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 시장 '빨간불'에도 전망 밝아식품단지 조성으로 기독교단체 반발 부딪혀입주기업 수요 부족해 '백지화'중소기업, "할랄 시장 진출 정보 절실해"빗장 풀린 이란으로 성장 가능성 높아

동물보호단체인 '동물단체 케어' 회원들이 1월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의 '할랄' 도축장 건설 계획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 단체는 "할랄은 의식이 있는 동물이 운송, 도축되는 순간까지 공포와 스트레스를 주는 비인도적 도축방식"이라며"현행 동물보호법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사진=연합
전도유망한 분야로 여겨졌던 할랄(Halal)식품 시장에 때 아닌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할랄식품 단지 건설을 통해 대규모의 이슬람 세력이 들어올 수 있다며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슬람 사원을 건설 중이라는 내용을 비롯해 무슬림 인구 100만명이 국내 입국할 것, 심지어는 할랄식품 단지가 IS의 근거지가 될 것이라는 실체 없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괴소문을 제외하더라도 국내 기독교 단체,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정부의 할랄 산업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은 날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할랄 산업을 향한 의지는 강하다. 동시에 기업들에 대한 지원은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해 봤다.

할랄식품단지, 수요 적어 '보류'

연말부터 불거진 '이슬람 근거지' 루머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성 중인 전북 익산의 '국가 식품 클러스터 단지에서 촉발됐다.

결론부터 말하지만 할랄식품 단지 조성은 백지화됐다. 예상보다 입주를 원하는 기업이 적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15년 하반기 국내 할랄식품 수출기업 및 할랄식품 수출 관심 기업들을 대상으로 입주수요를 조사한 결과, 아직은 입주수요가 미미해 현 상황에서 국가식품클러스터 안에 별도의 할랄식품 구역을 지정할 필요성은 적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2014년 하반기부터 국내 할랄식품 수출기업과 관심 기업을 108곳을 대상으로 입주 수요를 조사한 결과 지금까지 3개사가 입주 의향을 표명했으며 당장 입주할 기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호응도가 예상보다 높지 않아 국가식품클러스터 안에 할랄식품 구역을 지정할 계획은 일단은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앞으로 국내외 식품기업 수요 확대로 별도의 할랄식품 구역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일정 수준 공감대 형성 이후 신중하게 지정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개신교 단체의 반발로 시작된 할랄 식품단지 조성 계획 반대 여론은 근거 없는 소문에서 출발했다. 다음 아고라에 지난달 6일 올라온 '전북 익산시 이슬람 할랄식품공장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이슈 청원에는 약 2만3000여명이 서명했는데 익산 왕궁면에 약 50만평 규모 할랄식품 공장을 짓는 동시에 무슬림 사원을 위한 병원ㆍ학교ㆍ아파트 등을 짓는데 이 사업의 목적이 대한민국을 이슬람화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또 SNS 등을 통해 할랄단지 조성에 관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퍼지면서 불안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프랑스 등지에서 잇따라 테러를 하면서 불거진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대한 반감과 맞물려 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이주명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할랄식품시장 개척을 추진하는 것은 무슬림 고용을 창출하려는 정책이 아니라 우리 가공식품 수출을 확대하는 인프라 구축 차원으로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할랄 시장 진출 지원 확대돼야

할랄식품 단지 입주가 백지화됐지만 할랄 산업 발전을 향한 정부의 의지는 강한 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7년까지 할랄식품시장 수출액 목표치를 15억달러로 잡았다. 또 올해 상반기 할랄식품 수출지원센터를 설치해 세계 할랄식품시장 동향과 인증기준 등 할랄 관련 정보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또 할랄식품 시장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적되는 '인증'을 위해 3월 한국형 할랄 인증 표준을 제정하고 KMF와 해외 인증과의 교차인정 확대를 통해 국내 농식품 수출업체의 할랄 시장 진출을 활성화한다.

강한 의지만큼 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할랄식품을 수출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의지가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뾰족한 할랄 시장 진출 계획을 안내해 주는 건 없다"고 밝혔다. 이미 정부가 관심을 갖기 전부터 기업들은 할랄식품 인증을 통해 무슬림 시장에 진출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관심을 갖기 전부터 할랄 시장 진출을 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하던 것을 계속할 것"이라 밝혔다.

최근 국내에서 할랄 산업에 대해 부정적 이야기가 돌고 있지만 이에 대해선 크게 걱정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어차피 대기업들이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할랄 수출 시장이기 때문이다. 국내 여론은 사업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 기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입장은 조금 다른듯 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만약 국내에서 할랄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것에 부정적 여론이 대두된다면 정부가 그만큼 지원에 몸을 사릴 수 있다. 대기업은 몰라도 인프라를 갖추지 않은 중소 기업 입장에선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중소기업들은 할랄 시장 진출 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할랄 시장 진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할랄 시장 진출 시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정보 부족'으로 무려 46.7%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인증절차 및 비용이 37.7%, 전용 라인 구축 비용 부담이 29.3%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중앙회는 '할랄비즈 중소기업 중앙회'를 발족해 중소기업의 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서정헌 부장은 "전문가들을 초빙해 중소기업에게 할랄 시장 진출 노하우를 전하고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실무를 지원할 예정"이라 밝혔다.

할랄식품단지 조성은 미뤄졌지만 할랄 시장 전체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특히 지난달 16일, 서방의 이란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서 할랄 시장 성장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내수 경기 침체로 시선을 밖으로 돌려야 하는 유통 기업들 입장에선 할랄 시장 진출은 '필수에 가까운 선택'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기업뿐만이 아니라 중소기업에게도 할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해 주는 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