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을 채무 78조… '숨은 리스크' 작용 베일 벗은 대기업 해외계열사 채무보증액 78조 원… 국내의 13배한진중공업·효성·대우조선해양, 채무보증 비중 자기자본 절반 이상공정위, 해외 계열사 현황 공시 의무화… "재계 지배구조 개편 타이밍"

국내 대기업의 해외 계열사 채무 보증액이 78조 원으로 국내 계열사 채무보증액의 13배에 달했다. 지난 3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는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대기업의 해외계열사 및 종속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러한 시사점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채무보증액이란 국내외 공정거래법상 제한되는 채무보증과 제한되지 않는 채무보증의 합산금액으로 해외 계열사가 상환불능 상태에 빠진다면 대기업들이 대신 채무를 갚아야 하는 '숨은 리스크'다.

그동안 대기업에 대한 채무보증 제한이 국내 계열사로만 한정됐던 터라 이번에 공개된 해외 계열사의 채무보증액과 관련해 정부 기관과 재계의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 제한을 받는 국내 49개 대기업의 해외 계열사 채무보증액이 총 78조 263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채무보증액(92조 4218억 원)의 84.7%에 달하는 금액으로 국내 계열사 채무보증액(5조 9436억 원)보다 13.2배 높은 수치다.

이들 그룹의 총 자기자본(979조 1717억 원)과 비교해서는 8.0% 로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드러났다. 국내외 채무보증액을 다 합치면 9.4%였다.

그러나 해외 계열사 채무보증액이 자기자본의 30% 이상인 그룹은 6곳이나 됐다. 뿐만 아니라 50% 이상인 그룹도 3곳이나 존재했다. 한진중공업은 자기자본이 3조4040억 원인 데 비해 해외 계열사 채무보증액은 2조 612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자기자본 중 76.7%가 해외 계열사의 채무보증액인 셈이다.

효성과 대우조선해양은 해외 계열사 채무보증액이 각각 2조 9595억 원, 7753억 원으로 조사됐다. 비율로 따져보면 자기자본의 69.7%, 55.2%로 자기자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이어 한국타이어(36.3%), 이랜드(35.4%), 두산(33.4%) 등의 해외 계열사 채무보증액이 자기자본의 30%를 넘었다. CJ(29.0%), 금호아시아나(21.3%)는 20% 수준이었고 LG(14.0%), 한진(13.8%), 현대(13.6%), LS(13.0%), OCI(11.1%), 포스코(10.3%) 등은 10%를 웃돌았다.

이외에 한라(9.7%), 동국제강·한솔(8.8%), 한화(8.6%), 코오롱(7.8%), 삼성(7.5%), 현대중공업(7.4%), 세아(6.3%), 롯데(5.9%), 현대차(5.5%), 삼천리(4.4%), SK(3.6%), 아모레퍼시픽(3.6%), GS(2.9%), 대성·태광(2.1%), 현대산업개발·KCC(1.5%), 대림(1.4%), 현대백화점·영풍(0.1%) 등은 10% 미만이었다.

홈플러스ㆍ미래에셋ㆍ부영ㆍ한국지엠ㆍKTㆍS-OILㆍ동부ㆍ대우건설ㆍ교보생명ㆍ신세계ㆍ하이트진로ㆍ태영ㆍ중흥건설 등 13곳은 해외 계열사 채무보증이 전무했다. 내수 중심의 그룹이거나 외국계 자본인 점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금액 규모로는 삼성의 채무보증액이 19조 5794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자기자본 대비 비중은 7.5%로 비교적 낮았지만 49개 그룹 가운데 25.0%를 차지했다. LG(7조 7111억 원)와 현대자동차(7조 1729억 원)는 7조원을 웃돌았고 포스코(5조 7185억 원)와 두산(5조 2863억 원)은 5조 원대였다.

CJ(4조 349억 원), 롯데(3조 6116억 원), SK(3조 4726억 원), 효성(2조 9595억 원), 한화(2조 6403억 원), 한진중공업(2조 6120억 원), 한국타이어(2조 4494억 원), 현대중공업(1조7364억 원), LS(1조2787억 원), 금호아시아나(1조1444억 원) 등이 1조 원 이상이었다.

이어 이랜드(8821억 원), 한진(8401억 원), GS(8056억 원), 대우조선해양(7753억 원), 현대(7213억 원), OCI(5895억 원), 한라(3437억 원), 세아(2912억 원), 코오롱(2860억 원), 동국제강(2700억 원), 아모레퍼시픽(1940억 원) 한솔(1889억 원), 삼천리(1586억 원), 태광(1374억 원), 대림(1075억 원), KCC(956억 원), 대성(535억 원), KT&G(532억 원), 현대산업개발(452억 원), 영풍(110억 원), 현대백화점(63억 원) 등의 순이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의 계열사 간 채무보증으로 그룹 전체와 금융기관의 동반부실 등을 방지하기 위해 국내 금융기관의 여신과 관련된 국내 계열사의 채무보증을 제한해왔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해외계열사는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비상장 해외 계열사의 지분구조 등 불투명한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해외계열사를 통해 국내계열사를 우회적으로 지배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소유구조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31일 '2016 업무계획'을 통해 각 그룹에게 해외계열사 현황 공시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와 함께 롯데그룹에 대한 제재를 예고했다"며 "이를 계기로 다수의 그룹들이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