼센트 대표가 뽑혔다. 협회 설립에 관여하고 있는 이돈필 법무법인 건우 변호사는 "아직까지 P2P 대출이 법제화되지 않아 부실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P2P금융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산업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협회를 만든 것"이라면서 "P2P가 기존 금융업과 어떻게 교류하고 융합해 성장할 것인지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업체 간 대출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하는 것이 협회의 목적이다. 각 사의 대출 내용을 신용정보사에 공유해 서로 확인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한 명의 대출자가 같은 시기에 여러 업체를 통해 P2P 대출을 받는 상황을 막는다. 회원사 대출 상품에 문제가 생길 경우 협회 차원에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자문위원회를 발족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P2P금융은 안정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이다. 현재 P2P금융은 별도의 법률이 없어 대부업법 적용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P2P금융 규모가 아직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해 법제화에 신중한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자칫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P2P 대출자는 대부분 시중은행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여서 중개업체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채권추심회사와 협약을 맺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이 변호사는 "각 업체들이 대출자들의 신용 조사를 철저히 하는 것은 물론, 자체적인 검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그 방법은 계속 진화할 것"이라면서 "예를 들면 부동산 담보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테라펀딩의 경우 근저당권 설정이나 보증 및 공증을 통해 투자자 보호 장치를 확실히 마련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P2P금융은 여전히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2006년 처음 설립된 P2P금융 중개업체는 아직 규모가 작고 수익성도 저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P2P 중개업체들의 자산은 100만 원에서 22억 원 사이로 다양했고 대출 잔액 역시 5,000만 원에서 42억 원 수준이었다. P2P금융에 참여하는 투자자는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5만여 명으로 추정되고 대부분 10만 원 정도의 소액 자금을 투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P2P금융 산업 상황과 비교하면 사실상 우리나라가 10년 이상 늦어진 상황"이라면서 "25일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까지 시행되면 다양한 사업 모델의 P2P 중개업체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P2P 중개업체가 대출의 문턱을 낮추고 기존 금융회사의 보수성에서 벗어나 혁신성을 가지면 참신한 대출 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를 위해서 투자자 보호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20년 11월 제2855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0년 11월 제2855호
    • 2020년 11월 제2854호
    • 2020년 11월 제2853호
    • 2020년 11월 제2852호
    • 2020년 11월 제2851호
    • 2020년 10월 제2850호
    • 2020년 10월 제2849호
    • 2020년 10월 제2848호
    • 2020년 09월 제2847호
    • 2020년 09월 제2846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정이안의 건강노트

스트레스가 만든 대표 질병, ‘위장병'  스트레스가 만든 대표 질병, ‘위장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